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강제적 인터넷 실명제가 인터넷 사이트에 익명으로 글을 쓰며 자유롭게 의견을 피력할 권리를 침해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단체는 특히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이면 실명 인증을 하도록 한 개정 법률에 따라 새롭게 인터넷 실명제가 적용된 사이트가 늘고 있다"며 "범죄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는 이유만으로 신원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번 헌법 소원에는 유튜브, 오마이뉴스 등의 사이트에 글을 쓰려다 실명 인증을 요구받은 일부 누리꾼도 함께 참여했다. 이들 사이트는 지난 1월 28일부터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이면 실명 인증을 하도록 한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에 따라 인터넷 실명제가 적용됐다.
▲ 참여연대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과 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서 규정한 제한적 본인 확인제인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프레시안 |
영장도 없이 개인 정보 가져가…"국가 기관에 의한 실시간 감시 체제"
공익법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는 우리나라의 인터넷을 '인트라넷'으로 만들고 있다"며 인터넷 실명제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가 실명 사용에 합의할 의사가 없는 사이트 운영자와 사용자에게 실명 공개를 '강제'하는 것은 헌법 제21조가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와 동법 17조에 명시된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
박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이용자의 익명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자기 정보 통제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 같은 제도로 인해 인터넷을 통한 소통의 발전이 심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교수는 수사 기관이 영장 없이도 포털 운영자에게 글 작성자의 신원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를 '독소 조항'으로 꼬집었다. 그는 "수사 기관이 이용자에 대한 사전 고지나 영장도 없이 신상 정보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은 국가 기관이 국민의 온라인 글쓰기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게 만든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의 김보라미 변호사 역시 "시민이 공권력의 불심 검문에 불응할 권리가 있는 마당에, 유독 인터넷에서는 글을 쓰려는 모든 가입자에게 주민등록번호를 공개하도록 한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범죄의 혐의도 없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에게 개인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것은 피해의 최소성에 반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는 목적 중 가장 큰 것이 사이버 범죄 예방이지만, 실제 사이버 범죄는 실명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줄어드는 것이 아니며, 범죄를 저지를 목적을 갖고 있는 사람은 다른 이의 명의 도용 등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실명제, 사회적 약자의 정보 접근권 제한해"
꾸준히 인터넷 실명제에 문제를 제기해온 진보네트워크의 장여경 활동가는 "인터넷 실명제는 부득이하게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에게 정보 접근권의 불평등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장 활동가는 "차별금지법 시행 당시 많은 성 소수자들이 이 법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싶었으나, 공직 선거 기간이었던 당시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요구해 발언권을 잃었다"며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상황은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장 활동가는 또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악성 댓글과 사이버 범죄 등 사회 문제는 줄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일부 문제들 때문에 역사적으로 보호되어 온 익명의 글쓰기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후 2시께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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