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수는 지금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인 주식회사 제도와 금융제도와 대의제를 조금 개선하거나 다소 개혁하는데에 조금의 관심도 없다. 그는 오직 현재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건설적으로 전복하고, 발전적으로 지양하는데에만 관심이 있다.
김 교수는 이 거대한 지적 작업을 위해 철학과 역사학과 정치학과 경제학을 동원한다. 그는 주식회사 제도와 금융제도와 대의제가 성립하고 가동할 수 있는 철학적 토대가 로크(바로 그 위대한 로크)적 'property'와 이 property를 소유하는 관념적 산물로서의 'person'의 창조라고 본다.
김종철 교수는 현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알파와 오메가인 주식회사 제도와 금융제도가 얼마나 모순적이고 취약한 이론적, 철학적 토대 위에 서 있는 바벨탑인지를 논증(그가 보기에 현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치명적 문제점은 '권리와 책임의 극단적 불일치'와 '사회적 가치의 사유화'다)한 후 이를 지양(aufheben)할 대안을 제시하는데, 그 대안들의 스케일이 또한 광대무변하다.
김 교수는 주주를 채권자로만 위치짓고, 노동자들이 이사진을 선임케하며, 국회 및 시민사회 등에서 선출된 감사들로 이사진을 견제케하고, 기본자산제를 통해 노동자들이 회사를 협동조합으로 변화시키는 정책패키지를 현 주식회사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가 새로운 사회를 향한 상상력의 보루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는 것 중 단연 우뚝한 것이 '기본자산제'다. 그는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채무변제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일정 규모의 기본자산을 제공하자고 주장하면서, 그 재원은 상속재산과 토지보유세 등에서 마련하자고 주창한다. 상속재산의 형성에는 사회의 기여가 압도적이며, 상속제도의 발본적 혁파 없이 세습불평등의 해소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토지 등의 천연자원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것이며, 토지 등 천연자원에서 발생하는 가치의 사회화 없이 양극화 해소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김종철 교수의 지적은 정곡을 찌른다. 또한 김 교수는 기본자산제를 주식회사의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의 물적 토대로 기능하게 만들 구상을 함과 동시에 채무의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
끝으로 김 교수는 대의제로 왜소화 된 현대 민주주의를 구원할 방도를 제시한다. 그가 제안하는 패키지는 비례대표제를 기본으로 하는 의원내각제와 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 3총사를 근간으로 하는 직접민주주의의 화학적 결합이다.
김종철 교수의 <금융과 회사의 본질>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의 구조적, 본질적 모순점들을 집요하게 심문하며, 인간의 존엄성이 최대한 구현되는 세상을 너무나 간절히, 그러나 한없이 치밀하고 정교하게 그린다. 한 마디로 말해 그의 책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극구 찬양하는 자들의 놀이터에 떨어진 폭탄이라는 점에서 일찍이 이런 책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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