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취임 인사차 민주평화당·정의당 지도부를 4일 예방했다. 사실상 상견례 자리에서 황 대표는 평화당·정의당 대표와 5.18 망언 논란과 탄핵 불복 논란을 둘러싼 설전을 벌였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4일 오전 황 대표의 예방을 받고 "2018년 하반기 최대 쟁점이었던 선거제도 개혁이 이번 주 판가름난다"며 "오신 김에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말씀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 대표는 이어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른바 5.18 망언 사태가 불거져서 황 대표께서도 고심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5.18이 한국당의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두환 정권 시절 광주시민을 짓밟았지만 한국당은 어쨌든 그 이후 새롭게 탄생한 당으로 생각하고, 그래 이 문제에 대해서도 황 대표가 과단성 있게, 슬기롭게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정미 대표도 같은날 오전 취임 인사를 온 황 대표를 접견하고 "5.18 망언에 대한 한국당 자체의 책임 있는 조치가 곧바로 뒤따라야 한다"며 "(한국당이) 일부 특정·독단적 세력을 대변하는 정당이 될 것인지, 전체 합리적 보수 역할을 기대하는 국민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이 될 것인지 가르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5.18 망언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돌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면 헌법적 가치에 기초해 책임 있는 조치를 대표님께서 꼭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선거법 개혁에 대해서도 "3월 중순까지 결단을 내려, 국회가 이 부분을 어떻게 함께 해결해 나갈지 답을 주셨으면 한다"고 촉구하고, 또한 탄핵 불복 논란에 대해서도 "대표께서 취임 일성으로 '탄핵은 수용하겠다' 말씀했고 '과거보다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겠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셨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황 대표는 그러나 정동영 대표에게 "현안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협의를 통해 국회가 국민들에게 해야 할 몫을 잘할 수 있도록 저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함께해 나가겠다"고 했을 뿐, 5.18, 탄핵 논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피했다. 이정미 대표에게도 "저희가 할 일들에 대해 말씀을 들었으니 잘 감안하고 바른 조치가 뭘까 챙겨보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그러나 이정미 대표에게 "김경수 경남지사 댓글조작 사건에 대해 당에서는 어떻게 하고 계시나"라며 "(정의당) 입장이 어떠냐"고 역공을 폈다. 이에 이 대표는 "대표께서 정의당을 처음 찾아오셔서 드루킹 사건을 말씀하시는 것은 참 저로서는 놀랍다"고 했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드루킹 사건 관련 특검 수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대표는 황 대표의 질문에 당황스럽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드루킹 사건에 대해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과거 전례에 비추어 보면 김 지사를 법정구속까지 한 것은 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황 대표는 재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한 댓글 조작과 김 지사가 한 것을 비교는 해보셨나"고 물었다.
이 대표가 이에 "정부 기관이 직접적으로 나서서 댓글 공작을 한 것(원세훈 사건)과 어떤 사인(私人)이 권력에 접근해 댓글 조작에 관여했다는 것(드루킹 사건)의 차이는 알고 있다"고 뼈 있는 말로 응수했다.
이에 황 대표는 "같은 야당 안에서 다른 당에 대해 뭘 해라 하는 것도 해야겠지만, 야당은 또 여당에 대해 같이 힘을 합해 나가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같이 대처할 부분은 힘을 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했다"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황 대표는 이후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 오찬 간담회인 '초월회'에 참석해 "민생 경제를 챙기고 국민에게 필요한 입법을 해나가는 생산적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필요한 좋은 내용의 법이 적기에 잘 입법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도 여야 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거나 불통의 정치가 되지 않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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