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한창인 가운데, '정치 핵폭탄'이 미국 의회에서 터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 벌였던 온갖 의혹의 뒤치다꺼리를 해온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27일(현지시간) 하원 청문회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을 증언을 쏟아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을 중단시켰다고 자부해 왔지만, 정작 자신을 겨냥한 '핵폭탄'을 피하지 못한 채 김정은 위원장과 '핵담판'을 하게 되는 처지가 됐다. 코언의 증언은 베트남 현지시간으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찬을 끝낸 2시간 쯤 뒤에 시작됐다.
미국 주류 언론들은 의회 청문회를 생중계와 톱뉴스로 보도하면서 북미정상회담 흥행은 '폭로 증언'이라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 상황이다. <뉴욕타임스> 등 일부 미국 언론들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나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고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정치적 위기를 덮기 위해 북한에 양보하고 큰 성과를 거둔 것처럼 과대포장한 '하노이 선언'을 발표하도록 합의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주류 언론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의 민주당도 이런 경고를 이용하고 나섰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7일(현지시간) 상원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중국 모두에 대해 항복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엉성한 합의를 대가로 우리의 지렛대를 팔아 치울 준비가 된 것 같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오전 11시(우리시간 오후 2시)부터 단독. 확대정상회담과 오찬을 거쳐, 오후 2시(우리 시간 오후 4시) 경 '하노이 선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언의 증언 내용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피곤한 상태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의 회담에서 불리한 입장이 됐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코언의 증언, 흥미롭지만 새로운 증거 제시는 없었다"
코언의 의회 증언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에게 온갖 거짓말을 해왔다는 것이다. 주요 증언은 4가지다.
코언은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 증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경쟁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캠프의 이메일이 해킹돼 폭로되기 전에 사전에 보고를 받고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코언은 힐러리 후보 캠프와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 수천 건이 해킹돼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것과 관련, 당시 비공식 참모였던 로저 스톤이 트럼프 후보에게 “며칠 내에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진영을 타격할 엄청난 양의 이메일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전화 내용이 스피커폰을 통해 흘러나와 자신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자료는 러시아 해커한테서 얻은 것이었다.
또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에 트럼프 타워 개발을 추진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이던 2016년 1월부터 6월까지 적어도 6차례 이상 모스크바 트럼프 타워 사업과 관련한 협상을 점검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측에서는 모스크바 트럼프 타워 사업은 2016년 1월까지 추진됐으며, 대선후보가 된 후 러시아와 사업 거래는 없었다고 밝혀왔다. 당시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당선을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커넥션' 의혹까지 제기됐다는 점에서 이 폭로는 중대한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코언은 모스크바 트럼프 타워 사업 논의가 선거 기간 중에는 없었다고 의회에서 위증을 했다가 법원에서 3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러시아 커넥션' 의혹 자체에 대해서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캠프가 공모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면서도 의심할 만한 정황을 증언했다.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폴 매너포트 선거대책본부장이 힐러리 후보에게 흠집을 낼 정보를 가진 러시아 관계자들과 2016년 6월 트럼프타워에서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트럼프 주니어가 사무실에서 "회의 준비가 다 됐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 좋다. 알았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커넥션을 뒷받침할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지 못했다는 점에서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코언의 증언은 흥미로웠지만, 새로운 것은 없었다"고 다소 실망한 반응을 보였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여성 2명의 입막음을 위해 자신이 먼저 13만 달러를 주고 트럼프 측으로부터 11장의 수표를 받았다고도 폭로했다. 코언은 지난 2017년 8월 1일 트럼프 주니어와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기업집단) 재무책임자의 서명이 적혀있는 수표 사본을 제시하기도 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에도 성추문 여배우들에게 입막음용 돈을 전달한 것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자신이 의회에서 위증하도록 지시하고, 학교 성적 등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500여 차례나 협박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트럼프가 졸업한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자신의 성적을 공개하지 말도록 위협하는 편지를 썼다고 증언하면서 편지 사본을 공개하기도 했다.
코언은 이런 여러 사례들을 거론하면서 "트럼프는 인종주의자이며, 사기꾼(conman)이고 협잡꾼(cheat)"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공화당 의원들은 코언은 이미 의회 위증 등의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거짓말쟁이라면서 그의 증언을 일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코언이 의회 위증, 탈세, 은행사기, 선거자금 위반 등으로 중형을 피하기 어렵자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 등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뮐러 특별검사와 거래해 징역 3년으로 형량을 줄이는 대신 또다시 위증을 하는 것이라고 트위터까지 동원해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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