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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관람석 '빈자리' 사태, FIFA부패가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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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관람석 '빈자리' 사태, FIFA부패가 근원

한국과 일본, 1천억원 허공에 날릴 판

지난달 31일부터 연일 목격되는 한.일 월드컵 경기장의 '빈자리' 사태가 축구팬들을 격노케 하고 있다.
개막식에서부터 목격되기 시작한 빈자리가 2일 부산에서는 경기장의 절반이 텅빌 정도로 그 심각성을 더했고, 일본의 경우도 정도가 더 심하면 심했지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월드컵 사상초유의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빈자리' 사태는 돈을 갖고도 표를 못구해 TV로 경기를 봐야 했던 축구팬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월드컵 개최의 주된 수익원인 입장료 수익격감으로 한.일 양국은 64게임 매경기당 10억원이 넘는 1천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보아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상상할 수 없는 괴이한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 그 원인은 다름아닌 세계축구연맹(FIFA)의 부패이다.

***바이롬 사장은 FIFA 블래터 회장의 친인척**

FIFA의 부패문제는 국제 사회에서 악명높다.

지난 80년대 FIFA와 잠시 인연을 맺었던 미국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FIFA의 세계를 경험하고 나니 차라리 중동사태 해결에 나섰던 때가 그리울 지경"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세계 축구팬들은 이를 자신과 상관이 없는 문제로 치부해 왔다. 그러나 지금 축구팬들을 분노케 하고 있는 '빈자리 사태'의 주범은 바로 FIFA의 부패이다.

외형상 문제는 월드컵 입장권의 절반에 달하는 해외판매분의 판매독점권을 갖고 있는 영국 바이롬(Byrom)사의 무능에서 초래됐다. FIFA로부터 입장권 판매대행을 맡은 영국의 바이롬사는 정규직원 숫자가 3명에 불과한 '유령회사'에 가깝다.

바이롬은 인터넷으로 판매를 대행한 뒤 천문학적 수수료를 챙긴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전세계를 상대로 '봉이 김선달식' 일확천금을 꿈꾸기에는 3명으로는 택도 없는 소리였다. 결국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세계 축구계에서는 바이롬에게 해외판매권이 넘어간 것은, 바이롬사 대표와 FIFA의 블래터 회장이 '친인척 관계'에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친익척 비리가 문제를 일으키기란 국내나 국제사회나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FIFA 회장의 월급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몰라**

그러나 이번 사태는 오래 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브라질의 경우를 보라"고 주문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오늘날 상업주의와 부패로 FIFA를 물들인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아벨란제 전 회장의 노선을 충실히 따랐던 브라질축구협회는 온갖 부패와 무능행정으로 세계월드컵 사상 위대한 족적을 남긴 브라질의 축구계를 망신창이로 만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은 현재 축구협회의 부패행정으로 축구관중이 대폭 감소하고 경기기준에 혼선을 빚고 있어 국가대표팀에 대한 대중의 애정마저 잃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브라질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예선에 간신히 출전할 만큼 실력이 저하되었고 팀의 내분이 극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FIFA회장의 월급이 얼마인지 아무도 모른다. 이처럼 불투명한 경영조직이 제대로 일을 할 리 만무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FIFA내부는 권모술수의 정치로 가득찼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8년부터 FIFA를 이끌어온 블래터 회장이 어떻게 지난 5월29일 FIFA회장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더욱이 블래터는 선거 직전에 이미 부패와 경영실패로 FIFA의 임원 24명 중 11명으로부터 스위스 법정에 제소를 당한 상태다.

FIFA에서 '회장 독재'가 가능했던 비밀은 FIFA의 회장선거제도에 있다. 모든 회원국이 동등한 한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솔로몬 아일랜드같은 소국도 독일과 마찬가지의 투표권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블래터 반대진영은 "블래터가 개발도상국들에게 자금과 수익성사업계약을 제공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FIFA 회장의 친인척 비리는 역대로 악명높아**

실제로 올해초 소말리아 축구협회의 관계자는 지난 98년 회장선거때 수만달러의 뇌물을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또한 블래터 지지세력인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에 9백만 달러의 대출을 탕감해주고 이 연맹의 회장 잭 워너가 소유하고 있는 TV방송사에 단돈 1달러에 90,94,98년 월드컵 독점중계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전직심판에게 2만5천달러 수표를 공개적으로 건넨 사례도 있다. 그러나 블래터는 개인돈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나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탈"이라면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줬을 뿐"이라고 뻔뻔하게 말했다.

1974년 FIFA를 맡아 오늘날 웬만한 국가를 능가하는 세력으로 FIFA를 성장시킨 후앙 아벨란제는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후계자가 된 블래터가 1998년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막후에서 지배했다.

FIFA의 사무총장 장-루피넨에 따르면 아벨란제는 지금도 FIFA에서 비공식적 보수를 받고 있다. 아벨란제의 딸은 브라질 축구협회장으로 늘 비판의 대상이 되어온 리카르도 테이세이라의 부인이기도 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바이롬사도 블래터와 친인척 관계라는 점에서 돈과 혈연으로 회장 선거에 필요한 표를 묶어두는 전술을 구사했다는 의혹이 짙다.

부패가 국내에서든 국제사회에서든 가장 시급한 청산과제라는 사실은 이번 월드컵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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