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 동남구 원성동에 거주하는 김상화 씨(가명·69)는 최근 손자와 함께 패스트푸드점을 찾았다가 그냥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주문을 받는 사람이 없어 무인주문대 앞에서 20여 분을 씨름했지만 작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결국 주문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손자 간식도 제대로 못 사주는 무능력한 사람이 된 것 같아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인건비 절감과 편리함을 이유로 사람이 아닌 기계가 주문부터 결제까지 이뤄지는 무인계산대 '키오스크(KIOSK)'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 대형마트를 거쳐 최근 음식점, 약국, 영화관 등 점차 유통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폭등에 시달리는 자영업자의 자구책으로 무인기계 도입은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기계화에 익숙하지 않은 정보 취약계층들은 사용방식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이에 따른 사회적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이 같은 상황은 쉽게 목격됐다. 매장안에는 가볍게 한끼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무인기계 앞에선 중년의 한 남성은 주문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젊은이들에게 도움을 받아 겨우 메뉴 주문을 마치고 나서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 남성은 "무인기계의 편리한 점은 알고 있지만 기계주문이 낮선 사람들을 위해 주문을 도와주는 사람 한명 쯤은 계산대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무인기계 키오스크에 불편을 겪는 사람은 노인 뿐만이 아니다.
국내 도입된 무인기계 대부분이 터치 패드 형식의 시스템인데다가 일반 성인 눈높이에 맞춰져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근력이 약한 장애인이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또 음성이나 점자가 병행되는 기계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어 시각 장애인들은 시도조차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차 모든 시스템이 기계화, 자동화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적 현상이기는 하지만 상대적 약자도 사회구성원인 만큼 이 같은 정보취약계층 소외현상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나사렛대 재활치료학부 우주형 교수는 "무인시스템 사용에 불편을 느끼는 장애인들은 사람이 있는 매장이 줄어들면서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장애인들도 키오스크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는 기계 작동법 병행하거나 주문과 결제를 돕는 직원 한 명 정도는 고정 근무를 하며 기계 사용이 익숙해 질 때까지 기존 방식도 공존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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