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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1조원 투자 한다더니, 그 돈 어디로 갔나"

외자유치에 놀아난 축구협회와 체육복표사업 전말

최대 1조원의 외자유치에 놀아난 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는 대박을 꿈꾸는 한 젊은이와 영국 복권사업자의 '거액 투자'라는 미끼에 솔깃해 체육복표 사업을 출범시키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의 스포츠토토는 최규선게이트라는 정치비리의 고리 역할로 전락했으며 사업 자체는 파산의 기로에 서 있다. 체육복표 사업의 전말을 알아본다.

체육복표 사업이 국내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98년 4월경이다. 영국의 세계적 풀스게임(체육복표)업체인 리틀우즈가 대한축구협회에 "향후 10년간 풀스 사업 독점권을 주면 월드컵 경기장 신축자금으로 총 1억~4억파운드(약 2천5백억~1조원)를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체육복표 사업이란 스포츠 경기의 승패나 점수를 맞춘 사람에게 상금을 지급하는 일종의 도박이다.

***국내 체육계 흥분시켜 놓고 슬그머니 사라져**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와 관련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 송재빈 회장은 이러한 제안이 있기 전 이미 리틀우즈의 국내진출활동에 뛰어들었다.

리틀우즈와 그 관계사인 APMS의 지원을 받아 1997년 8월 코리아풀스마케팅(KPM)을 설립해 국내 체육복표 법안 마련을 위한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KPM의 자본금은 1억원이었다. 지분의 50%는 임팩프로모션이, 나머지 50%는 영국의 두 회사가 25%씩 나눠 가졌다. 직원은 4명.

송 회장은 지난해말 월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1997년 하반기 동안 열심히 뛰었는데 별다른 성과가 없었어요. 다소 힘이 빠진 상태였는데 정몽준 축구협회장이 복표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군요. 세계 각지의 현대 계열사들을 통해 실태 파악도 하고요. 그래서 다시 달려들었죠"라고 말했다.

1998년 4월 송대표는 KPM를 해체하고 타이거풀스코리아(주)를 설립했다. 같은 해 6월 영국측 조사팀이 입국해 5개월간 조사 및 지원 활동을 폈다. 송 대표, 축구협회 등도 복표사업 시행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경기장 건설 투자 제안이 있은 직후여서 스포츠계는 물론 정·관계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영국인들이 뭐가 아쉬워 경기장을 그냥 지어주겠나. 법 개정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말만 띄운 것"이라는 비아냥이 터져나왔다.

이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법안통과가 지지부진하자 영국측은 사업철수 의사를 밝혔다. 결국 스톡옵션만을 남긴 채 지분 전체를 회수해갔다. 그런 이유로 지금의 타이거풀스에는 영국쪽 지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축구계에 합법적인 도박을 추진했던 명분은 외자유치였다. 당시 언론들은 타이거풀스사 관계자가 이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정부 차관급 인사 등을 만나 이런 뜻을 전달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98년 8월9일 내한한 크리스토퍼 베이커 타이거풀스사 회장은 14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축구협회 관계자는 물론 정치인 등도 두루 만나 축구도박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베이커 회장은 방한기간 동안 문화관광부 장관과 청와대 관계자, 여야 정당의 정책위의장까지 만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축구협회도 98년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 입법을 추진하고 문화관광부 등 관련 부처에서도 체육진흥법을 개정하거나 월드컵특별지원법에 축구도박 관련 내용을 삽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거풀스사의 지원은 외자도입 형태가 되는 만큼 외자도입법 시행규칙개정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 당시 '언론들의 흥분된 보도'였다.

***대한축구협회 "별 일 아니었다"며 의미 축소**

그러나 이후 그야말로 용두사미가 되었다. 대한체육협회는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전무는 "자기들이 먼저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제안하고는 사업가능성이 없으니까 제멋대로 떠나버린 것일 뿐"이라며 "별 일 아니었다"고 말했다.

타이거풀스코리아는 이후 제대로 사업을 하기는커녕 김대중 대통령 3남 홍걸씨의 비리와 깊숙이 연결된 업체로 전락했다. 사업권을 따기 위해 힘을 써준 최규선씨(미래도시환경 대표)가 거액의 대가를 주식과 현금으로 받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타이거풀스는 사업체 존속 여부까지 불투명해졌다.

이와 함께 스포츠투데이는 17일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의 보좌관들이 지난해 2월 축구복표 사업자 선정 시기를 전후로 대거 한국타이거풀스(현 스포츠토토) 및 지주회사, 자회사의 고위간부로 옮겨간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사업자로 선정된 시기를 전후해 국회와 당 등을 출입하며 보좌관, 국회의원들을 수차례 만나온 것으로 알려져 타이거풀스와 정치권의 밀착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타이거풀스측이 축구복표사업자로 최종 선정되기 전에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들을 차례로 영입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이처럼 의혹에 휩싸인 타이거풀스는 비리 연루혐의를 제기한 언론사들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언론들의 보도는 대체로 사실로 밝혀졌다.

동아일보가 지난 3월30일 1면 톱기사로 보도한 '체육복표 스포츠 토토 2001년 사업권 선정..고위층 친인척 로비 의혹'이라는 제하의 기사에 대해 기사 내용은 사실 무근이며, 이 기사로 인해 타이거풀스의 명예 및 신용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고 주장하며 3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이 보도는 사실로 드러났다.

한편 대한매일이 지난 3일 보도한 "외압의혹 與 실세 측근 2명 스포츠토토株 수만주 받아"라는 기사와 내일신문이 1일 "체육복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부적격' 판정"이라는 제하로 보도 등 잇따라 치명적인 사실들이 폭로되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의 체육복표 사업수탁자인 스포츠토토(주)는 월드컵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최창신씨를 작년 6월18일 고문으로 영입한 뒤 지난 3월 대표이사 사장까지 맡기면서 재기에 몸부림치고 있다.

최사장은 경기고, 고려대 출신으로 서울신문 기자, 대한축구협회 수석 부회장, 문화체육부 차관보 등을 역임한 체육계 유력인사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한 젊은이와 영국의 복권사업자의 '거액의 외자유치'라는 미끼에 놀아난 셈이 되었으며, 그 산물인 스포츠토토는 지금 사업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노정시키며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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