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KB금융에 대한 사전 검사에서 강정원 KB금융 회장 대행 겸 국민은행장의 운전기사를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는 내용의 수검 일보가 공개돼 논란을 낳고 있다.
15일 민주당 홍영표 의원실이 입수한 국민은행의 금감원 검사 수검 일보에 따르면, 금감원은 사전 검사 첫날인 지난해 12월 16일에만 커버드 본드(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채권)와 카자흐스탄 BCC은행 지분 인수 등 은행업무와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구했을 뿐 이튿날부터는 강 행장의 차량에 대한 집중 조사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검사 이튿날 저녁 강 행장의 운전기사 2명에 대해 오후 7시 30분부터 9시, 오후 9시부터 10시 15분까지 2차에 걸친 면담을 실시했다. 다음날에는 강 행장이 차량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는지 여부와 차량을 1ㆍ2호차로 구분해 운영하던 시기를 물었고 전날 운전기사들이 면담시간에 늦게 나온데 대한 경위서를 요구했다.
금감원은 또 21일에는 두 번째 차량의 렌트 비용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마지막 날에도 부장급 2명을 다시 불러 차량 관련 조사를 벌였다. 금감원은 조사기간 동안 차량 운행 일지와 주유카드 집행실적, 차량 한 대의 임대 비용과 임원 및 사외 이사의 차량배치 현황까지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검사 둘째 날인 17일 국민은행 직원 중 전남대 경영학석사(MBA)과정 진학 대상자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전남대는 강 행장을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로 임명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조담 KB금융 이사회 의장이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곳이다.
금감원 "법적조치 취할 것" 맞대응
금감원의 사전 검사 이후 강 행장이 KB금융 회장직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불거진 '관치 금융' 논란이 이번 문건 유출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수검 일보 유출 이후 금감원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 의뢰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대응했다.
금감원은 보도자료에서 "사전 검사는 관련 규정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적정하게 진행되었고 언론을 통한 수검자료 유출은 검사에 심각한 방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은행법 등 관련 법규 검토결과를 토대로 수사의뢰 등 법적 초지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은행업서비스 본부장은 기자회견장에서 "검사를 받는 금융회사가 수검 일보를 유출한 전례가 없다"며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항을 유출함으로서 검사의 중립성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유출경위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며 오늘 중으로 관련자 인사문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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