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미국계 전력ㆍ석유 메이저, 한전 인수 각축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미국계 전력ㆍ석유 메이저, 한전 인수 각축전

벨기에ㆍ싱가포르도 인수 희망, 국내기업은 자금여력 부족

정부가 연내 매각을 강행하고자 하는 한국전력 민영화 발전회사 한 곳의 인수희망자들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한전 인수희망은 미란트 등 미국계 전력회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다국적 석유메이저인 쉘 등도 자본참여 형태도 인수전에 끼어들기를 강력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릴린치 등 미국계 투자은행들도 이들 미국계 전력사 및 석유메이저들의 인수전에 컨소시엄 형태로 끼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벨기에와 싱가포르의 대형 전력회사들도 인수를 희망하는등 외국계들 사이에 물밑 경합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도 인수를 희망하나 자금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한전 민영화 발전사가 매각될 경우 인수자는 외국계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4천명의 한전 직원들을 무더기 해고하면서까지 상반기내 매각을 강행하려는 이면에는 해외매각의 반대급부로 국가신용등급을 A급으로 상향조정, 대선과정에 '정치효과'를 거두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AES, 엘파소, 미란트 등 미국 3대 에너지메이저의 한전 인수전**

한전 민영화 발전사 인수를 위해 3년전부터 국내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시장조사를 해온 미국계 전력회사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전 민영화 발전사 인수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미국계 전력회사는 AES, 엘파소, 미란트 등 3개사이다.

AES는 지난 81년 미국 조지아주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발전기업으로, 현재 전세계 31개국에 총 발전용량 6만3천 메가와트의 발전소 1백82개를 소유하고 있다. 또한 배전시설의 길이는 92만km나 되며, 이 회사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가구수는 1천7백만 가구를 넘고 있다. AES는 이미 대만 등 아시아 지역 곳곳에 진출해 있는데, 이번 기회에 한전 민영화 발전소 매입을 통해 한국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선점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엘파소는 조지 W.부시 현 미국대통령이 주지사를 지낸 텍사스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대형 에너지 회사이다. 엘파소는 텍사스, 캘리포니아주 등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한편, 남미 등의 전력회사 수십개를 인수하는등 90년대 들어 사업영역을 세계 각지로 확대하고 있다.

엘파소는 지난 1월초 시장에 매물로 나온 SK-엔론의 입찰 경쟁에 뛰어들면서 국내에 그 이름이 알려졌다. SK-엔론은 국내 LNG(액화천연가스) 시장에서 25%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기업이었으나, 미국의 엔론이 파산하면서 보유지분 50%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이다. 엘파소는 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국내 LNG시장에 진입을 시도하는 동시에, 한전 민영화 발전사 인수를 통해 전력시장에도 진입하려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엘파소가 부시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대목이 앞으로 입찰 결과에 어떤 결과를 미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미란트 역시 AES나 엘파소보다는 규모가 작으나 미국 유수의 에너지 그룹중 하나이다. 미란트는 지난해 12월5일 현대에너지 지분 1백%를 인수하면서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졌다. 미란트는 전세계적으로 2만2천 메가와트의 전기발전용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0년말 현재 2백23억달러의 자산과 3백2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굴지의 기업이다.

미란트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CEO 릭큐스터는 현대에너지 인수를 발표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너지 시장 진출과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서울사무소를 설립했다"고 외국기업 가운데는 처음으로 한전 자회사 인수 의사를 공식 천명하기도 했다.

***미국계 석유메이저와 투자은행들도 가세**

미국계 전력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3개 에너지기업외 다국적 석유메이저와 투자은행들도 한전 자회사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 대표적 예가 쉘과 쉐브론 등 석유메이저들이다. 이들은 풍부한 자금력을 무기로 종전의 석유 공급사 차원을 뛰어넘어 직접 전력 등 에너지 산업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1월21일자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쉘은 미국의 엘파소 등이 입찰에 뛰어든 국내의 SK-엔론 인수에 참여했다. 쉘은 이같은 맥락에서 한전 발전자회사 인수에 강한 희망을 표명하고 있는데, 이들은 발전소 경영 경험이 부족한 만큼 외국계 발전기업과 공동매입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등도 매입자금을 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로 한전 발전사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미국계 금융기관이 아니기는 하나 ING베어링스, HSBC(홍콩상하이은행) 등도 큰 관심을 보이며 정부부처에 문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는 자금력 부족해 인수 힘들듯**

한전 발전사 인수에는 미국 전력기업들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벨기에의 세계적 에너지기업인 트랙터벨도 적극 뛰어들었다. 트렉터벨은 SK-엔론 입찰에도 이미 입찰서를 제출한 상태이며, 한전 발전사 매입을 위해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치밀한 준비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싱가포르 국영전력회사인 싱가포르파워사도 한전 인수에 적극적이다. 싱가포르파워사는 이미 해외투자전문 자회사인 SPI를 통해 지난해 12월 LG에너지와 LG파워의 지분을 각각 50.1%를 매입함으로써 이들 기업의 최대주주가 됐다.

LG측은 SPI로부터 자본유치후 기자회견에서 "LG의 에너지회사들은 앞으로 한전의 발전자회사 민영화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혀, SPI가 LG에너지와 LG파워를 매개로 한전 발전자회사 인수에 뛰어들 것임을 강력시사했다.

국내에서도 SK, 두산 등이 한전 발전소 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자금력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발전소 매입에는 최소한 3조원이 필요한데 절반 가량은 파이낸싱을 통해 조달하더라도 나머지 절반인 1조5천억원을 자체 조달해야 할 텐데, 과연 이런 자금력이 있는 기업이 국내에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국내기업의 한전 발전사 인수에 회의를 표명했다.

요컨대 한전 발전사가 매물로 나올 경우 외국계가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전 매각 강행해선 안돼**

익명을 요구한 한 공기업의 민영화 전문가는 "한전 발전사 인수주체가 외국계가 되든 국내기업이 되든 간에 정부가 지금 하는 방식으로는 한전 민영화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전 민영화의 가장 큰 맹점은 정부가 너무 서두른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매각을 추진하기에 앞서 분할된 한전 자회사들이 참다운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어야 했으며 직원들에게도 우리사주 형태로 지분을 나눠주는 등 세심한 민영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4천명의 직원을 집단 해고하면서 노사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현상황에서는 아무리 내심 한전 자회사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외국계라 할지라도 선뜻 나서는 곳은 없을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매각을 강행하면 헐값밖에 못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무리하게 연내 매각을 추진하려 하지 말고 몇년에 걸친 세밀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기업 가치를 높인 후 매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