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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제 일본의 가정교사다"

FT, 방한한 고이즈미 일본총리에게 조언

"과거 한때 한국의 스승이었던 일본은 이제 반대로 한국을 가정교사로 모셔야 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지가 21일(현지시간) '스승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배운 제자(Pupil who has learned enough to turn tutor)'라는 칼럼에서 편 주장이다. FT는 이미 여러 차례 한국금융이 일본을 앞질렀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 외자를 유치할 경우 우리나라 우량은행들에게 붙는 가산금리는 일본 은행들에 붙는 가산금리보다 낮아졌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대외신인도가 일본을 앞질렀다는 얘기다. 며칠 후 일본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조치가 단행되면, 국내 최대우량은행인 국민은행의 신용등급이 일본 최대은행인 도쿄미쓰비시의 신용등급을 앞지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본내에서도 "한국에서 배우자"는 움직임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일본의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전 대장성 차관 등 일본 금융계의 거물들이 비밀리에 한국에 와 정부 고위관계자 및 금융계인사들을 만났다. 한국의 금융구조조정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일본 최대 경제ㆍ경영전문 미디어그룹인 다이아몬드사가 <큰 장사꾼 김정태>라는 제목의, 국민은행 김정태행장의 구조조정 과정을 다룬 국내 신간의 일본출판 계약을 일본 출판사들 간에 치열한 경쟁끝에 맺기도 했다. 일본 닛산자동차를 인수해 단기간에 흑자기업으로 전환시킨 프랑스 르노자동차 사장을 다룬 책이 최근 일본에서 4백만부나 팔린 데 자극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IMF위기후 금융ㆍ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한 정부 관계자 및 학계, 금융계 인사들을 일본으로 초청하려는 움직임도 경쟁적으로 진행중이다. 한 예로 IMF사태후 청와대, 재경부에 재직하면서 금융구조조정에 깊게 관여했던 박재하 전 재경부장관 자문관등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일본지사 등에 연구원으로 초청받아 각종 자문을 해주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 이제 빠르게 약진중이다. 그러나 아직 만족할 때는 아니다. 일본금융 수준은 탈피했으나 세계수준이 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할 장애물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FT의 보도 전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수세기동안 한국은 강력한 이웃 일본의 그늘에 가려 맥을 추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사이 한국은 빛이 비치는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젊고 창조적인 한국인들은 팝 뮤직과 인터넷 콘텐츠에서 새로운 유행을 불러일으켜 아시아 전역에 '한류'를 전파시키기 시작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같은 과감한 회사들은 디자인 기술을 개선했으며 새로운 기술로 도약하고 있다. 공식 통계에 의하면 작년 한국의 GDP는 3%를 확실히 성장, 세계에서 가장 활기찬 경제국가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금주 서울을 방문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도 금융위기에서 회복한 한국을 연구해 보는 것은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때 일본의 경제적 제자였던 한국은 이제 일본의 가정교사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한국전쟁 이후 역대 한국정부들은 일본의 개발방식을 본받아 재벌로 불리는 기업집단에 저리의 은행 대출금을 쏟아 부었다. 이 재벌들은 점차 철강, 선박, 자동차 같은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내면서 세계시장으로 나갔다.

그러나 이 개발 모델은 자본을 잘못 배분한 결과, 1997-98년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한국은 IMF의 도움을 받아 즉각 금융제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한국의 금융위기는 고립되고 밀폐되었던 한국 경제의 세계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재정경제부의 고위 관리인 권태신씨는 말한다. 권씨는 "당시 거의 모든 한국인들은 나라가 망하고 있다고 비통해 했다. 그러나 모두가 나라를 되살리려고 열렬히 나섰다. 위기는 좋은 경험과 교훈을 주었다"고 말한다.

위기가 선순환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하는 사람은 권씨뿐만은 아니다. 한국의 가장 저명한 경제학자 중 한사람인 용수길씨는 "나는 아시아 금융위기를 대실패라고 생각지 않으며 발전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는 "전체적으로 보면 그건 거대한 혜택을 가져다 주었다. 우리의 사고방식이 몽땅 바뀌었으며 우리로 하여금 제2의 도약을 준비하도록 해주었다"고 말한다.

위기에 따른 1차적 효과는 재벌의 장악력을 줄이는 데서 나타났다. 30개 대기업중 14개가 도산, 매각되거나 강제로 구조조정을 하게 되었다. 금융계는 전체 30만 종사자중 3분의 1을 해고하는 한편 악성부채의 대부분을 정리했다. 또한 신용 리스크 평가 기법을 배우고 가계대출을 늘여 나갔다.

자본시장이 확대되고 심화되자 거대한 외국 주식투자 자본이 들어왔다. 외국 투자자들은 현재 한국 주식의 38%를 보유하고 있다. 한때 외국투자에 대해 적대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던 한국에 대한 전략적 투자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재경부에 의하면 1997년까지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총액이 2백40억 달러인 데 비해 IMF 이후에 5백억 달러가 추가로 유입되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개혁목표의 50-60%만 달성했으며 필수적인 기업 부문과 노동시장 개혁은 지지부진함을 고려대 박영철 경제학 교수는 시인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우리가 일본에서 더 배울 건 없다. 벤치마크 해왔던 나라(일본)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시아 각국을 가봐도 개혁에 관한 한 우리보다 훨씬 낙후되어 있다. 그러나 서방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는 아직도 뒤처져 있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강력한 시민사회와 국제 자본 시장의 압력 덕분에 한국의 개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러나 가장 심각한 위협이 한국의 전직 가정교사로부터 온다고 경고한다. 그는 "만약 한국이 또 다른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걱정한다면 그 원천은 단지 일본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첫째 일본은 이 지역 최대의 경제대국으로서 제공해야 할 성장 엔진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둘째는 일본의 금융제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동아시아 경제 전체를 불안정상태에 빠뜨릴 것이며 특히 한국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 같다.

그는 "일본으로서는 개혁을 가로막는 정치적 교착을 타개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일본은 외부 압력을 불러들여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의 일본 시스템은 현상 타파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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