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생명줄을 정몽준 FIFA 부회장이 단단히 거머쥐게 됐다.
블래터 회장의 전횡과 회계조작으로 FIFA 재정이 부실하게 되었다며 집행위원회가 반발, 6인 소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회계감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극적인 사실은 6인 소위원회에 정몽준 부회장이 아시아대표 자격으로 끼게 됐다는 것이다.
FIFA에서는 정회장이 블래터 회장의 부정행위를 찾아내게 될 경우 오는 5월29일 열리는 차기 FIFA회장 선거에서 정회장이 결정적 주도권을 쥐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래터 공격, 정몽준이 주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14일(현지시간) 이같은 6인 소위원회 구성을 속보로 보도했다.
이같이 불리한 상황전개에 대해 블래터는 필요할 경우 2백4개의 회원국 비상총회를 소집해 재신임을 묻겠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 여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총회에서도 블래터는 이런 방법을 사용했다. 당시 블래터는 "FIFA의 재정이 건전해 2백4개 각국 협회에 25만달러씩 지원할 수 있다"고 반대로 공세에 나서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만일 감사결과가 블래터에게 유리하게 나오면 그동안 블래터의 전횡에 대적해온 이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질 전망이다.
현재 블레터의 3대 적대세력은 레나르토 요한손 유럽축구연맹(UEFA)회장, 이사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등 부회장 3인이다.
3인 중에서도 정몽준 부회장은 일찌기 전임 아벨란제 회장 체제에 반기를 드는데 누구보다 앞장섰다.
그는 2002년 월드컵 유치국을 일본으로 선언한 아벨란제의 선언을 불법으로 몰아붙여 게임을 한국과 일본에서 공동 주최하도록 타협안을 이끌어냈다. 이런 일은 FIFA 사상 처음이었다.
FIFA가 부패로 얼룩져있다고 믿는 정몽준은 인터뷰에서 "FIFA 위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겠다. 공범자가 되고 싶지 않다. 난국을 타개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블래터는 이들의 공세에 대해 "나는 결코 부패한 사람이 아니며 축구를 위해 일할 뿐"이라고 분노했다.
***FIFA 사실상 파산 상태**
블래터가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 원죄는 아벨란제 전회장에게서 비롯됐다.
빈털털이이던 FIFA를 웬만한 국가를 능가하는 막강한 조직으로 키워낸 인물이 다름아닌 아벨란제다.
그가 FIFA를 일으켜 세운 요인으로는 3가지를 꼽는다.
아디다스와 손잡고 축구- TV-스폰서십 이라는 3각체제를 연결한 마케팅 전략, 코카 콜라의 지원을 받아 제3세계를 누비며 이들의 지지를 얻어낸 것, 또하나는 그의 말이라면 무조건 동의하는 무능한 집행위원회였다.
블래터는 스위스 군장교 출신으로 변호사, 기자 등의 직업을 거쳐 브라질 출신의 후앙 아벨란제 회장(재임기간 1974~1998)의 비서실장으로 급격히 FIFA의 실력자로 떠올랐다.
환상의 콤비를 이루던 아벨란제와 블래터는 1996년 아디다스가 설립한 ISL(스위스에 본사)를 FIFA의 마케팅 대행사로 지정했다.
독일의 커치 그룹에게는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텔레비전 중계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FIFA는 이 과정에서 발목을 잡혔다.
ISL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과 테니스 등 다른 스포츠와도 계약을 맺으면서 회사가 부실해진 것이다.
지난해 5월 마침내 ISL은 10억 달러가 넘는 부채를 남기고 파산신청을 했다. 레오 커치는 TV 중계권 거래로 2억 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올렸으나 과도한 차입금으로 곤경에 처했다.
***블래터의 양대 의혹**
블래터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두가지 의혹은 마케팅 대행사 ISL 파산과 관련한 FIFA의 불투명한 재정 운영과 98년 회장 선거 때의 금품 제공설이다.
현재 FIFA를 곤경에 빠뜨린 것은 ISL이다. 블래터는 FIFA가 ISL로 인해 3천만 달러의 손실을 보게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FIFA 위원들은 손실이 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예상수익을 담보로 스위스의 한 은행으로부터 4억2천만달러(약4천4백60억원)의 대출을 받은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블래터가 차기 집행부 몫인 2006년 월드컵에서 나오는 돈을 차기회장직을 따내기 위한 선심성 행정에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ISL 직원들을 신속하게 FIFA의 자체 마케팅 조직에 채용한 것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24명의 집행위원들은 아벨란제 측근들의 전횡을 다시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FIFA의 자산이 어느 정도인지, ISL의 파산으로 FIFA의 타격이 어느 정도인지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시인한다. 심지어 FIFA 회장의 보수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다.
***정몽준 부회장이 블래터 생명줄 쥐는 데 성공**
블래터로부터는 "날 믿어주세요"라는 말만 들을 뿐이다 .1주일전만 해도 이런 실정이었다. 위원들은 지난 6일 FIFA의 회계감사를 맡은 KMPG와 FIFA 금융위원회의 명의로 된 보고서를 받았다. 블래터는 집행위원회가 이를 인준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집행위원회는 이를 부결시켰다. 24명의 위원 중 13명이 이 회계장부를 검토할 소위원회를 구성한 것이다. 블래터는 이것이 단순한 사후 내부검토에 불과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소위원회는 6명으로 구성되어 6주간 회계감사를 하게 된다.
문제는 블래터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정몽준 부회장이 6인 위위회 멤버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정몽준 부회장이 블래터의 생명선을 단단히 거머쥐게 된 것이다.
***블래터, 4년전에도 돈뿌려 당선**
블래터 회장을 오랫동안 괴롭혀온 뇌물설은 4년전 회장선거에서 돈을 뿌려 당선됐다는 주장인데, 지난 1일 파라 아도 아프리카축구연맹(CAF) 부회장이 10만달러의 구체적인 액수까지 폭로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소말리아축구협회장이기도 한 아도 부회장은 이날 "지난 98년 5월 블래터 회장의 선거운동원이었던 전 소말리아주재 대사가 나에게 '블래터에게 표를 던지면 10만달러를 주겠다'는 제의를 했다"며 "그러나 나는 그 제의를 단호히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나뿐 아니라 다른 CAF 관계자들도 비슷한 제의를 받았다"며 "일부는 돈을 받고 블래터에 투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28일자 영국의 '더 데일리 메일'지는 "4년전 FIFA회장을 뽑을 당시 회장이었던 후앙 아벨란제가 FIFA의 부패를 파헤치지 않을 블래터를 후임으로 정한 뒤 그를 당선시키기 위해 금품을 살포했다"고 보도했다.
FIFA 차기 회장선거(5월29일)에 블래터 회장은 출마할 예정이다. 이에 맞서 정몽준 부회장도 출마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장선거의 칼자루는 이제 정몽준 부회장이 쥐게 됐다는 게 IHT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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