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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예금인출사태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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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예금인출사태 본격화

금괴로 바꾸거나 달러화표시 예금으로 몰려

일본에서 예금 인출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오는 4월1일부터 금융기관 파산시 예금의 일부만 정부가 보상해주는 예금부분보장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예금부분보장제 실시에 따른 인출사태는 '3월 일본위기설'의 한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자매 주간지인 '아에라'는 15일자에서 현재 일본인들이 느끼고 있는 금융불황 공포감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금 사재기 열풍**

도쿄의 한 회사원(53)은 새해가 밝자마자 약 7백만엔짜리 정기예금을 해약해, 즉시 도쿄 오테마치의 보석상에서 1kg짜리 금괴들로 바꾸었다. 금괴 하나는 5.2cm, 세로 11.3cm, 두께 1cm로 크기는 작지만 무거웠다. 금괴 한 개의 시가는 1백35만엔 정도. 1백만엔 다발 7개가 1kg에 달하는 금괴 5개로 바뀐 것이다.

금괴 가방을 든 이 회사원은 "은행예금도 남아 있지만, 은행이 부도나면 은행돈은 휴지조각이 될지 모르잖아요. 금은 언제나 금이니까 안심이 되죠"라고 말했다.

일본 최대 보석회사인 다나카 귀금속 공업에 따르면 최근 현금을 금괴로 바꾸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뉴욕의 9.11테러가 일어난 지난해 9월부터 금괴 판매가 늘어났는데 지난 9월 매출은 그 전해의 거의 10배에 달했다. 그 후 잠시 소강 상태를 보였다가 해가 바뀌자마자 1월에만 작년의 3배 정도의 매출이 일어났다

금은 당장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투자 상품이 아니라, 인플레나 큰 사회변동 때 재산보존의 수단이다. 금은 매매시 가격차가 크다. 구입할 때보다 5%가 올라야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금을 금으로 바꾸려는 행렬은 좀처럼 그치질 않고 있다.

***외국계 은행으로 몰려드는 예금**

미국계인 시티은행은 지난해 신규구좌수가 전년보다 40% 늘었고, 신규수신고는 2배가 급증했다. 특히 2년 만기 외화표시 정기예금은 6개월마다 가산금리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미 달러로 최종 금리 2·5%, 유로화는 3%로 일본의 저금리와 큰 차이가 난다.

세계최대 금융기관인 시티은행의 신용등급은 일본 국채 즉 일본의 국가신용등급보다도 높다. 일본의 신용이 추락하면서 외화표시 예금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한 재무설계사는 재작년 오스트레일리아 달러 표시 외화 예금을 했다. 금리는 6%. 작년말 오스트레일리아를 여행할 때 현지에서 현금을 인출해 사용했다.

그러나 외화 예금은 고금리이나 환율 변동으로 손해볼 수도 있다. 여행이나 유학이 예정된 나라의 통화로 예금하면 환리스크는 없다. 그렇지만 환리스크에 대한 지식도 없이 외화예금을 예금부분보장시대의 대책으로 권유하기는 조심스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외국계 금융기관을 찾는 이들의 발길은 늘고 있다. 특히 고액 예금자들이 외국계로 옮겨가는 경향이 짙다.

***2000년 한 해에만 예금지급에 3조6천억엔 혈세 투입**

일본의 은행들은 보통예금이나 정기예금의 규모에 비례해 일본의 예금보험기구에게 보험료를 지불해 왔다. 거품경제가 붕괴하기 시작한 91년도부터 10년간 1백14개의 금융기관이 파산했어도 고객들에게 예금을 전액 보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파산이 잇따르면서 예금보험기구의 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예금보험기구는 정부로부터 받은 국채를 현금화해 부족분을 채웠다. 2000년 한 해에 현금화된 국채는 3조6천억엔. 이는 모두 국민의 세금이었다.

4월1일부터 시행되는 예금부분보장제는 2단계로 실시된다. 금년 4월부터는 정기예금, 내년 4월부터는 보통예금까지 원금 1천만엔과 그 이자 밖에 보장되지 않는다. 예금보험 대상이 아닌 외화표시 예금 등은 금년 4월부터 전액 보증되지 않는다.

예금부분보장제가 실시된다고 은행이 파산할 경우 1천만엔 이상의 예금을 그냥 잃는 것은 아니다. 지난 97년 11월에 파산한 홋카이도 타쿠쇼쿠 은행과 99년 10월에 파산한 니가타 중앙은행의 사례를 예금부분보장제 시대에 적용시켰다면 '파산한 은행의 지불능력'을 의미하는 삭감률은 각각 20%, 30% 정도였다.

2천만엔의 정기예금을 하고 있었다고 하면 예금보험기구로부터 1천만엔, 나머지의 1천만엔의 20%을 삭감한 8백만엔을 받을 수 있어 합계 1천8백만원은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1천만엔이라는 보증액수는 지난 86년 정해졌다. 예금보험기구에 따르면 당시 국민의 95%가 예금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16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저축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0년 12월말 현재, 2명 이상의 세대에서 유가증권이나 생명보험 등을 제외한 저축은 평균 약 1천40만엔이다. 예금보험기구에 따르면 현재 예금이 보장될 수 있는 대상은 절반 이상이다. 거꾸로 말하면 절반 가량은 예금부분보장에 대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 인출사태 막기 위해 각종 편법 동원**

돈이 빠져나가자 일본 금융기관들에 비상이 걸렸다. 인출사태를 막기 위한 각종 묘안이 짜내지고 있다.

가족 명의로 하는 경우 1백10만엔 이상의 증여라면 세금이 붙는다. 남편이 아내에게 1천만엔을 증여하면 약 2백60만엔의 세금을 내야 한다.

"우리 은행에 맡기면 증여세를 내지 않도록 해준다"며 고객에게 가족 명의로 예금을 분산시키는 방법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 자기 은행에서 예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금융심의회 위원인 타카하시 노부코는 "은행들이 금리를 내세우며 예금을 유치하려 하지만, 실제 이자액과 수수료 등을 계산해 다른 상품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금융 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현금을 이리저리 옮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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