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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문화도 저력있다"

英 파이낸셜타임스 '금융ㆍ문화 강국' 격찬

한국이 경제와 문화 부문에서 국제적 강소국(强小國)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본디 문화는 경제강국에서 경제약국으로 흘러가는 법이다. 경제체질이 강화되면서 그 영향력이 문화 등 각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일본은 한국에서 구조조정을 배워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자 칼럼에서 "일본은 금융,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국의 금융개혁에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FT는 같은날 "한국의 대중문화가 중국 등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을 한류(韓流)라고 하는데, 한국의 대중문화가 일종의 문화제국주의로서 아시아 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도 "한국의 주식시장은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을 제치고 펀드 매니저, 투자전략가, 분석가 등이 모두 선호하는 투자 대상이 되고 있으며, 각 분야의 투자관계자들이 동시에 한 지역을 투자대상으로 꼽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7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부실채권으로 지급 불능 상황에 빠진 일본의 은행들에게 공적자금을 곧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임기응변적인 대응에 불과하다.
일본의 은행들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구조조정을 게을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이미 15조엔의 자금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일본 은행들이 기술적으로 지급불능상태이지만, 공적자금 투입이 있을 것이라는 금융시장의 확신을 반영해 7일 일본 주식시장에서 은행주가 8.2% 상승했다.

일본은 지난 99년 9조엔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었다. 그러나 그 후 일본금융 상황은 도리어 악화됐다. 일본 경기침체로 부실채권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은행들은 여전히 일본 최대 유통업체 다이에이와 같은 부실기업들을 지원하는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잘못된 투자에 자본을 배분하는 일을 막기 위한 구조개혁과 더불어, 수요진작과 인플레 기대 창출을 위한 극적인 정책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해결책은 분명히 실행 가능한 것이다. 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이후 한국은 금융시스템의 구조조정을 단행, 부실채권이 감소하고 경제성장 등 결실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의 금융개혁도 완벽한 것과는 거리가 있지만 일본은 그마저도 못한다는 점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한류(韓流)는 한국판 문화 제국주의**

FT는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도 높게 평가했다.

한류란 영화, TV쇼, 애니메이션, 컴퓨터 게임 그리고 패션 등 한국 젊은이들의 대중문화가 전 아시아 지역은 물론 아시아 지역을 넘어 휩쓸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한류는 미디어와 창작산업의 아시아 중심지로서의 한국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국내에서 한국산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와 맞먹고 있으며 음반계에서는 서구의 것이 겨우 20%를 차지할 정도다.

한류는 1980년대 아시아의 음악과 영화산업계를 침투한 서구 문화에 대해 한국 소비자들의 반격이 시작된 것을 상징한다.
이제 한국의 창조적 산업이 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함으로써 문화 제국주의의 한국판을 연출하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의 상업적 성공은 한국사회 자체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는 보다 더 현대화되고 보다 더 격식을 버리고 있으며 미디어 산업과 같은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이 기존의 재벌에 의한 경제지배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은 오는 6월 수백만명에 달하는 서구 시청자들의 시선을 한국에 집중시키는 월드컵 축구경기를 공동 개최함으로써 한국의 창작산업을 한 계단 끌어올리는 발판을 마련함과 동시에 세계로 진출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의 인구 분포도 젊은이들의 대중문화 융성에 일조하고 있는데 15세이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다. 반면에 노령화사회인 일본은 15%에도 못미친다.

SES와 신화 같은 그룹이 타이완과 캄보디아에서 각각 정상을 구가하고 있으며, 한국 TV드라마는 베트남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열다섯살의 가수 보아(Boa)는 10살 때 음반회사인 SM 엔터테인먼트에 발탁된 후 한국어는 물론 일본어와 영어로도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았다.
그녀는 작년 일본에서 4곡을 히트시켰으며 올해 도쿄에서 첫 음반을 낼 예정이다. 또 금년중 미국 음반계에도 진출할 예정이며 더 나아가 유럽진출도 생각하고 있다.

영화 <나쁜 남자>를 유럽에 수출한 CJ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대중문화의 성공은 한국을 보다 친근하게 만들며 관광산업을 돕게 되고 현대 자동차와 삼성 휴대폰의 상표를 보다 유행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SM 엔터테인먼트 같은 회사는 중국 청중들의 인기를 끌기 위해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음악밴드의 명칭과 스타일은 그대로 유지하되 멤버를 중국인으로 교체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코스닥 등록회사인 SM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중국에서 10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M은 중국측과 제휴해 중국시장 진입비용과 위험성을 줄일 수 있었다.

진념 재경부장관은 이러한 혁신적 발상을 격려하고 있다. SM과 CJ 같은 회사들도 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유통업, 관광, 그리고 문화 콘텐트 같은 3차 산업을 발전시켜 지식기반 경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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