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자 한 중앙일간지에 실린 지면 광고의 제목이다. '서정갑을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연세인 일동'이라는 명의로 실린 이 광고에는 지난해 6월 덕수궁 앞에 설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탈환'한 영정을 높게 치켜든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의 사진이 함께 실려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의 지면 광고가 실린 이유는 바로 노 전 대통령 분향소 기습 철거를 진두지휘한 이 단체의 서정갑 본부장이 연세대학교 총동문회에서 선정하는 '2009년 자랑스러운 연세인'으로 뽑혔기 때문.
연세대학교 총동문회(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는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2010 연세동문 새해 인사의 밤' 행사를 열고, 서정갑 본부장 등 3명에게 '2009년 자랑스러운 연세인 상'을 수여했다. 총동문회 측은 선정 이유에 대해 "서 본부장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키는 데 앞장서 왔다"고 밝혔다. 서 본부장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ROTC 장교로 복무했다.
▲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이 지난해 6월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탈환'한 영정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
노 전 대통령 분향소 철거 후 "쓰레기를 청소한 것"
그러나 전직 대통령을 위한 시민 분향소를 부수고 가스총을 난사하는 등, 심심치 않게 '좌익 세력에 대한 백색 테러'를 주장해온 서정갑 본부장의 수상이 적절한 지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실제 서 본부장은 지난해 6월 24일 새벽 5시30분경 국민행동본부 소속 애국기동단을 이끌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분향소 기습 철거를 진두지휘했었다. 당시 각계에서 쏟아진 비판에 대해 그는 "쓰레기를 청소한 것"이라며 "탈환한 영정 사진을 국민행동본부 사무실로 가져갔다"고 말하는 당당함을 보이기도 했다.
서 본부장은 같은 달 16일에도 시민분향소 강제 철거를 시도하며 가스총 3발을 발사하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 지난해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대한문 앞 시민 분향소에 난입한 국민행동본부 회원들.사진 뒷쪽으로 가스총을 쏘고 있는 사람이 서정갑 본부장이다. ⓒ뉴시스 |
▲ 보수단체의 기습 철거로 무너진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 모습. ⓒ뉴시스 |
연세대 학생·동문 반발…"치욕 그 자체"
당장 이 소식을 들은 연세대 재학생과 동문들은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세대 동문들은 13일 신문 광고에서 "저희 연세인들은 이 사람(서정갑 본부장)이 연대 출신임을 혐오스럽게 생각해 왔는데, 이 사람이 동문회에 의해 '자랑스러운 연세인'으로까지 선정돼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하다"며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습니다만, 쥐구멍에는 쥐새끼가 웅크리고 있어 그도 저도 못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연세대 총학생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누가 이 사람을 자랑스러운 연세인으로 선정했냐"며 "재학생과 동문들의 의견 수렴 하나 없이, 우리 사회의 통합과 민주주의의 성숙을 저해해 온 서정갑 씨를 '자랑스러운 연세인'으로 선정한 것에 대해 실망스러울 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12일 '연세대학교 1980년대 총학생회장 모임'은 성명을 내고 "총동문회는 서정갑 본부장에 대한 수상 결정을 철회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누구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대다수의 연세인에게 서정갑의 '자랑스러운 연세인' 수상은 치욕 그 자체"라며 "서정갑, 그가 아니어도 '자랑스러운' 연세인은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민주당 송영길(경영·81학번), 한나라당 정태근(경제·82학번) 의원과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국문·81학번) 등, 연세대 80년대 학번 중 총학생회장단을 맡은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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