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표준단독주택 가격공시를 했다. 비대언론들의 '세금폭탄'이라는 모함(?)이 무색하게 올해 전국 표준단독주택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인 현실화율은 53%로 지난해보다 1.2%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서울의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17.75%로 유일한 두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는데, 근래 집값이 급등한 주택들이 주로 서울에 모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서울의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은 고가주택 위주로 이뤄졌는데 그조차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인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표준단독주택이 지난해 1911호에서 올해 3012호로,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인 6억 원 초과 표준단독주택은 5101채에서 올해 6651호로 각각 늘어나는데 불과하다.
공시가격 현실화가 '세금폭탄'이라는 거짓말
이번 참에 조세정의와 형평성 제고의 첫걸음이라 할 공시가격 현실화에 '세금폭탄'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비대언론들의 거짓말을 탄핵할 필요가 있다.
공시가격이 급격히 올라가면 보유세도 덩달아 폭등한다는 이른바 ‘세금폭탄’론은 전형적인 곡학아세다. 보유세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부세로 구성된다. 먼저 재산세를 살펴보자. 공시가격 기준 3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는 직전연도 대비 5%(예를 들어 작년에 재산세를 10만원 낸 주택소유자라면 올해는 10만5000원을 초과하지 못한다), 3억~6억 원 주택은 10%, 6억원~9억 원 주택은 30%가 세부담상한이다. 즉 공시가격이 전년에 비해 아무리 올라도 세부담 인상은 극히 미미한 것이다. 참고로 이번에 고시한 표준단독주택 중 98.3%가 중저가주택이다.
전체 세대 가운데 2.1%에 불과한 종부세 과세대상자들을 근심하는 미디어들이 많은데 이것도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다.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에만 부과되는 종부세는 전년 대비 50%이상 세부담을 늘릴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전년 보다 세부담이 100%까지만 늘어날 수 있다.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내 3주택자 이상만 전년 보다 세부담이 200%늘어난다. 게다가 10~30%에 이르는 고령자(60세 이상) 세액공제와 20~40%에 이르는 장기보유자(5년 이상)세액공제를 감안할 때 종부세 과세 대상자들이 부담해야 할 보유세 부담은 더 줄어든다.
2006년부터 작년까지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80%가량 올랐다는 소식과 작년 9월 서울의 소득대비아파트 가격(PIR)이 사상 최초로 13.4(이는 서울에서 중간소득 가구가 평균가격의 집을 사는데 한푼도 쓰지 않고 대략 13.4년이 걸린다는 뜻이다)을 돌파했다는 소식들이 줄을 잇고, '종부세 한 번 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무주택자들의 절망적인 탄식이 하늘을 덮는 마당에 공시가격 현실화가 종부세 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대언론들의 거짓선동은 후안무치 그 자체라 할 것이다.
월 200만 원도 못 받는 임금소득자들에게 세금폭탄 타령은 폭력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작년 4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근로소득자의 절반(887만명)이 200만 원 이하라 한다. 심지어 10명 중 3명(532만명)은 최저임금 수준인 126만 원(2016년 시급 6030원)도 못받는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있다. 뼈 빠지게 일 해도 월 급여를 200만 원도 받지 못하는 900만 명의 근로소득자들에게 여가나 취미,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희망 같은 것은 사치일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선 많게는 수십억 원에서 적게는 수억 원의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은 자들이 있다. 그리고 정부가 조세정의와 형평성 제고를 위해 추진하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세금폭탄'이라며 혹세무민하는 미디어들이 있다. 절망 속에서 저임의 힘겨운 노동을 견디는 수 많은 시민들에게 적어도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