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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가 브랜드 키워야 산다

선진국 되려면 국가 이미지 높여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근 ‘조폭이 주름잡는 한국’이라는 요지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다시한번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가 큰 타격을 받았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도 김대중 정부의 야심작인 반부패특위에 위원장으로 내정된 인사가 벤처기업과의 연루설로 불미스럽게 사퇴한 것을 정권차원에서 상당한 타격을 준 사건으로 다루기도 했다.
모처럼 경제구조조정이 호평을 받으면서 국가신인도가 개선되고 있는 마당에 '정치'가 찬물을 끼얹고 있는 양상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조폭 하면 마피아가 군림하는 러시아나 이탈리아, 중남미를 연상한다. 한국정치가 한국의 국가신인도를 크게 후퇴시키고 있는 것이다.

***낙후한 정치가 한국국가신인도의 결정적 걸림돌**

전세계적인 무한경쟁시대에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회사나 제품별로 브랜드를 키우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 자체가 브랜드라는 것이다. 특히 금융 중심으로 세계가 재편되면서 국가시스템이 하나의 브랜드로 평가받게 된 것이다.

국가의 브랜드 가치라고 할 만한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으로 가장 권위있는 곳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다.
지난해 한국은 IMD 평가에선 49개 조사 대상국 중 28위, WEF 조사에선 75개국 가운데 23위를 했다. 경제규모와 걸맞지 않게 국가경쟁력은 바닥권을 밑돌고 잇는 것이다.
IMD 조사에선 미국. 싱가포르. 핀란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가, WEF 조사에선 핀란드.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호주가 각각 1~5위를 차지했다. 특히 90년대초 위기를 겪었던 핀란드는 기술혁신과 부패척결 및 투명성 제고로 지난해 국제경쟁력 상위국가로 올랐고, 최근에는 유럽의 빈곤국이었던 아일랜드가 대혁신을 통해 비약적 발전을 이룩해 우리나라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국가 브랜드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

국가신인도 개선이 시급한 현상황과 관련, ‘브랜드 국가’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네덜란드 국제관계연구소의 피터 밴햄 연구위원이 포린 어페어스지에 기고한 논문 <브랜드 국가의 비상:이미지와 평판의 포스트모던 정치학>을 요약 소개한다.

오늘날 한 국가의 GDP나 정치시스템, 문화 등은 국제사회에서 일종의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마케팅 브랜드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투자를 끌어들이는 이미지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브랜드 국가’로 일컬을 만한 국가들은 세계경제의 기득권자로서 이미지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한데 모여 EU, NATO, G7 등 정치세력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주요임무는 브랜드국가와 그렇지 못한 구경꾼 국가들과의 격차를 벌이는 것이다.

싱가포르와 아일랜드는 이제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정서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브랜드 국가’다. 브랜드란 ‘제품에 대해 소비자가 갖는 인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브랜드 국가’는 특정국가에 대해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갖는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국제무대에서 평판이 나쁘거나 전혀 알려지지 않은 국가는 경쟁력에서 상당한 핸디캡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가 이미지 관리는 국가전략의 핵심이 되고 있다. 브랜드 제품처럼 브랜드 국가는 신뢰와 소비자만족에 기초하고 있다.
제품에 대해서 평가하듯 국격(國格)에 대해서도 ‘친숙, 신뢰’ 등의 점수를 매긴다. 내용에 앞서 이미지를 우선하는 경향은 유럽의 정치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수학파들에게는 불편한 주장이 되겠지만, 국가의 브랜드화가 이제는 민족주의를 대체하고 있다.
브랜드 국가들은 자신의 역사, 지리, 인종적 구성 등을 고유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활용한다. 민족주의적 쇼비니즘을 벗어나려는 브랜드 국가의 노력은 유럽의 통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국가 브랜드 관리의 선두주자**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부는 영국이 미디어, 디자인, 음악, 영화, 패션산업 등의 세계적 중심지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자 각종 홍보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영국의 움직임에 자극받은 유럽의 여러 국가들도 국가 이미지 관리에 나섰다. 벨기에는 정부 부패 , 아동 포르노그래피, 다이옥신 오염사건 등 일련의 추문을 겪은 뒤 국가 이미지 관리팀을 신설했다.

에스토니아는 ‘전 소련 국가의 일원’이라거나 ‘발트해 연안 국가’로 불리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그래서 에스토니아의 외무장관은 ‘EU예비회원국’이나 ‘스칸디나비아 국가’로 자국을 지칭한다.

핀란드의 노키아나 스웨덴의 볼보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제품이 없는 에스토니아는 그대신 환경주의자나 해외직접투자 유치를 위해 ‘녹색 국가’라는 이미지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

폴랜드의 외무장관도 EU 시민들 대부분이 폴랜드를 독실한 가톨릭 국가, 보수적인 나라로 알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특별홍보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국가들이 미국의 경기 침체로 세계경제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도 해외자본유치와 주식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이미지 제고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추구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국가의 브랜드 파워는 나토와 유럽연합의 회원국 자격을 획득하는데 정치전략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회원국의 자격이 객관적인 지표로 결정될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정치적인 움직임이 늘 객관적으로 투명하고 예측가능하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한 논리다.

동유럽 국가를 살펴보자. 동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아직도 이미지 때문에 경제발전이나 정치안보상 유럽의 주요한 기구에 가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유럽 건설>의 저자인 역사학자 래리 볼프는 서유럽인들이 동유럽인들에 ‘야만적’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온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볼테르와 디드로의 저술에 동유럽은 빈곤, 음울, 은둔이 지배하는 지역으로 그려진다.

1945년 영국의 역사학자 휴 세턴-왓슨은 동유럽 사람들이 “발음하기 힘든 이름을 갖고 있으며, 들판과 숲, 산, 강변에 사는 등 우리와는 또다른 세상”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유로화 출범도 브랜드 제고 노력의 일환**

실제로 나토나 유럽연합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여론조사를 해보면 호의적이지 않다. 새로운 회원국들로 인해 독점적 위상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나토나 유럽연합의 회원국이라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지위를 상징한다.

유로화 출범으로 유럽연합이라는 이름은 가장 자주 쓰이고,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

나토와 유럽연합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이들 기구는 가입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회원국이 되려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선진국이어야 한다. 마치 은행이 신용불량고객에게 담보가 있어야 대출을 해주는 것과 같다.

폴랜드, 헝가리, 체코 공화국 등 나토의 신규 회원국들이 선진국이라는 증거로 나토 회원국임을 내세우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회원국이 될 수 있는 근거를 대라고 하면 이들 국가는 “그만한 자격이 있으니까”라고 간단히 답한다.

이제 외교관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브랜드 자산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다. 외교관들의 임무에 자국에 맞는 브랜드 틈새 시장을 찾아내고 고객만족을 보장하는 활동을 통해 ‘평생고객’을 창출하는 것이 포함될 것이다.

브랜드 국가들의 틈바귀에서 적절한 브랜드 자산이 없는 국가들은 국제사회에서 존립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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