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한국을 찾은 프랑스의 저명한 문화비평가 기 소르망(57)은 자신의 저서 <간디가 온다>의 번역 출간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인도는 전통을 파괴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중국과 달리 전통의 보존에 애쓰고 있다”고 두 나라를 비교했다. 기 소르망은 문화평론가답게 기술문명과 자본주의만으로는 인류가 빈곤에서 탈출할 수 없다며 은연중 인도의 노선을 지지했다.
그러나 미국의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인도 관련 기사에서 “닮은 점이 많은 중국에 비해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인도 엘리트들이 탄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인도인들은 중국인들이 주요 분야에서 그들을 훨신 앞서가고 있다는 것에 전율하고 있으며, 특히 하이테크 분야의 엘리트들의 좌절감은 엄청나다면서 그 배경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고립주의가 초래한 빈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나가면서 인도의 경제계 인사들과 정보통신(IT) 분야의 엘리트들은 그들이 평소에 즐기던 '여흥'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여흥이란 다름아닌 중국에 대한 고민이다.
인도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로 많은 유사점이 있다. 각각 10억 이상의 인구, 수천년 가꿔온 찬란한 문화, 서구의 지배를 받았던 식민지 시대, 50~60년대의 사회주의 체제 경험, 전국적으로 만연된 빈곤, 일류대학에서 쏟아져 나오는 풍부한 고급인력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서구세계를 매료시킨 나라는 중국이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수천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한 것도 중국이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세계적인 관심사였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퍼스널컴퓨터(PC) 시장이며, 반도체 생산의 새로운 중심지이자 엄청난 중산층 소비인구를 가진 나라다.
중국의 휴대폰 보유자 숫자가 지난 여름 1억2천만명을 돌파해 미국을 제치고 휴대폰 세계최대시장이 된 반면, 인도는 휴대폰 인구가 모두 합쳐 5백여만명에 그치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한달 동안에 늘어나는 휴대폰 사용자 숫자에 불과하다.
인도의 경제 개혁조치는 중국과 비교해 볼 때 미미한 수준이다. 아직도 과거 사회주의시절에 채택한 자립경제라는 고립주의적 경제정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국은 여러 개혁조치로 상하이 같은 도시를 불과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앞날이 무궁무진한 대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상하이는 고층빌딩이 즐비한 반면, 인도의 봄베이는 과거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상하이를 여행했던 한 인도인의 편지에는 중국의 성장에 대해 인도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잘 나타나 있다.
***"중국과 비교하면 울고 싶을 뿐이다"**
“상하이에 와보니 이곳이 뉴욕이나 파리가 아닌가 몇 번이나 뺨을 꼬집어 봐야 했다. 중국 정부는 수십억 달러의 외자를 도로, 주택, 전력 등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투입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인도의 현실과 비교하면 울고 싶을 뿐이다. 중국은 2008년까지 세계 제일의 강국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인도 IT산업의 경쟁력이라는 것도 기껏해야 2년 정도 남았을 뿐이다. 중국에 비해 우리는 몇광년이나 뒤쳐져 있어 결코 따라 잡지 못할 것이다.”
물론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끝났다고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 90년대 인포시스, 위프로, 사티암, 타타 컨설턴시 시스템 등 인도의 대표적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서구 다국적 기업들의 협력업체로서 우수한 엔지니어들을 배출하면서 성장했다.
인도인들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중국인들이 따라잡기 힘든 실력을 갖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필수적인 영어구사능력은 인도의 빼놓을 수 없는 경쟁력이기도 하다. 또한 인도는 중국인들은 꿈도 못꿀 정도의 수준 높은 자유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
중국정부는 인도와 직접 경쟁해도 좋을 만한 수준으로 자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발전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언제까지나 이윤이 낮은 하드웨어 분야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손을 잡을 것인가**
인도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중국과 협력해 이익을 챙길 것인지, 아니면 가능한 한 자국의 IT분야를 중국의 도전으로부터 보호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중국이 어느 길을 택할 것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이미 인도에 진출해 있는 중국 출신 엔지니어들이나 업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몇몇 인도의 IT회사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제로 섬 게임'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인도의 유명한 IT 교육기관인 NIIT는 이달초 중국으로 사업을 크게 확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NIIT는 내년에 중국 전역에 걸쳐 1백개의 교육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지난 달 인도의 소프트웨어 회사 젠사도 홍콩에 있는 아시아 로지스틱스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중국 시장을 파고 들겠다고 밝혔다.
인도는 20세기에 취한 '폐쇄 정책'으로 경제가 매우 어려워졌다. 21세기에도 인도가 이같은 정책 실패를 되풀이 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젠사의 뒤를 따르는 인도 회사들이 많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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