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FEER)지는 최근호(13일자)에서 최근 부시 미정부에 의해 연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북한 생화학무기에 대한 의혹이 앞으로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미국내 온건파와 한국정부의 입장을 상세히 전했다.
이 잡지는 또 미정부의 북한압박정책이 지난 94년 북한핵 위기때처럼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어내기 힘들어 생화학무기 강제사찰 등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FEER 보도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무기사찰이 대테러 전쟁의 일환으로 시급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미국 관료들의 발언이 잇따르자 한국에서는 이로 인해 북한과의 건설적인 대화가 중단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북한은 이라크와 함께 알 카에다 등 국제 테러리스트 조직들을 지원하는 국가로 분류되어 왔다.
***"부시정부의 대북정책이 매파에 의해 좌우되면 위기를 자초할 것"**
지난달 19일 존 볼턴 미 국무부 차관(군축과 국제안보 담당)은 제네바에서 열린 생물무기협약(BWC) 회의에서 “북한의 생물무기 보유가 국제안보에서 이라크 다음으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북한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다량의 생물무기를 생산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지금까지 북한의 생물무기 체제에 관해 미국 고위 관료가 말한 것 중 가장 강도가 높은 것이다. 그로부터 닷새 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무기사찰을 받아들이도록 강력하게 촉구했다.
한국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94년 북한의 핵무기 개발 재개를 둘러싼 갈등 때처럼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볼턴과 폴 월포위츠 국방차관 같은 매파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볼턴은 이데올로그이자 강경파로서 무책임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며 "무기를 없애려는 접근방법이 협박이 돼서는 안되고 어디까지나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시와 볼턴의 발언들은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동아시아태평양 담당)의 발언과 대비된다. 미 국무부는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의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며 거듭 한국정부를 안심시키고 있다. 일종의 '짜고 치는 전략'일 수 있다.
***일부러 북한의 강경대응을 자극하고 있는 것인가?**
부시와 볼턴의 발언이 부시 행정부의 보다 솔직한 입장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한 동아시아 문제 전문가는 “부시는 북한에 대해 극도로 회의적이고 강한 적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정책 연구소 글로벌시큐리티 존 파이크 소장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 실험 등 힘을 과시하는 행위를 미국이 의도적으로 무시함으로써 북한이 보다 강도 높은 시위를 하도록 유도해 북한이 전쟁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CIA는 북한이 한 두개의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양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핵탄두를 실어나를 수 있는 미사일 체제를 이미 구축했으며 미사일 수출과 기술 이전은 북한의 최대 수출품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북한에서 망명한 전직 외교관 고영환씨에 따르면 미사일 관련 수출이 많을 때는 10억달러에 이르렀다. 그는 97년 미국 상원의회에서 북한이 이란, 시리아, 이집트, 리비아 등에 미사일을 판매했다고 증언했다. 올해초에는 노동 미사일과 제작기술을 이집트에 판매했다는 기사가 이스라엘과 한국의 신문들에 실리기도 했다.
북한의 거래처는 미사일만 구입하는 시리아와,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협력하고 제작기술을 도입하는 이란과 이집트 등 두 부류로 나뉜다. 북한은 두 번째 부류의 국가들을 통해 미사일 실험을 할 수 있기에, 미국으로부터 경제외교적인 혜택을 받고자 2003년까지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김정일의 약속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노동 미사일의 경우 처음에는 북한에서 실험이 행해졌으나 그후에는 이란에서 이뤄졌다.
***94년 핵위기때와 같은 국제사회 지지 유도는 힘들듯**
북한의 화학무기 개발은 성숙단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89년부터 적어도 8개 공장에서 생산되는 화학가스(신경, 수포, 질식), 혈액작용제 등이 2천5백톤에서 5천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과학자협회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의 탄저균 테러 사건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생물무기에 대해서도 90년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생산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학자협회는 북한이 탄저균, 황열, 천연두 등을 포함한 생물무기도 이미 일정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1987년 생물학 무기 협약에 가입했지만, 협약 준수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무기사찰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승수 외교통상부 장관은 “94년 핵위기 때와는 달리 북한을 압박할 합법적 수단이 없어 무기사찰을 위한 미국의 노력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은 생물무기협약을 강화해 이를 무시하는 나라를 압박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알 카에다 같은 곳에 생화학무기를 팔았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북한이 무기사찰에 동의하도록 만들기는 힘들 것이다. 지금까지 증거로는 알 카에다 활동을 지원했던 세균전 전문가가 북한인이라는 탈레반 증언자에 대한 뉴스 리포트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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