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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대우사태' 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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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대우사태' 발발

엔론, 美 사상 최대규모 파산

사고금액이나 분식회계, 경영진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등에서 ‘미국판 대우사태’라 불릴만큼 대우그룹 사태와 여러모로 흡사한 초대형 기업파산 사태가 미국에서 발생, 월가를 밑둥채 뒤흔들고 있다.
이번 사고는 파산규모가 미국 자본주의사상 최대규모의 파산이라는 점외에, 선진자본주의국이라 자부해온 미국에서 장부조작 등 온갖 후진국형 모럴해저드가 자행됐다는 점에서 세계경제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지역 에너지 거래의 25%를 독식하고 있던 엔론(Enron)사가 2일(미국 현지시간) 뉴욕의 연방파산재판소에 미연방파산법 11조에 기초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엔론은 지난해말 매출액이 미국 전체기업들 가운데 랭킹 7위를 차지하고, 6월말현재 자산총액이 6백28억달러에 달하는 미국내 최대 에너지그룹으로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엔론의 파산으로 종전의 파산규모 최대기록이던 지난 87년 텍사코의 3백59억달러를 경신하게 됐다.

***미국사상 최대규모의 파산사태 발생**

미국 최대의 전력 및 천연가스 공급업체인 엔론의 파산으로 우선적으로 피해를 입게된 이들은 엔론 종업원들이다. 엔론은 휴스턴본사에 7천5백명을 비롯해 전세계에 2만1천명을 직원을 갖고 있다. 이들중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휴스턴본사는 1차로 파산보호 신청 직후인 3일 전체직원의 절반이상인 4천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엔론에 돈을 꿔준 금융기관들도 거액의 피해를 볼 전망이다. 엔론의 알려진 부채규모는 3백12억달러. 당초 1백30억달러로 알려졌다가 장부를 열어보니 크게 늘어난 수치다.
미국에서는 J.P.모건 체이스와 시티그룹이 엔론에 가장 많이 대출해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유럽 금융기관들도 신디케이트론 형태로 적잖이 물려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일 골드만삭스는 시티그룹, J.P.모건 체이스, 메릴린치, 리먼 브러더스 등의 실적추정치를 하향조정하는 동시에, 모건 스탠리 딘워터에 대해선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아직 정확한 액수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파생금융상품 거래규모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나 피치 IBCA 등 신용평가기관들은 엔론 관련 파생금융상품 거래가 6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험업계들의 피해도 클 전망이다. 모건 스탠리 추정에 따르면 엔론 파산으로 보험업계가 입게될 손실은 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9.11테러로 벼랑끝 위기에 몰린 보험업계들이 엎친 데 겹친 격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엔론은 2000년말 시가총액이 1천억달러를 넘어섰을 정도로 한때 잘나가던 기업이었다. 엔론은 특히 정보통신(IT)혁명을 적극 수용해 전력과 천연가스를 온라인으로 거래함으로써 급신장을 거듭했었다. 그러던 기업이 왜 하루아침에 쓰러졌을까?

***대우그룹 뺨치는 엔론의 모럴해저드**

가장 근원적 원인은 모럴해저드였다.
엔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경제가 동시불황에 빠지면서 에너지소비가 줄어 영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룹이 망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지난 11월19일 미증권거래위원회(SEC)는 엔론의 분식회계 사실을 적발, 이를 공표했다. 엔론의 계열사들을 포함시킨 통합재무제표를 만들어보니, 97년부터 2000년까지 4년간 엔론의 순이익이 5억8천6백만달러나 줄어들더라는 것이었다. 반대로 부채는 2000년에만 6억2천8백만달러나 늘어났다. 대우그룹 뺨치는 장부조작이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같은 분식회계의 손실이 대부분 임원들의 재산 증식을 위한 투기과정에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엔론의 CFO(최고재무책임자) 앤드류 파스토우는 자신이 관여하고 있던 위장계열사 LJM2와 엔론의 거래를 성사시키며, LJM2로부터 3천만달러를 챙겼다. 전직 북미법인 사장이던 마이클 코퍼 역시 츄코 인베스트먼트, LJM 등 계열사 주식을 사들였다가 되팔며 차익을 챙기는 등 각종 편법을 자행했다. 이들 경영진은 또한 단기간에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험성 높은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하다가 엔론에 10억달러의 손실을 입혔다.

이번 엔론 파산사태는 세계최고의 경영투명성과 주주가치 최우선을 자랑해온 미국 기업들 가운데에도 상당수 문제기업들이 있다는 사실을 백일하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계에서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울러 이런 부정행위가 수년간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금융감독당국이 이를 사전에 적발하지 못했다는 대목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 속담에 “열 포졸이 한 도둑을 못 잡는다” 했다. 한 국내 경제전문가는 “9.11테러가 월가에 대한 정치테러였다면 엔론 사태는 월가에 대한 경제테러인 셈”이라고 말했다. 월가도 이제 “우리가 최고”라는 자만에서 깨어나, 스스로 원칙에 충실할 때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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