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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 거부' 다시 헌재 심판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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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 거부' 다시 헌재 심판대에

병역법 제88조에 대한 법원 위헌법률심판 제청 잇따라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가 다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오른다. 2009년부터 실시하기로 한 정부의 대체복무제 약속이 사실상 백지화된 후, 병역법 제88조1항에 대한 일선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5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형사2단독 재판부는 병역 거부로 재판을 받고 있는 권모 씨의 병역법 제88조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여 재판을 중단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수원지방법원 형사4부 역시 '여호와의 증인' 신도 김모 씨 등 2명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였다.

수원지법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가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대한 간절한 희망과 결단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고, 그런 의미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병역 거부를 군 복무의 고역을 피하기 위한 것이나 국가 공동체에 대한 기본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무임승차 식으로 보호만 바라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또 "기본권과 여타의 헌법 가치 사이에 충돌이나 갈등이 있는 경우, 입법자는 일방적으로 다른 헌법 가치만을 실현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충돌이나 갈등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병역 제도를 살펴보면, 입법자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라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입법자가 이들에게 일률적으로 입영을 강제하고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판단했다.

병역법 제88조1항은 "현역 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양심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까지 모두 처벌토록 해 논란이 돼 왔다.

병역법 제88조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곧 대법원을 경유해 헌법재판소에 접수될 예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8월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이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결국 '시행 무산'된 대체복무제…현재 수감자만 696명

병역법 조항에 대한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은 2008년 12월 정부가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백지화한 이후 네번째다. 앞서 지난해 7월과 11월에도 대전지법 천안지원과 전주지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있었다.

이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모임인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는 11일 성명을 내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어떻게 내려질 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현행 병역법이 개인의 양심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일선 판사들의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더 이상 국가가 이 문제를 모른 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어서 "노무현 정부의 약속대로였다면 2009년부터 대부분의 병역 거부자들을 감옥 대신 사회 봉사 현장에서 만났을 것"이라며 "대체복무 약속이 뒤집히고, 다시 2010년이 왔지만 그들은 아직 차가운 감옥에 갇혀 있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국방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9월 대체복무제를 2009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현 정부 들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2008년 9월 춘천지법에서 병역법 88조에 대한 위헌 제청이 있었으나, 국방부는 여론 조사 결과를 들며 같은 해 12월 대체복무제 도입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병무청 용역 보고서의 극히 일부분인 여론 조사 결과만 놓고 대체 복무를 백지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해 왔다.

한편, 2009년 11월 말을 기준으로 수감 중인 병역 거부자의 숫자는 총 696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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