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가 아랍권 여론 장악을 위해 5억달러를 들여 위성방송국 설립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인터넷 신문 살롱닷컴(salon.com)은 19일(현지시간) “미국정부가 회교권에 대한 공식적인 교류를 늘리기 위해 아랍어 위성 TV채널을 포함한 ‘새로운 세대의 국제방송국’을 설립하기 위해 5억달러 예산 조성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국은 아랍지역뿐 아니라 전체 이슬람권을 대상으로 할 계획이며 북아프리카에서 인도네시아까지 라디오, TV,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26개 언어로 40개 국가에 정보와 뉴스를 제공하며 주요 대상은 15-30살사이의 5억명의 회교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아프간 전쟁에서 영국과 함께 미디어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신속여론 대응팀'을 구성해 서방측의 반전여론과 이슬람권의 전쟁에 대한 강한 반감을 조기에 진화하려고 노력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월남전 당시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를 허용했다 거세지는 국내의 반전여론에 고생했던 뼈아픈 기억이 있는 미국 정부는 이번 전쟁기간 중에는 국내 언론은 보도통제에 가까운 ‘관리’를 할 수 있었다.
그 좋은 예가 지난달 20일의 칸다하르 공항 침투였다. 비록 지난 12일자 뉴욕커지의 고발기사로 인해 “작전은 대성공이었으며 미군 피해는 경상자 2명뿐”이라는 럼스필드 국방부장관의 발표는 거짓임이 밝혀졌으나 ‘현장이 미군의 피로 흥건했다’는 영국 가디언지 등의 보도는 어느 정도 막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 미국은 새로운 적수를 만나게 되었다. 아랍의 반도국 카타르에서 96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알-자지라가 이번 전쟁에서 보도를 주도한 것이다.
한 예로 개전 초기 미군은 헬리콥터 한대가 추락하자 기상이변으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알-자지라는 부서진 헬기 잔해를 둘러보는 탈레반 전사들의 모습을 방영했고 미국은 이 보도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격추 여부를 떠나 틸레반에게 밀리는 인상을 준 것이다.
그 후에도 오폭으로 인해 파괴된 민간건물 등이 알-자지라방송을 거쳐서 온 세계로 방영될 때마다 각국의 반전시위와 이슬람권의 반미집회가 점차 강도를 더해 가는데도 속수무책으로 있어야 했다.
미 정부가 이슬람권 방송국 설립에 착수한 또 다른 이유는 아랍 우방인 이집트나 사우디정부를 포함한 아랍지역 방송국들의 보도내용에 대한 불만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이며 회교문화권인 국가들은 대 테러연대에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면서 자국의 관영방송들이 미국의 공습과 전쟁수행에 강도 높은 비난을 하도록 허용하여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시키고 정권의 안정도 도모하는 줄타기를 했기 때문이다.
미국정부는 이런 곤란을 피하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하기위해 장기적인 투자를 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살롱닷컴은 백악관과 의회지도자들이 준비중인 이슬람방송이 결국 알-자지라 같이 아랍 또는 이슬람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지역방송들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정부의 이런 방송은 냉전시대에 이미 효과를 발휘한 적이 있다.
공산권을 향한 ‘미국의 소리’나 동구를 향한 ‘자유유럽방송’등이 그 좋은 예이다.
아랍과 이슬람을 향한 새로운 방송도 냉전시대의 ‘미국의 소리’ 방송처럼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미국의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라고 살롱닷컴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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