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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용등급 상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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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신용등급 상향, '왜?'

'월가의 비상 시나리오' 작동인가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13일 오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인 장기외화채권 등급을 BBB에서 BBB+로 전격 상향조정한 데 이어 향후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으로 분류했다.
이번 상향조정은 지난 99년 11월11일 BBB, 긍정적(positive)으로 조정한 뒤 약 2년만에 이뤄진 것으로, 국내시장에서는 전혀 예기치 못한 '선물'이다.

자산운영사인 피데스의 송상종 대표는 "13일 오후 2시경 재정경제부쪽에서 얘기가 흘러나오기 전까지는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며 "아직까지 국내시장 분위기는 그다지 흥분하는 편이 아니나 지난 98년 11월 S&P와 무디스 등이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전격적으로 상향조정할 때의 국내외 상황과 비슷한 대목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98년말 상황과 여러모로 흡사**

그의 지적대로 S&P의 이번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여러모로 98년말 상황과 흡사하다.
98년 9월 세계경제는 예기치 못한 러시아의 모라토리움(채무불이행) 선언으로 심각한 위기국면에 진입했다. 러시아의 모라토리움 사태는 곧바로 중남미로 감염돼 "이러다 세계공황이 오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그 무렵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경우는 특히 정도가 심해 자딘플레밍사의 스티브 마빈 같은 분석가는 "한국주식을 무조건 팔라"는 보고서를 내기까지 했다.

그런데 아무도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우선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격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섰다. 그 뒤를 이어 S&P가 99년 11월11일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전격적으로 상향조정하고 얼마 뒤 무디스가 그 뒤를 따라 마찬가지로 상향조정 조치를 취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발표 얼마 전부터 마치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듯 무지막지한 기세로 '바이 코리아'를 단행, 한때 2백80선까지 떨어졌던 주가를 단기간에 6백대로 끌어올렸다.

당시 경제전문가들은 "러시아 모라토리움 선언후 브라질 등 중남미로까지 위기가 확산되자 불똥이 미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연준이 금리인하를 통해 유동성 장세의 토대를 마련하는 동시에, 미국계 신용평가기관들로 하여금 한국 등 일부 신흥국가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토록 함으로써 전세계적 유동성 장세를 만들어내 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또한번 월가의 '비상 시나리오'가 작동하는 건가**

지금 상황도 당시와 여러모로 흡사하다.
미연준은 올해 들어 금리를 열차례에 걸쳐 4.5%포인트나 낮췄다. 그 결과 현재 미연준 금리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더이상 낮추기 힘든 사실상의 제로(0)금리 상태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를 위시한 세계경제는 좀처럼 동반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올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미국의 뒷뜰인 아르헨티나가 '사실상의 디폴트' 상태에 빠지고 이런 위기감이 브라질와 인도네시아 등으로 번지는등 신흥시장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자칫 잘못하면 29년 세계대공황때와 흡사한, 아무리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도 경제는 더욱 나빠지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이같은 위기때 필요한 해법은 단하나, '돈이 돌도록 하는 길'뿐이다.
98년말 전세계적인 유동성 장세는 미연준의 금리인하와 함께 단행된 한국등 신흥시장에 대한 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등급 상향조치가 병행됐기에 가능했던 작품이었다.
그동안 국제금융계에는 "아직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곤 있으나 한국, 멕시코, 러시아 등은 다른 신흥시장들에 비해 그래도 양호한 편"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따라서 "이번에 S&P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도 98년말과 같은 월가의 '비상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게 국내금융시장 일각의 시각이다.

***미연준과 월가의 속내 꿰뚫어야 대응 가능**

그러나 대다수 국내전문가들은 아직 최종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송상종 대표는 "만약 한국경제의 최대 시한폭탄인 하이닉스 문제가 자산매각 등의 형태로 극적으로 풀려준다면 국내증시가 98년말처럼 유동성 장세에 돌입할 수도 있겠으나 아직은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단계"라며 "외국인 순매수 동향 등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하이닉스 매각 협상이 물밑에서 급류를 타고 있는 점이나, 반도체가격이 일시적일지는 모르나 상승기조를 타고 있는 점, 외국인투자가들이 이달 들어 가공스런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은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에 상향조정된 BBB+가 갖는 투자매력도 크다.
우리나라가 상향조정된 BBB+는 A등급 바로 밑의 등급으로 97년 외환.금융위기 전의 신용등급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하나 상당히 양호한 등급에 속한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들 사이에서는 A등급보다 BBB+등급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투자가들이 약간의 위험을 감수할 경우 BBB+등급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A등급의 그것보다 평균 세배가량 높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후 맥락에서 볼 때 향후 상황은 예의주시를 요한다. 다시금 유동성 장세가 도래함에도 구경만 하다가는 98년말처럼 정보력에서 앞선 외국인투자가들에게 또한차례 천문학적 국부를 안겨주는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불나방처럼 추종매수를 하는 것도 위험하다. 길은 하나다. 미연준과 월가 등 세계금융센터의 속내와 움직임을 정확히 꿰뚫어 읽고 대응하는 것이다. 국내금융계의 실력이 어느 수준까지 와 있는가를 보여줄 때이다.

***<S&P 11.13 평가보고서 전문>**

한국은 건실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한국은행 외환보유고가 1천억달러 이상으로 총외채의 1.5배에 달하며 98년이후 유연한 환율변동제 채택 등으로 유동성 위기 재발을 방지하고 있다.97년말 수출액의 81%에 달하던 순채무국에서 올해말 수출액의 7.5%에 이르는 순채권국이 되었다. 공공부분도 99년말 이후 순이익을 내고 있다.

2.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는 등 경제의 다양성이 증가했다.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천5백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는 BBB 등급 국가들의 평균치인 3천7백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임금 삭감과 노사분규 자제 등으로 노동시장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 수출의 호조에 힘입어 세계 경제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8.8%의 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3. 일반재정적자(사회보장부문 포함, 금융기관 공적자금 제외)가 98년 5.3%에서 2000년 0.5%로 떨어졌다. 올해 두 차례의 추경예산 편성에도 불구하고 일반재정적자는 GDP의 1% 미만이 될 전망이다.
정부 총부채가 금융기관 공적자금을 포함할 경우 올해 GDP의 52%에 달하긴 하나, GDP의 39%에 달하는 정부 유동성 자산을 고려할 때 웬만한 금융위기가 닥쳐도 극복해낼 여유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있다.

1. 민간부분의 구조조정이 아직 미흡하다. 소액주주와 채권자 권익을 강화하고 회계기준을 개선하고 외자 유치 문호를 넓히긴 했다. 그러나 한국의 수출에서 5%를 차지하고 있는 하이닉스 반도체의 생존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지난 97년 GDP의 38%에 달하는 1백48조원을 투입한 금융부분에서 32조원이 추가로 동원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들 통일비용이 변수다. 남북 통일이 된다면 한국 GDP의 몇배가 통일비용에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전망: 안정적

정부자산 매각을 포함한 구조조정은 내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고려할 때 지연될 수 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이 경제문제 해결에 전념하기 위해 당 총재직을 버린 것을 볼 때 97년같은 정책적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 당시의 정책실수는 잘못된 방향의 정책과 주요 은행 및 기업의 국유화 조치, 중앙은행 외환보유금을 재무상황이 더 좋지 않은 해외금융기관에 이전해 고갈시킨 것 등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5년전에 비해 국제환경이 훨씬 취약하지만 한국은 거시경제상 저력을 지녀 큰 어려움 없이 경제침체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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