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주말을 전후해 하루사이 두 건의 배 사망사고가 발생해 모두 5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돼 해양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종된 3명도 생존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 더는 유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1일 새벽 경남 통영 욕지도 남쪽 80킬로미터 바다에서 낚싯배 무적호와 3000톤급 파나마 선적 화물선 코에타가 충돌해 낚싯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이 배에 타고 있던 낚시꾼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하루 뒤인 12일 오전에는 경북 포항 구룡포 동쪽 80킬로미터 지점에서 10톤급 통발어선에서 불이 나 어민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새해 들어 잇달아 해상안전 사고가 터져 나오자 바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통영 낚싯배 사고는 1년여 전 인천 영흥도 인근 바다에서 일어나 무려 15명이나 숨진 낚싯배 전복 사고와 비슷하게 조황만 생각하고 무리한 운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대형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결과라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잇단 해양 안전사고, 우리 사회 문제점 통찰하는 계기 삼아야
이번 사고들을 계기로 지금의 해양 안전사고 예방 대책과 법제도에 문제나 미비한 점이 없는지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바다 안전에 책임이 있는 동시에 그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선장과 선원, 그리고 낚시꾼 등도 안전 의식에 문제가 없는지도 함께 성찰해 의식을 하루빨리 바꾸어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바다낚시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바다낚시 인구가 크게 늘어 유사한 사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마당이어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이번 통영 사고와 1년 전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 그리고 최근에 벌어진 해상 안전사고를 정밀 전수 해부해 정부 차원에서 종합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통영 사고는 충돌을 막을 수 있었던 전형적 인재였다. 사고가 발생한 시각이 칠흑 같은 새벽인데다 일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시점이기는 했지만 두 선박 가운데 어느 한쪽이라도 안전 의식을 가지고 운항했더라면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
경남통영해경은 낚싯배와 화물선이 사고 직전 서로 상대방이 피해갈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을 해 충돌 사고로까지 이어졌다고 밝혔다. 사고가 있기 전에 화물선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운항 중이었고 낚싯배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던 중이었다. 당시 화물선은 4.8킬로미터 전방에 무적호를 인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로 피해 가리라는 안이한 태도가 낳은 참사
무적호도 저 멀리서 큰 배가 전방에서 가고 있는 것을 알아보았음에도 속도만 약간 늦추었을 뿐 항로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선박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졌을 때 충돌을 피하기 위해 화물선이 항로를 바꾸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포항 선박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사고의 경우에는 정확한 화재원인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배전반에서 불길이 일어났다는 생존 선원의 증언에 따라 낡은 전기 배선 사고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여기서 살펴볼 부분은 배에서 불이 났을 때 배 안에 초기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소화기 등이 충분히 비치되어 있었는지 여부이다. 만약 있었음에도 불을 끄지 못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해야 한다.
무적호의 경우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모두 살아났으나 사망·실종자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마 새벽 시각 이들은 잠을 청하면서 불편하다는 이유로 구명조끼를 벗어던졌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언제 어디서고 바다 위에서는 특히 소형배 안에서는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하는 안전 의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2백건 안팎의 선박 충돌사고가 일어난다. 선박·해양사고 가운데 10% 가량은 충돌사고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선박 사고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절대다수인 96%가 이번 통영 사고처럼 해상 경계 소홀과 충돌예방규칙 미준수 등 항해 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국가 차원에서 안전사고 더는 안 생기도록 긴장해야
우리 사회에서는 자동차 교통사고의 경우 대형버스와 트럭이 승용차와 충돌 내지는 추돌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것이 많다. 흔히들 대형버스와 트럭 운전자가 작은 차량 운전자가 알아서 피하도록 유도하는 배짱 운전을 하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지적을 한다.
해상 사고는 바다의 교통사고라고 할 수 있다. 육지에서나 바다에서나 사고가 발생하면 그 원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바다에서도 이런 배짱 운항이 있다는 것이다. 큰 배는 작은 배가 알아서 피해 갈 것이라는 안이한 운항을 하다 사고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통영 사고도 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통영 사고는 충돌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또 충돌 후 화물선 선원들이 제때 사고 신고를 하지 않았다. 무려 사고 발생 30분이 지나서 신고가 이루어졌다. 사고 직후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미처 신고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변명 아닌 변명이다.
신고는 30초면 할 수 있다. 화물선에 타고 있던 선원이 한두 명은 아닐 터이다. 구조 후 신고가 아니라 구조와 신고 병행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조 골든타임이다. 한데 이번 통영 사고에서도 늑장신고로 골든타임이 마냥 흘러갔다.
지난 한해도 크고 작은 사고로 많은 인명이 스러져갔다. 새해부터 바다에서 다시 안전사고로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더는 이러한 인재 성격의 사회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인과 가정, 일터와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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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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