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톨릭의 정신적 지주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갑자기 사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바티칸에 고조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지가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몇 년전 교황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과 위염, 독감 등에 시달릴 때 로마교황청에서는 교황의 유고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바짝 긴장했었다. 올해 81세인 교황은 고령과 파킨슨씨병에 시달리고 있어 최근에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교황을 대신해 측근들이 교황청을 좌지우지할 사태가 올지 모른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같은 위기감은 지난달 교황이 중앙아시아와 남부 코카서스 지역을 방문했을 당시 연설 도중 갑자기 쓰러진 일이 있은 후 극에 달했다.
종신직인 교황은 식물인간 상태에서 회복될 가능성이 없어도 교황직에서 물러나게 할 규정이 없고 오직 스스로 사임하거나 사망해야만 교황이 바뀔 수 있다. 문제는 교황이 전세계에서 올라오는 중요한 서류들을 매주 결제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급박하게 변해가는 세계정세 속에서 교황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으며 교황청이 제 기능을 못해 중요한 사태를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병약해진 교황은 무대 뒤에 숨겨지고 심지어 독살되기도 했다. 그러나 바오로 2세는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이 예의주시되는 첫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바티칸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6년전 현 교황이 75세가 되자 대주교처럼 사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지난해 교황이 80세가 되었을 때도 교황이 사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왔다. 80세가 되면 추기경의 교황 선출권이 없어진다는 이유다.
교황이 손을 심하게 떨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증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그것이 파킨슨씨병을 앓고 있다는 증거냐를 둘러싸고 바티칸에서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바티칸 내부 소식통은 교황이 교황청내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고 있으며, 회의를 주재하기 힘든 상태가 되면 교황의 개인비서인 드지위스가 사실상 교황의 대리역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하고 있다. 바티칸 소식통에 따르면 교황을 만나려면 그를 통해야 할 만큼 그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사망한 제임스 프로스트 신부는 생전에 교황이 업무 수행 능력을 상실했을 때 이를 결정할 사람을 법으로 정하고 그 절차도 규정해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주교에게 적용되는 규정을 교황에게도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고 IHT는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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