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테러 사건직후 정책당국의 무리한 증시 개장과 기관투자가들의 무차별적 매도공세로 12일 하루 사이에만 27조원대의 시가총액이 날라가는 천문학적 피해를 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날 오후 들어 여타 아시아 증시는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 매수전환으로 낙폭을 크게 줄이고 국내의 외국인투자가들도 매수로 전환한 반면, 국내 투자가들은 심리적 패닉(공황)상태에 빠져 투매로 일관했다. 그 결과 이날 우리나라 증시는 전세계 증시 가운데 최악의 주가하락률을 기록해 우리나라의 금융 노하우가 얼마나 빈약한가를 또한번 보여주었다.
12일 국내 증시에서는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12.02%와 11.59% 폭락, 사상최고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하락률은 국내 증시사상 최고 수치인 동시에, 이날 개장한 전세계 증시 가운데 최고 수치였다. 이날 양대 시장 주가폭락으로 거래소에서만 23조4천억원, 코스닥시장에서 4조3천억원 등 도합 27조7천억원의 시가총액이 날라갔다.
반면에 거의 동시간대에 개장한 여타 아시아증시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홍콩의 경우 개장후 항셍지수가 한때 12%나 폭락했으나 오후 들어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전환으로 전일대비 8.7% 하락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일본의 닛케이지수 역시 6.63% 하락에 그쳤다. 싱가포르 역시 7.42% 하락, 오스트레일리아와 필리핀 역시 각각 4.1%와 4.07% 하락에 그쳤다. 중국 상하이증시의 B주 주가지수도 개장초 6.29% 급락했다가 3.64%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여타 아시아국가들의 이같은 ‘선방’은 오후 개장할 런던 등 유럽증시가 반등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영국 FTSE지수가 전일대비 2.8% 상승하는등 유럽증시는 반등에 성공했다.
12일 국내 증시상황은 여러모로 금융후진성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선 이날 증시를 개장한 자체가 투자가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장을 열지 않고 오후장만 여는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시장에서는 세계의 양대 금융시장인 미국과 영국이 투자가들의 투매를 우려해 이날 개장하지 않은 만큼 우리증시도 개장을 하지 않고 관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됐다.
정부는 그러나 이날이 선물.옵션 만기일도 개장을 하지 않을 경우 정부상대 손해배상 청구가 제기될 우려가 있고, 일본 등 여타 아시아국가들도 개장하는만큼 우리도 개장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오후에 개장을 강행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증시는 국내증시 사상최고, 당일 세계최고의 폭락을 기록했다. 한 금융전문가는 “이날 우리나라는 27조원을 날리며 세계증시의 리트머스 종이 역할을 한 셈”이라고 개탄했다.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묻지마 투매’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날 국내증권사들은 풋옵션 행사가격 65와 62.5에 무더기 매도주문을 내놓아 폐장후 금융감독원이 긴급 피해조사에 나설 정도로 천문학적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에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날 오후 매수로 전환, 큰 수익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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