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존재하지 않았던 한 시간
사상초유의 대미 테러 공격이 시작된 이래 한 시간 이상 미국 정부는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못한 채 우왕좌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미국정부의 무정부적 상황대처는 앞으로 조지 W.부시 정권의 위기관리능력을 의심케 하는 치명적인 정치적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11일(미 현지시간) 오전 8시45분, 첫 번째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의 북쪽 타워에 충돌했다. 그로부터 18분후인 9시3분, 두 번째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 남쪽 타워에 충돌했다. 이 장면은 CNN 등 미국 주요언론에 의해 전세계로 생중계됐다.
첫 번째 대응은 미국정부가 아닌 뉴욕시 차원에서 이뤄졌다. 뉴욕시 공항위원회는 뉴욕시로 통하는 모든 다리와 터널을 폐쇄했다.
9시43분, 워싱턴의 팬타곤(국방부 본부)에 민간항공기에 충돌, 건물 한쪽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충격적 소식이 보도됐다. 뉴욕에서 터러가 발생한 지 한 시간이 되도록 사태의 진상을 파악조차 못하고 멍하니 TV 생중계 화면만 지켜보다가 이번에는 워싱턴이 피폭을 당한 것이다. 이 한 시간 동안 미국에는 '정부‘가 존재하지 않았다.
첫 번째 테러가 발생한지 정확히 한시간 뒤인 9시45분, 백악관 직원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그로부터 5분 뒤인 9시50분, 미국의 모든 공항이 폐쇄됐다. UN총회 개막 준비로 부산하던 뉴욕의 UN 빌딩에 대피령이 내려진 것은 백악관 직원들이 피신한지 28분 뒤인 오전 10시13분이었다. 백악관부터 피하고 보자는 식이었다.
백악관외의 미 국무부, 법무부, 세계은행에 대피령이 내려진 것은 그로부터 또 한참 뒤인 오전 10시22분이었다. 이어 10시45분에는 워싱턴에 소재한 모든 연방정부 직원들에 대한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에 앞서 10시30분 워싱턴 근처 피츠버그에서 민간항공기가 추락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언론은 이 비행기가 백악관 등 워싱턴 관가에 대한 가미가제식 자살테러를 시도하려다가 미공군기에 격추된 것으로 추정했다.
첫 번째 테러가 있은 후 한시간 동안 미국정부는 동시다발적 테러라는 테러의 본질조차 파악 못하고 우왕좌왕을 거듭했다. 또한 긴급대피를 결정하면서도 다른 기관들에게는 대피령을 동시에 내리지 않고 백악관만 먼저 대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을 자초했다. 앞으로 두고두고 부시정권에게 짐이 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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