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유린에 대한 연설을 준비하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이를 돌연 취소했다. 북한이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악재가 될 수 있는 인권 문제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펜스 부통령은 연설 취소 이유에 대해 "다른 스케쥴과 겹쳤다"고 밝혔지만, ABC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을 자극하거나 소외시킬 수 있고, 비핵화 대화를 궤도에서 이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작용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펜스 부통령이 연설했다면 최근에 이뤄진 제재 및 김정은의 잔인한 통치 관련 발표에 이어 북한에 대한 화력을 키웠을 것"이라고 했다. 대북 강경파인 펜스 부통령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한했을 때도 탈북자들과 만나 북한을 맹비난했었다.
이에 따라 북미 비핵화 협상과 펜스 부통령의 연설 취소가 연관성 하에 이뤄졌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장에 북한을 나서도록 하기 위해 던지는 유화 메시지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최근 방한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북한 여행금지 조치 재검토 방침을 밝히는 등 전향적인 메시지를 발산했다.
실제로 이같은 조치들은 지난 10일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등 3명에 대해 독자 제재를 단행하고,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재지정했던 미국 정부의 태도와 달라진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에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인도적 대북 지원과 남북 협력 사업에서 숨통을 열고 인권 문제로 북한을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ABC 방송은 "현재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고, 북핵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가 북한 인권에 대한 압박을 늦추는 조처에 동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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