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기관 중 국제통화기금(IMF)와 함께 가장 권위 있는 경제전망을 발표해온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각국 정부가 개별적으로 대처하기 힘든 글로벌 경제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7월부터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맡고 있는 로랑스 분(49)은 지난달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책결정자들을 상대로 향후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돌아와, 관련 내용을 최근 언론 인터뷰(☞원문보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설명했다.
10년 전 위기 극복하느라 각국 정부 대응 수단 고갈
그는 지난달 발표된 올해 분기별 마지막 OECD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둔화가 예상보다 훨씬 심할 경우, 주요 경제국 정부들은 동시에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OECD는 세계 경제가 해가 갈수록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2.9%로 예상되지만, 2020년에는 2.1%로 뚝 떨어지고, 유로존은 올해 1.9%에서 2020년에는 1.6%로 더욱 감소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내년 예상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는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세계경제를 둔화시키는 주요 악재들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꼽았다. 유로존의 정치적 위기도 세계경제를 둔화시키는 요인에 포함된 것도 눈에 띈다. OECD는 이탈리아의 해묵은 정치불안에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노란조끼' 시위로 격량에 빠진 프랑스의 정치분열을 예로 들었다.
문제는 10년 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새로운 금융위기가 닥칠 경우 각국 정부 단위로 대응할 수단이 거의 고갈된 상태라는 점이다.
각국 정부가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은 전통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등 통화완화 정책과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다. 하지만 10년 전 위기를 극복하느라 주요 경제국들은 이미 금리를 더 이상 낮추기 힘든 수준으로 내렸고, 국가부채가 급증한 상태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최소한 내년 9월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할 계획이고, 심지어 지난해말부터 금리인상을 거듭해온 미국마저 필요할 경우 금리인하로 경기부양 효과를 발휘할 만큼 금리를 끌어올리지 못한 상태다.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은 더 어렵다. 유로존의 경우 국가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00%가 넘는 곳이 여러 곳이다.
결국 분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정부가 미리 공조해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전면적인 경제위기가 닥쳐서 대응하는 방식은 효과가 없어, 글로벌 경기부양책을 미리 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IMF의 수석 부총재 데이비드 립턴은 더욱 심각한 경고를 했다. 지난 1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경제세미나에서 그는 지난 2년간 각국 정부에게 "해가 떠있을 때 지붕을 고치라"고 권고해왔지만, 완벽하게 위기를 예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폭풍을 몰고올 구름이 쌓이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 역시 "각국 정부가 개별적으로 향후에 닥칠 경기둔화를 극복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차원에서 각국 정부들이 예상가능한 문제들에 함께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발표한 IMF <글로벌 금융안정성 보고서>는 "제2의 대공황(Great Depression)을 막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향후 닥칠 금융위기는 저금리로 만들어진 값싼 통화팽창, 치솟는 채무 부담이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주요 선진국들의 초저금리 정책이 지속된 것이 향후 금융위기의 에너지를 축적시켜왔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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