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단독 사면하기로 결정한 후 그동안 이 전 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역설하던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는 30일 사설을 통해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가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실리'를 위해 이 전 회장을 사면한 만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한다고 역설한 반면 법치 훼손의 우려를 전달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중앙일보>는 "이 전 회장은 기업가로서 세계적으로 검증된 경영능력을 갖췄고, 그간 IOC위원으로 국제 체육계에서 드물게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라고 칭송하며 "그러한 국가적 자산을 국익을 위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지도자의 당연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국가적 대사에 꼭 필요한 인재가 있다면 사면뿐만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핏대를 세우면서도 사면에 따른 법치 훼손 논란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사면 결정이 사법부의 형벌권을 침해한다는 반대 주장을 소개했지만 이 전 회장의 사면을 지지한 건 마찬가지였다. <동아일보>는 "이번 사면은 이 전 회장이 스포츠 외교와 기업 활동에서 국가에 얼마나 기여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며 사면의 정당성이 실적 여부에 달렸다는 논리를 폈다. "이 전 회장은 최대 그룹의 실질적 최고경영자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대한 만큼 일자리 창출과 투자에도 과감하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며 경영 복귀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역시 "이 전 회장이 자신을 사면하게 된 직접적 동기(動機)인 동계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글로벌 기업 삼성 내부에 남아 있는 전근대적 잔재(殘滓)를 말끔히 청소해 삼성을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기업으로 격상(格上)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그에 따라 국민의 생각도 정해질 것이다"라며 <동아일보>와 유사한 논리를 폈다.
<한국경제> "경제인 추가사면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이 밖에도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 전 회장의 사면이 동계 올림픽 유치라는 명분으로 정당화 될 수 있다는 입장만을 주로 전달했다. <국민일보>는 '이건희 사면ㆍ복권 적절했다'라는 제목을 달며 "일각에서는 이번 사면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거나 '특혜 사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 전 회장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에 헌신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한 술 더 뜬 언론도 있었다. <한국경제>는 '경제인 추가사면도 전향적 검토 바란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사면 대상에서 얼마 전 대한상의가 건의한 70여 명의 다른 경제인들이 제외된 것은 아쉽다"이라며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상황에 비춰볼 때 경제인들에게 국가경제 발전에 동참할 기회를 부여하는 게 시급한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이들에 대한 추가 사면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법치주의 훼손을 지적하고 사면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한 사설은 <한겨레>와 <경향신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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