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가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6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 보유세 정부안을 완화하는 안에 합의했다. 그 대강의 내용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의 세 부담 상한을 정부안 300%에서 200%로 내리는 것, 1주택자의 경우 15년 이상 주택을 장기 보유하면 보유세 공제율을 현행 40%에서 50%로 높이기로 했다고 한다. (관련기사 : 부동산 보유세 한발 후퇴···투기심리 다시 불 지피나)
서울과 서울 인근 경기의 아파트 가격이 워낙 폭등했다는 점, 거시경제지표가 나빠지는데다 내년도 경기 전망도 어둡다는 점,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2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세부담 상한을 300%에서 200%로 낮추고, 15년 이상 장기보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 공제율을 현행의 40%에서 50%로 높인다는 합의가 시장참여자들의 심리를 강하게 추동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내가 진정 염려하는 건 보유세를 대하는 여당의 태도다. 물론 부동산공화국의 옹호자 자한당이 종부세 개악안과 예산을 연계시키려 했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그렇다해도 여당이 투기공화국에 맞설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보유세를 시장에서 콩나물값 깎듯이 양보할 수는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에 대해 극히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 대가가 무언지 혹독하게 경험하고도 여당은 보유세의 중요성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단언컨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돼 올 7월 이후 대한민국을 갈가리 찢어놓은 서울 및 경기의 아파트 가격 폭등은 문재인 정부 지지율 폭락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15%포인트 이상의 지지율이 서울 및 경기의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빠져서 돌아올 기미가 없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 혁명 로드맵을 발표해 시장을 안정시키고, 노태우 정부가 단행했던 주택 200만호 건설에 버금가는 규모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해 실행했다면 이 정부가 50%를 하회하는 지지율에 근심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불로소득(지대추구)을 환수하는 조세개혁과 무주택자들을 위한 공급대책을 결합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토대를 구축함과 동시에 강력한 정치적 지지자 그룹을 형성했어야 했다.
토건세력의 호민관이자 대한민국 메인스트림의 정치적 대리인인 자한당에 끌려 보유세를 콩나물값 깎듯 하는 여당에게 이런 얘기는 또 얼마나 부질 없고 허망한 소리란 말인가? 답답하고 참혹할 따름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