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정부 산재통계는 산재보상 통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산업안전공단의 <2012 응급실 기반 직업성 원인 조사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산재 사망노동자 중에서 34%만이 산재보험으로 처리했다는 보고도 있어, 그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산재보상에서 제외되는 퀵 서비스, 건설기계, 화물운전자등 특수 고용노동자 산재사망이나, 직업성 암등 직업병인지도 모른 체 죽어가는 산재사망까지, 그야말로 현재의 산재사망 통계조차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한국 산재사망의 심각성은 전근대적인 사고이며, 산재사망이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반복적인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레시안(여정민) |
전근대적이고, 반복적인 산재사망의 가장 큰 원인은 새털 보다 가벼운 처벌이다. GS건설은 2006년 9명, 2010년 14명의 산재사망으로 두 번이나 시민사회단체가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GS건설은 2012년 경복궁 미술관 폭발 화재사고로 또 다시 4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부상했다. 하지만 GS건설이 받은 벌금은 200만 원이다. 2008년 화학물질 관리 방치로 유증기가 폭발한 이천 냉동창고 사고도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사업주 벌금은 2000만 원으로 1명당 50만 원 꼴이다. 2012년 이마트에서 대학 등록금을 벌기위해 알바를 했던 청년 노동자를 포함 4명의 노동자가 질식사 했다. 그러나 이마트는 벌금 100만 원에 그쳐, 1명당 25만 원 꼴이다. 2012년 8월 LG화학 청주공장에서 다이옥신 폭발로 8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 사고조사에서 설계변경을 하면서 안전한 바닥재 도색을 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그러나 3명의 구속영장 신청에 검찰과 법원에서 각각 1명씩 영장 기각으로 결국 말단의 재료팀장 1명만 구속되었다. 최근 3년간 중대재해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송치되어 처리된 2045건 중 무혐의, 각하 등으로 사업주 처벌이 없었던 건이 32%에 달한다. 몇 십, 몇 백만 원 수준의 벌금형이 64%이고, 징역형은 62건으로 0.03%에 불과한데, 그나마 실형은 없다.
산재사망에 대한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의 처벌 제도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산재사망을 기업에 의한 살인행위로 보고 관련법을 제정한 국가는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이다. 캐나다는 웨이스트레이 광산에서 26명이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NO MORE WESTRAY' 캠페인이 벌어졌고, 2003년 '단체의 형사책임에 대한 개정안'이 제정되었다. 호주의 수도 캔버라가 있는 준주는 건설노조를 중심으로 법 제정 투쟁이 전개되어, 2003년에 '산업 살인법'이 도입되었다. 두 법안 모두 법인인 기업뿐 아니라 기업의 최고임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했고, 적용 대상 노동자도 제한이 없어, 다단계 계약이 존재할 경우 원청 사업주를 처벌 할 수 있다. 또한, 호주의 경우에는 공공부문의 산재사망에 대해 주무 장관이나 수상도 기소가 가능하고, 벌금의 최고액은 60억에 달한다.
이천 냉동창고 사고에서 건설노동자 1명 사망에 부과한 벌금은 50만 원이지만, 영국의 건설노동자 산재사망에 부과한 벌금은 6억9000만 원이다. 매년 600~700명으로 영국보다 11배나 많은 건설노동자 산재사망의 이유이다. 건설업 자체의 산업적 위험도가 이유가 아닌 것이다. 영국이 7억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고, 산재사망 만인률이 한국보다 14배가 적은 이유는 2007년에 제정된 '기업살인법'이다. 영국도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 조항이 있고, 벌금 부과도 많지만, 최고 책임자를 처벌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영국의 기업살인법 적용 대상은 기업과 정부기관, 기업의 최고 경영층이 대상자이다. 법 위반 시 벌금의 상한선이 없는데, 의회 지침에 의하면 기업의 1년 총 매출액의 5%를 하한선으로 대략 10% 범위 내에서 부과된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에서는 벌금 부과 상위 랭킹 업체 10개를 발표했는데, 1위가 BP Products North America로 약 226억9000만 원이고, 2위는 IMC Fertilizer, Angus Chemical로 약 124억2000만 원이다. 2008년 미국의 안전보건 감독 실시 사업장 121개에 부과한 벌금도 업체당 1억1100만 원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천국이라고 하는 미국은 이마저도 미흡하다고 판단,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노동자 보호법안 (PAWA)을 제출했다. 이는 고의적 산안법 위반 노동자 사망 시 10년 형, 반복 위반 시에는 20년형을 부과하는 법안이다.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 66조의2에는 산재사망에 대한 처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해져 있다. 외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현실에서는 이마저 무용지물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갖는 법리적 한계 때문에 그 법의 형량을 높이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것이고, 그것이 외국의 기업살인법 제정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하다가 다치고 죽는 것은 어떨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산재사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영국, 호주, 캐나다의 기업 살인법 제정이 중요한 것은 산업안전보건법 처벌 조항의 한계를 넘어선 강력한 처벌 조항이 도입되어 실제 산재 사망을 낮추는데 기여를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법 제정의 과정에서 전개된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이다.
현재의 산재사망에 대한 정부나 법원 검찰의 인식은 참으로 안타깝다. 2012년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2년 7월까지 1298명의 산재사망에 대하여 노동부가 사업주를 구속 기소 의견으로 낸 건은 단 한건도 없었다. 산재사망 처벌 관련하여 32%의 사업주에 대해 무혐의 등의 처분을 내리고, 0.03%만이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법원과 검찰의 산재사망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물청소를 하지 않아 분진과 가스가 가득 찬 사일로로 용접 작업을 지시받고 들어가야 했던 여수 산단 건설노동자. 불산 안전 교육은 원청만 받고, 불산이 누출된다는 보고를 계속 했지만 원청 작업지시가 늦게 떨어져서 밤새 몇 번이나 보수작업을 하다가 결국 사망한 삼성 하청 노동자. 이들의 사망은 결국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 산재사망에 대한 처벌 강화 이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