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사립유치원 상당수가 각종 비리로 얼룩져 있다는 감사결과가 공개돼 학부모들의 우려와 불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북 포항지역 유치원에서도 교사들의 사학연금을 장기체납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일부 사립유치원들의 허술한 운영방식이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사학연금 장기체납이 교사 본인들조차도 모르게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만약 사실로 밝혀진다면 적잖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시 북구 A유치원에서 근무하다 얼마전 교사일을 그만둔 B씨는 퇴직 후 사학연금공단에 부담금청구 신청을 하고 기다리던 중 당연히 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부담금이 없어 지급할 수 없다는 공단측의 답변을 듣고 깜짝 놀랐다.
사학연금은 본인부담금 50% 유치원부담금 50%으로 매월 납부되어 적립되면 퇴직 시 공단에 요청해서 받아가는데 유치원측에서 지난 3월부터 10월 현재까지 B씨 뿐만 아니라 재직 중인 다른 교사들까지 포함해 1800 만원 상당의 부담금을 공단으로 납부하지 않아 장기체납상태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B 씨는 "사학연금이 있다는 건 들었지만 평소 유치원에서 월급명세서를 보여주지 않은데다 공단에서 나온다는 부담금 수납영수증도 본 적 없어 교사들이 크게 인지하고 지내지는 못했다. 퇴직 후 이같은 사실을 듣고 어이가 없었는데 교사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부담금이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 장기체납이 되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유치원측에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더니 부담금은 빠짐없이 다 냈고 (부담금을 )내지 않으면 퇴직 자체가 안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사학연금공단 대구지부 관계자는 "부담금 고지서를 유치원측에 발송하고 수납분에 대한 영수증은 원장에게 발급하는데 교사 개개인에게 개별 영수증을 주는건 아니며 만약 유치원측이 교사들에게 고지를 하지 않는 구조라면 교사가 직접 인터넷 조회를 이용하거나 이번처럼 퇴직 후 부담금 신청을 통해 아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기연체가 되면 상황에 따라 추심이나 압류조치가 취해지는데 해당 유치원에는 몇 번 장기체납금을 정리할 것을 요청했으나 계속 힘들다는 답변만 해왔는데 체납된 부담금을 납부하라고 다시 통보했으니 결과를 기다려보고 어떻게 조치할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유치원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이기는 하나 교육기관인 만큼 회계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최근 감사에서도 드러났 듯이 일부 유치원에서는 여전히 공금을 개인돈인 것처럼 허술하게 관리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유치원측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건물증축 등으로 최근 유치원 사정이 좋지 않아 부득이 사학연금을 체납했던건 사실이지만 12월에 분기 교육비가 들어오면 집행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으니 곧 해결하겠다. 부담금을 내지 않으면 퇴직이 안 된다고 말을 한 적은 없고 아마 퇴직 교사와 가족들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월급명세서나 공단 부담금 납부영수증은 매월 원내 교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포항교육지원청 감사관계자는 "사학연금 미납사유를 면밀히 살펴볼 것이며 교사들도 모르게 진행됐는지, 또 지원금의 유용 여부 등 또 다른 부실관리 사례가 확인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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