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법원 유죄판결은 지극히 법 규정의 자구에 얽매인 형식적 법해석의 결과다. 면책특권에 관한 헌법 제45조의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축소 해석한 것이다. 대법원은 국회 법사위에서 발언할 내용이 담긴 보도 자료를 사전에 배포한 행위는 직무부수행위로 보았으나 인터넷 게재행위는 국회에서의 발언과 표결과 관련성이 없는 행위로 보았다. 그러나 보도 자료의 배포행위는 언론보도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이 사건 보도자료 내용의 중대성에 비추어 가감 없는 언론보도를 당연히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에 게재하여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행위와 다를 바 없다.
헌법 제정 당시에는 물리적으로 국회라는 공간이 중요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실제 대부분의 의정활동은 국회방송과 인터넷 의사중계시스템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다. 국회의원이 국회 출입 기자에서 보도 자료를 배포하면 곧바로 방송과 신문에 보도되어 전국적으로 전파된다. 이런 변화된 상황에서 여전히 종이 보도 자료와 인터넷 보도 자료를 구별하여 법적으로 다른 효과를 부여해야 하는가. 법률이 살아있는 법이 되기 위해서는 법문의 문리적·사전적 의미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법 규정의 취지와 목적을 고려하여 해석·적용해야 한다.
▲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의원. ⓒ연합뉴스 |
그러나 항소심의 무죄판결을 뒤집은 환송판결(대법원 2011.5.13. 선고 2009도14442 판결)에서는 정당행위의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심사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검사실명 게재가 국가정보기관의 불법 감청·녹음행위를 고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녹음자료 공개도 아니고 공개시점이 불법 녹음된 지 8년이 지났기 때문에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전파성이 강한 인터넷매체를 이용하여 방법의 상당성도 결여되었으며 공개행위로 얻어지는 이익보다 통신비밀유지의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정당행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회찬 의원이 검사명단을 실명공개한 때는 부정부패척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된 시기였다. 사법개혁논의의 도화선이 된 90년대 말 의정부 법조비리와 대전 법조비리가 연이어 터지고 그 후에도 각종 게이트가 끊이질 않았다. 2000년대 초 부패방지법이 제정되고 부패방지위원회가 출범하였다. 이런 시기에 양심의 요청에 따라 '떡값 검사' 실명을 공개한 것은 지극히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검찰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국회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이 재벌과 유착되었을 검찰고위간부라는 공적 인물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함과 동시에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기 위해 선택한 불가피한 수단이었다. 따라서 노회찬 의원의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노회찬 의원에게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였다. 이제 부정의와 오류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특별사면뿐이다. MB는 임기 말 국민대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은사를 베풀어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고 통치행위라는 이름으로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여 삼권분립의 이념은 훼손될 대로 훼손되었다.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는 수사착수, 기소, 유죄판결 등 사법처리가 매우 어려우며 형량도 가볍고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쉽게 사면·복권된다면 국민은 법의 형평성과 공정정을 의심한다. '만인'이 아니라 '만 명'만 법 앞에 평등한 것이라는 불신을 받게 된다.
법치국가에서 은사는 법과 사법을 뛰어넘는 것이어서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도 항상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면은 입법의 오류나 법원의 사실인정, 법해석 및 양형 상 나타나게 된, 다른 방법으로는 더 이상 시정할 수 없는 오류를 제거하기 위한 장치이다. 사면은 법과 판결의 효력을 교정해 주는 기능을 갖는다. 소위 양심수나 확신범을 처벌함으로서 발생한 공동체내의 사회적 갈등을 해소시켜 주는 기능도 한다. 그런 경우에 제한적으로 사면권이 행사되어야 법치국가성이 훼손되지 않고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면서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그래야 대통령의 은사는 법 밖의 세계에서 법의 영역 속으로 비쳐 들어와 법의 세계의 추운 암흑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한줄기 빛이자 기적이 되는 것이다.
노회찬 의원의 경우가 바로 특별사면의 정당성을 확인시켜 줄 사례이다. 제1심도 판결문에서 국회의원으로서의 공적인 임무 수행이어서 선고유예가 마땅하나 민주화운동 전과 때문에 선고유예가 불가하고 통비법에는 벌금형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형을 선고한다고 했다. 그래서 152명의 국회의원이 벌금형을 포함시키는 통비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직 상실은 너무 가혹하다. 지역구 유권자가 선택한 노회찬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상실할 정도의 불법을 저질렀는가. 그렇지 않다 선거법 위반도 아니고 권력형 비리나 뇌물수수행위도 아니며 정치자금법위반도 아니다. 대화의 당사자들과 대화내용에 언급된 검사들은 살아있는데 이들의 비리내용을 공개한 국회의원의 정치생명은 끊어졌다. 이 또한 정의롭지 못하다. 이러한 입법의 오류와 부정의를 시정하고 제거하는 방법이 바로 특별사면이다. 이런 경우에 한해서 아주 예외적으로 특별사면이 행해져야 판결에 의해서 발생한 공동체내의 사회적 갈등을 해소시켜 주고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면서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정의를 향한 양심의 목소리도 울려 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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