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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길로만 갔던 한해"…올해의 사자성어 '방기곡경(旁岐曲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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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길로만 갔던 한해"…올해의 사자성어 '방기곡경(旁岐曲逕)'

세종시·4대강 사업·미디어법, '억지 부린' 정치권 행태 꼬집어

2009년 한국 사회를 비유한 '올해의 사자성어'로 '샛길과 굽은 길'이라는 의미의 '방기곡경(旁岐曲逕)'이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전국 각 대학 교수, 주요 학회장, 일간지 칼럼니스트 등 지식인 21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방기곡경'이 선정됐다고 20일 밝혔다.

'방기곡경(旁岐曲逕·곁 방, 갈림길 기, 굽을 곡, 지름길 경)'이란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을 이르는 사자성어로, 바른 길을 좇아 정당하게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수를 써서 억지로 일을 하는 모습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 말은 조선 중기의 유학자 율곡 이이가 <동호문답>에서 "소인배는 제왕의 귀를 막아 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방기곡경'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것은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 강행, 미디어법 처리 등 굵직한 정부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국민의 동의없이 샛길과 굽은 길로 돌아갔음을 빗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방기곡경'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는 "정치권과 정부에서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미디어법 처리 등을 비롯한 여러 정치적 갈등을 안고 있는 문제를 국민의 동의와 같은 정당한 방법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처리해온 행태를 비유했했다"면서 "한국 정치가 올바르고 큰 길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소망까지 반영한 사자성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총 응답자 216명 중 43퍼센트가 '방기곡경'을 올해를 상징하는 말로 꼽았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는 "정부의 신뢰를 저버리는 정책 추진으로 인해 현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영석 광주대 교수(영문학)는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등 여러 현안들을 진솔하고 정정당당한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임기응변 식으로 모면하려는 인상이 강했다"면서 "올해 우리 사회가 겪은 사회적 혼란은 정부와 집권 정당의 이런 자세 때문에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서로 옳음을 주장하지만 중도를 얻지 못한다는 의미의 '중강부중(重剛不中)'이 19퍼센트,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한다는 의미의 '갑론을박(甲論乙駁)'이 12퍼센트로 뒤를 이었다.

가는 세월이 물과 같다는 의미의 '서자여사(逝者如斯)'와 숯불을 안고 있으면서 서늘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목적과 행동이 다른 경우에 사용하는 '포탄희량(抱炭希凉)'은 각각 10퍼센트를 기록했다.

한편, 설문 조사 결과 올해 가장 안타까웠던 일로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의 서거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가장 기뻤던 일로는 김연애·신지애 선수 등 스포츠 선수들의 활약이 꼽혔다. 의미있는 실천을 한 사람으로는 故김수환 추기경을 선정한 답변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앞서 <교수신문>은 2008년에는 '병을 숨기면서 의사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의 '호질기의(護疾忌醫)'를 선정했으며, 2007년에는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자기기인(自欺欺人)'이 선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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