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차는 인류 역사에 꾸준히 기록되어 있다. 세대차는 흔히 세대 간 불통이나 갈등의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그것은 유사 이래 인간의 변화 또는 진화의 모습이기도 하다. 인류가 교통통신이나 과학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모습이 세대차로 표현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스마트폰 세대와 그 이전 세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스마트폰 세대로 일컬어지는 I-세대는 미국의 경우 1995~2012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으로 그 이전의 밀레니엄세대(1980~1994년 출생), X세대(1965~1979년 출생)와 구분된다. 그 특징으로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생활했다는 점이다. 즉 I-세대는 태어나자마자 인터넷이 완비된 사회에서 개인주의, 소득 불균형, 자신감 결여와 불안감 경험 등을 겪었다.
스마트폰 세대 연구는 여러 학자에 의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 가운데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교의 진 M. 트웬지(Jean M.Twenge) 심리학 교수가 미 국민의 24%에 해당하는 1995~2012년에 태어난 7400만 명을 상대로 조사한 스마트폰 세대의 특성 몇 가지를 소개한다<주 – 1>. 이들 특성은 한국 사회와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참고할 만하다.
I-세대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잠자기 전에 제일 마지막으로 보고, 아침에 눈을 뜨면 맨 먼저 체크하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이들이 하루 동안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간은 평균 6시간으로 자료 검색 등에 2시간, 인터넷 활용에 2시간, 게임이나 비디오, 채팅에 2시간 등이다. 소셜미디어에 소비하는 시간은 더 많은데 이들 세대는 그 이전 세대보다 책을 적게 읽고, 자료 검색 등에서 참을성이 적다.
I-세대의 인간관계는 직접 대면보다 온라인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전자기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이 커 외출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꺼려한다. 특히 스마트폰 등 스크린을 통해 접하는 전자기기에 몰두하는 10대 청소년의 경우 행복지수가 낮다. 즉 페이스북을 많이 할수록 우울증이 심해지거나 사이버 폭력 피해, 자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람과의 직접 접촉을 통한 사회생활 학습이 늦어지면서 사회진출이나 성인이 되는데 필요한 사회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I-세대는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성공 또는 모범 사례를 접하면서 자신을 해당 사례와 비교하게 되고, 그 결과 실패나 소외감을 느껴 자존감이나 자신감을 상실하기 쉽다. 소셜미디어는 어떤 성공 사례의 험난함이나 기복 등과 같은 과정보다 결과만 부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연스레 I-세대는 ‘나는 왜 이런가?’하는 식의 고민에 빠진다. 행복한 인생을 추구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젊은이들의 정신 건강에 심각한 부담을 주기도 한다.
I-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고립된 생활을 하면서도 자기 고유의 생활태도를 갖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외부의 자극에 상처를 쉽게 받는다. 예를 들면 자신과 견해가 다른 의견을 듣는 것만으로도 상처를 받으며, 감정적 폭력에 따른 피해가 육체적 폭력 피해 수준을 능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I-세대는 육체적, 감정적으로 안전해지기를 원하면서 경제적 안전이라는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부담이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I-세대는 개인주의를 선호하고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여러 미디어에 소개되어 인기를 얻는 경험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전 세대가 하는 식의 다수가 참여하는 공동의 경험에 휩쓸리지 않는 생활이나 소비 등을 하려 한다. 오늘날 여행이나 번지점프, 스카이다이빙과 같은 것들이 대중성을 얻는 이유다.
I-세대는 성이나 결혼, 가족보다 경제적 성공을 더 우선시 하는 경향이 과거 세대보다 강하다. 남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는데 결혼도 마찬가지다. 가정이나 자녀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인종이나 성적 차별 등에 반대하며 평등주의를 선호한다. 결혼이나 종교와 같은 관습을 기피하거나 정치적 관심이 적다. 직접 시위 등에 참여하는 것보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사회 참여 방식을 선호한다.
I-세대 가운데 최고령자는 늦게 철든 성인과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서두르지 않는다. 사춘기는 성인의 문턱에 들어서는 것이라기보다 어린 시절의 연장으로 인식한다. I-세대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공동체 의식이 과거 세대와 차이가 있다. 과거 세대의 공동체는 지역이나 혈연, 학연 등의 틀에 갇히는 경우가 많지만 I-세대는 사이버 공간 속의 공동체에 더 소속감을 느끼기도 한다.
트웬지 교수는 이상과 같은 I-세대의 특성이 시대 상황에 맞게 형성된 세계관, 일상생활 습관 등으로 그 이전 세대에 비해 좋거나 나쁘다는 식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미숙하거나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 적응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흔히 구세대는 신세대에 비판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인류 역사를 관통해 발견되는 현상으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적 인식 태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트웬지 교수의 관점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 진다.
한편 트웬지 교수의 I-세대 분석은 인문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이뤄진 것으로 다른 관점을 지닌 전문가들의 비판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문화적 현상 연구 결과는 정답이 하나만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주 - 1>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23753234.2018.1429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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