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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문화 예산 3조 원…정작 '문화'는 안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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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문화 예산 3조 원…정작 '문화'는 안 보이네?!

[토론회] '관치' 행사 '홍보'에 주력…설 곳 잃은 문화 시민권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2010년 문화 예산이 3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인 문화 예산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 정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지난 9월부터 정부와 한나라당은 2010년 문화 예산을 정부 재정 대비 1퍼센트 수준인 3조 원 이상 확보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0월 라디오 연설에서 이 같은 규모의 예산을 자랑스럽게 언급하며 '품격 있는 문화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문화 예산안을 뜯어보면, 전체 예산 중 국정 홍보 예산은 크게 증가한 반면, 정작 문화 다양성을 위한 예산은 삭감됐다. '문화가 흐르는 4대강 살리기',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추진 사업' 등, 정부의 정책 홍보나 뉴라이트 성향의 사업을 위한 예산은 높게 책정됐으나, 지역 신문 발전 기금이나 영화 다양성을 위한 예산 등은 줄줄이 삭감된 것.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2010년 문화 예산이 '문화 시민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오후 문화연대 주최로 서울 공덕동 문화연대 강의실에서 열린 '2010년 문화부 예산 분석과 문화 정책 전망' 토론회에서는 2010년도 예산과 관련, 정부의 문화 정책의 문제점과 전망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 16일 오후 서울 공덕동 문화연대 강의실에서 '2010년 문화부 예산 분석과 문화 정책 전망' 토론회가 문화연대 주최로 열렸다. ⓒ프레시안

해마다 증가하는 국정 홍보 예산…2010년 708억 원

이날 발제를 맡은 사회공공연구소 박정훈 연구위원은 "2010년 문화부 예산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쟁점은 문화 시민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국정 홍보를 위한 전시성 행사, 대규모 상징물·이벤트 관련 예산은 급증한 반면, 문화 다양성을 위한 예산은 낮게 편성돼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2010년 문화 예산의 전체 규모가 3조423억 원에 이르는 등 2009년 본예산(2조8405억 원)보다 7.1퍼센트가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라는 정부의 주장을 놓고, "이명박 정부 이후 국정 홍보 예산이 문화부 예산에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문화 예산을 과거와 비교하려면 전체 예산에서 국정 홍보 예산을 감산해 산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708억 원으로 책정된 국정 홍보 예산이 과연 문화 예산에 포함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문화부가 국정 홍보 업무를 맡게 될 경우, 문화 정책이 정권 홍보의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 문화부의 역사를 돌아보면 결코 기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1989년 정부조직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정부의 문화 담당 기관의 공식 명칭은 '문화공보부'였다. 1968년 설치된 문화공보부는 민주화 이후 문화 정책을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라는 요구가 제기되자, 결국 문화부와 공보처로 분리됐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보 담당 기관이 20여 년 만에 다시 문화부와 통합했다.

박 연구위원은 "국정홍보처는 문화부에 흡수돼 홍보지원국으로 축소되었는데도, 예산은 더욱 증액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정부 문화 정책은 뉴라이트 이념을 전파하는 수단으로 변질됐고, 이를 위해 국·공립 예술 기관을 동원하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정병헌 의원(민주당)이 지난 10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0년도 문화부 예산 가운데 국정 홍보 관련 예산은 2009년 추경 예산 598억 원보다 109억 원 증가해 총 708억 원에 이른다. 이는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독립된 기관으로 존재했던 국정홍보처 사업 예산에 비해 약 30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홍보지원국에서 추진하는 사업들도 꾸준히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켜왔다. '2009년 국가 주요 시책 홍보 예산 집행 금액'(9월 기준)을 보면, 전체 집행 금액 35억68000만 원 중 32.7퍼센트인 11억68000만 원이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등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사안에서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데 사용됐다.

박 연구위원은 "일방적인 국정 홍보에 치우친 나머지, 과거 정부에 비해 국민 여론 조사 활동은 대폭 줄어들었다"며 "노무현 정부 시절 매달 3건에 이르던 여론 조사는 이명박 정부가 취임한 2008년 한 해 동안 전체 7건으로 급감했고, 4대강 사업이나 미국산 쇠고기, 비정규직법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여론 조사 활동은 전혀 수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MB식' 문화 정책, 문화 다양성 위협해…각종 '관치' 사업은 쭉

이밖에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 정부의 문화 정책으로 문화 시민권이 축소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정훈 연구위원은 "정부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과정에서 전속 단원제를 폐지하고 국립극단을 법인화해, 국립 예술 단체가 수행해야 할 문화 공공성을 위축시켰다"며 "이렇게 되면 수익 창출의 압박 때문에 예술 노동자들의 권익이 악화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신문 발전 기금과 영화 다양성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을 놓고도 "미디어와 영화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보수 매체나 대형 영화 기획사의 독점 체제를 더욱 강화시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문화 다양성을 위한 각종 예산은 삭감됐지만, 대규모 개발·이벤트·상징물 관련 예산은 급증했다. 문화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2012년까지 총 사업비 484억 원이 소요되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건립 사업'의 경우, "뉴라이트 이념에 치우친 상징물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계획도 세우기 전에 예산부터 급하게 편성하는 등,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약 10억 원의 문화부 예산이 투여되는 '새마을운동 테마파크 조성 사업'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한편, 4대강 사업과 연계된 '자전거 유스호스텔 조성 사업'에는 총 24억1200만 원이 책정돼 논란을 빚고 있다. 자전거 유스호스텔에 대한 사업 자체의 타당성 여부도 제기될 뿐 아니라, 자전거 이용자 편의 제공 측면보다 숙박 시설 건립 측면에서 짜인 '4대강 끼워 맞추기식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4대강 주변 지역에 레저 스포츠 시설을 갖추고, 강변과 연계한 문화 관광권을 개발하는 사업에 총 94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라, 문화 단체 관련자들은 '문화 개발주의 사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상철 진보신당 서울시당 정책기획국장은 "2010년 문화부 예산은 과거 지원 중심의 문화 예술 정책에서, 국가 자체가 행위자로 나서는 '관치 문화 예술 시대'의 도래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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