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역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 뿐 아니라 미미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정희 후보는 질문과 답변의 모든 기회마다 박근혜 후보를 비판하는 데 열을 올렸다.
변호사 특유의 달변을 활용해 속사포처럼 박근혜 후보를 몰아붙이는 이 후보 때문에 박 후보는 얼굴이 달아오르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정희 후보의 추궁에 박근혜 후보는 "전두환 정권 당시 받았던 6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깜짝 발표'를 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문재인 후보의 존재감은 희미했다. 문 후보는 박 후보와의 차별성 부각은 물론이고 이정희 후보와도 선 긋기를 시도했지만,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朴 "저축銀수사 압력·다운계약서 文이 비리 근절?" vs 文 "朴조차 네거티브 유감"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려 2시간 여 동안 생중계된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은 △대통령 리더십, △정치쇄신, △권력형비리 근절, △대북정책 방향, △한반도 주변국 외교정책 방향의 다섯 가지 영역에서 논쟁을 벌였다.
유력한 두 후보인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며 비교우위에 서기 위해 부심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4월 민주노동당(당시 통합진보당이었음. 편집자주)과 단일화해 김석기, 이재연(이석기, 김재연을 의미함. 편집자주) 두 의원을 만들었다"며 "한달 만에 아무 책임도 안 지고 연대가 깨졌고 이정희 후보도 대선 연대를 자꾸 얘기하는데 어떤 것이 민주당이 추구하는 바냐"고 몰아세웠다.
문재인 후보는 이에 "총선 때는 새누리당의 과반수 의석을 막기 위해 야권 전체가 단일화를 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었으며 통합진보당이 혁신을 계속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이 되면 연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지금 그런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또 권력형 비리 근절 방안과 관련된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의 저축은행 조사 관련 금융감독원 압력 의혹과 아들의 공공기관 취업 관련 의혹, 주택 다운계약서 의혹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정말로 (문 후보가) 권력형 비리를 막을 수 있다고 보냐"고 따져 물었다.
문 후보도 지지 않았다. 문 후보는 "새누리당이나 박 후보 선대위에서 네거티브를 해도 그것이 박 후보의 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박 후보조차 네거티브를 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다"고 역공을 폈다. 문 후보는 해당 의혹들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는데도 말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 왼쪽부터 이정희, 문재인, 박근혜 후보. ⓒ연합뉴스 |
"북방한계선(NLL)이 사실상 영해선이라는 문 후보 말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는 박 후보의 지적에 문 후보는 "NLL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 간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이라 천명한 만큼 단호하게 사수해야 한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혔음에도 똑같은 얘기가 되풀이돼 유감"이라고 말했다.
文 "MB정부 안보 무능" vs 朴 "퍼주기를 통한 평화는 가짜"
문재인 후보도 박근혜 후보에 대한 날 선 공격을 시도했다.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는 안보를 강조하지만 실제로 보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건 등 안보에 구멍이 뚫렸고 NLL이 무력화됐다"며 "최근 발생한 휴전선 노크귀순 사건만 봐도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때와 비교해 이명박 정부의 안보 무능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근혜 후보는 "퍼주기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건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며 "2006년 북한에 그렇게 많이 퍼주기를 했음에도 첫번째 핵실험을 한 것은 이런 노력이 가짜 평화라는 것"이라고 반론을 펼쳤다.
검찰 개혁방안과 관련해 문 후보는 "검찰이 사정기관으로 제 기능을 못한 것은 정치검찰이 권력 눈치보기를 했기 때문"이라며 "정치검찰 청산을 위한 인적청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냐"고 박 후보에게 물었다. 박 후보는 "인적청산과 같은 식의 개혁이 아니라 검찰개혁이라는 틀 속에서 합당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연히 더 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국회에서 촉구 결의안이 통과된 한미 FTA 재협상을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문 후보의 질문에 박 후보는 "재협상을 반대한다고 얘기한 적 없으며 국회의 재협상 촉구 결의안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朴 "단일화할 거면서 왜 나왔나" 질문에 李 "박근혜 떨어뜨리려고"
원내 4당의 후보지만 지지율 1% 안팎에 머물고 있는 이정희 후보는 상호토론 때는 물론이고 사회자 공통질문에 대한 답변 때나 기조연설, 마무리발언 등 틈만나면 박근혜 후보를 물고 늘어졌다. 이 후보는 "당선된 뒤 측근, 친인척 비리가 드러나면 대통령직을 내놓겠다고 약속하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6억 원을 줬다는데 이는 당시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는 돈으로 박정희 유신정권이 재벌로부터 받은 돈", "한국정치 쇄신의 핵심은 새누리당을 없애는 것이다", "박 후보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다를 바 없다"는 등 공격성 주장을 이어갔다.
박 후보는 이같은 공세에 "툭하면 대통령을 그만두겠다, 후보 사퇴하겠다고 하는 건 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반박했고, 6억 원에 대해서도 "아버지가 흉탄에 돌아가시고 나서 어린 동생과 살 길이 막막해 경황 없는 상황에서 받았지만 저는 자식도 없고 가족도 없으니 나중에 그것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으며, "(이 후보는) 어떻게든 네거티브를 해서 박근혜란 사람을 내려앉히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상호토론에서도 이 후보는 박 후보를 수차례 당혹케 했다. 박 후보가 "이정희 후보는 단일화를 주장하면서 토론회에도 나오는 이유가 뭐냐"고 질문하자, 이정희 후보는 "이것만 기억하시면 된다.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고 맞받아쳤고,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고 애국가도 안 부르는 데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자격이 있냐"는 질문에는 "민노당 대표 시절 국가 차원의 공식 의례를 다 했는데 정확히 알고 질문하라. 준비를 잘 해가지고 왔어야 했다"며 면박을 줬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국회 처리가 무산된 것에 대해 박 후보가 이유를 설명하며 "이런 사정이 있었는지 알았냐"고 이 후보에게 되묻자, 이 후보는 "됐다"며 말을 잘랐다. 특히 박 후보가 '김석기, 이재연 의원'이라고 이름을 잘못 말한 것을 놓고 "토론의 기본적 예의를 갖춰달라"고 비꼬았다. 이 후보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북한 책임에 대한 입장은 무엇이며 NLL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는 박근혜 후보의 질문에도 "7.4 남북공동선언을 악용한 유신독재의 퍼스트레이디가 남북화해에 나설 대통령 자리에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李 "삼성장학생이 참여정부 장악…기자에 10만 원 촌지 민주당 의원, 역겨웠다"
그 강도는 박 후보에 비해 약했으나 이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향해서도 날 선 공격을 참지 않았다. "삼성장학생이 참여정부 집권 초기부터 장악했는데 '삼성장학생'을 고위직에서 제외한다고 약속해달라", "노무현 정부 초기에 보수세력이 공격해 와 대북송금특검을 밀어붙였고 (이로 인해) 정권 말기에야 10.4 선언이 합의된 것이 그 이행이 어려워진 중요한 배경이다"는 등의 비판을 이어갔다.
문 후보는 이에 "삼성장학생의 참여정부 장악은 사실이 아니며 참여정부가 끝나고 난 후에야 국정운영의 메커니즘을 온전히 알았다", "대북송금특검 때문에 남북관계가 오랫동안 나빠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정상회담은 북핵문제 해결 때문에 늦어졌다"고 답했다.
한편 이정희 후보는 정치쇄신 방안에 대한 토론 중에 "4대강 사업 반대 농성을 민주당과 함께 할 때 한 민주당 의원이 복도에서 보수언론 기자를 만나 선물한 책에 10만 원짜리 수표가 끼어 있는 것을 봤다"는 폭로를 내놓기도 했다. 이 후보는 "민주주의를 위해 농성한다면서 보수언론에 촌지를 내미는 모습은 솔직히 역겨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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