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의 창의적 직무를 독려하기 위해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적극행정 면책제도'가 취지와는 다르게 내부 직원들의 작은 실수를 눈감아 주는 도구로 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부산 남구을)이 국토위 산하 26개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난 5년간 적극업무 면책제도 적용사례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기관이 면책제도 자체를 실시하지 않고 있었으며 적용한 기관(9개, 38건)도 법 취지를 제대로 살린 공공기관은 극소수였다.
지난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적극행정 면책제도(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3조의 3항)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불합리한 규제의 개선, 공익사업의 추진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시행령의 취지를 제대로 실천한 기관은 한국공항공사(총 2건) 한 곳에 불과했다. 공항공사 사례를 보면 지난 2016년 1월 제주공항 폭설로 인해 공항 내 대규모 체류 승객이 발생했고 승객에게 나눠 줄 모포 등 편의물품을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시행계획 수립 등의 행정절차를 생략한 직원에 대해 면책을 결정한 경우이다.
이에 반해 다른 기관들은 개인적 이익을 취한 사실이 없는 경우 내부 직원의 실수를 눈감아주거나 해당 공공기관의 이익을 주었다는 사유로 면책결정을 내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철도시설공단(4건)의 경우 지난 2016년 주택이 아닌 건물의 사용료 산정 시 시가표준액을 사용해야 하지만 민간인에게 사용료 수익을 더 올리기 위해 감정평가액으로 사용료를 산정한 직원에게 '공단이 이익을 얻었다'고 면책결정을 내렸다.
국교부(5건)는 국토지리정보원 창립 40주년 행사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부가가치세를 잘못 납부한 사안을 업무태만이 아니라는 이유로 면책하는 등 공공의 이익이 아닌 사소한 내부 업무 실수를 눈감아 주는 용도로 면책제도를 활용하기도 했다.
국토위 공공기관 중 가장 적극적으로 면책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12건)는 면책사례 중 일부는 긍정적 사례도 있었지만 대부분 공사의 사업수지 개선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면책결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박재호 의원은 "적극업무 면책제도는 적극 권장해야 할 좋은 제도지만 직원의 사소한 실수나 공공기관의 이익을 보호했다는 사유로 면책하는 것은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다"며 "공공기관 평가에서 적극행정 면책제도의 배점을 늘리고 바른 적용사례를 적극 발굴하고 권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