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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국경도, 바다도, 서류도 가로막지 못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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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국경도, 바다도, 서류도 가로막지 못하겠죠?

325KAMRA 통해 66가족 재회...입양인들은 실종자 DNA 검사서 제외

한인 혼혈 입양인 리사 푸트렐-윌리엄스 씨는 지난 2월 59년 만에 친어머니 김수자 씨를 찾았다. 김수자 씨와 미국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리사 씨는 이승만 정권의 '일국일민주의'에 따른 혼혈아동의 해외입양 정책에 따라 미국으로 입양 보내졌다. 친생부모에 대해 알고 싶었던 리사 씨는 27세가 되던 해부터 자신을 입양 보낸 한국의 고아원 등을 통해 알아보는 등 친가족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주변에서는 이제 고령이 된 어머니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포기하라고 조언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리사 씨는 결국 DNA 테스트를 통해 어머니를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의 재회를 가능하게 도와준 곳은 DNA 테스트를 통해 한국 출신 입양인들의 가족 찾기를 돕는 비영리단체인 325Kamra다. (관련기사 : Korean adoptee meets biological mother in Bay area after 59 years)

▲ 리사 푸트렐-윌리엄스 씨의 가족 재회 관련 기사. ⓒ325Kamra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20일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한인 입양인 남매인 르네 알란코 씨와 저스틴 크랙트 씨가 헤어진지 34년 만에 DNA테스트를 통해 만나는 일도 있었다. 두 남매는 1984년 각각 2살과 4살의 나이에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채로 서로 다른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 누나 르네 씨는 2008년 가족을 찾고자 입양서류에 남아 있는 이름을 단서로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200통 이상의 편지를 보내고, 직접 한국을 방문하기도했으나, 가족찾기에 실패했다. 그러다 지난 여름 건강상의 문제로 유전자 검사업체인 23andME를 통해 검사를 받았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남동생을 찾게 됐다. 지난 2014년 동생 저스틴도 친생가족을 찾기 위해 이곳을 통해 DNA 테스트를 받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어릴 적 각각 입양된 한인 남매…34년 만에 미국서 재회)


유전자 검사를 통해 생물학적 가족을 찾는다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낯설게 들릴지 모르지만, 영유아기에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친생가족과 이별해야만 했던 입양인들에겐 "마지막 희망처럼 여겨진다"고 325Kamra 한국지부 조주은 DNA매니저는 말했다.

2015년 국제한인입양인협회(IKAA) 당시 325호실에 모인 입양인들이 첫 발기인들이 되어 시작된 325Kamra(한인혼혈입양인연합,Korean Adoptees and Mixed Race Association, 홈페이지 바로가기)는 DNA 검사를 통해 입양 또는 실종으로 헤어진 가족들의 재회를 돕는 비영리단체다. 당시 325호실에 모인 입양인들이 대부분 아버지가 미군이었던 혼혈 입양인들이었고, 미국은 한국에 비해 유전자 검사가 진단이나 검사 목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친아버지나 아버지 쪽 친인척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에 공감해 혼혈 입양인들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입양인들에게 DNA 검사가 더 큰 희망으로 여겨지는 이유가 입양서류 등을 통한 가족 찾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초기 입양의 경우 서류에 오류나 허위도 많고, 시간이 많이 흘러 입양서류에 있는 정보로 단서를 찾기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또 친생부모 등 가족들이 사망했을 가능성도 큽니다.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는데도 수십년간 아무 성과가 없으니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3년이 된 해외입양인들이 주축인 단체 325Kamra를 통해 재회한 가족 숫자는 생각보다 많았다. 현재까지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 관계가 확인된 경우는 120가족, 또 친족관계가 확인된 뒤 양쪽 모두 연락을 통해 의사를 확인하고 재회를 한 가족은 66가족이라고 한다. 이 중 19가족이 한국에서 가족을 만났다고 조주은 매니저가 밝혔다.

유전자 검사를 통한 가족찾기의 장점 중 하나는 여러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325Kamra를 통해 만난 경우 중에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사촌과 연결이 됐고 이 사촌을 통해 이모와 친어머니를 만난 케이스도 있다. 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아버지의 친척과 연결이 되어 친아버지를 찾고, 친아버지에게 친어머니 관련 정보를 받아 친어머니와 재회한 경우도 있었다. 입양기관을 통한 가족찾기가 친생부모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325Kamra에서는 구강상피세포를 사용해 유전자 검사를 하고, 유전자 정보는 FTDNA(유전자 검사업체)의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어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알 수 있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친생가족을 찾는 과정(연락, 기본적인 정보 확인 등)을 이 단체의 매니저들이 돕고 있다. 개인적으로 검사를 받으려면 100달러 이상의 돈이 필요하지만, 이 단체에서는 친생가족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혼혈 입양인이자 의료기기업체 대표인 토머스 클레멘트 씨가 DNA 키트를 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또 유전자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인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확장시키고자 일반 한국인들을 상대로도 무료로 유전자 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유전자 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민간단체가 다루고 있는 위험성과 관련해, 조주은 매니저는 "가족들과 소통을 하면서 동의서를 작성하고, 유전자 샘플은 코딩해서 데이터베이스에 따로 보관하게 된다. 최대한 개인정보의 안전성의 문제를 고려하면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의 성격상 민간단체가 아니라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진행해야할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실종아동 찾기는 그렇게 하고 있다.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종 아동과 그 가족의 경우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경찰에서 실종아동 관련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유전자 검사는 보호시설 입소자, 보호자가 확인되지 않는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실종아동을 찾고자 하는 가족, 무연고 아동만 받을 수 있다. 해외입양인의 경우, 친생부모의 이름을 알고 있다면(입양서류에 부모의 이름이 기재된 경우) 무연고 아동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없다. (관련기사: "친모 이름 안다고 DNA 검사 못 해"..좌절하는 해외 입양인들 )

"해외입양인들이 실종아동 찾기 관련 유전자 검사를 하려고 해도 한국을 직접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접근도가 떨어지고, 입양을 보낸 친생부모들은 실종부모와 달리 이 검사를 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서로 매칭될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현재 중앙입양원이나 입양기관에서도 유전자 검사를 제공하지만, 이는 친생가족이 맞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의 검사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현재 325Kamra 등 입양인들을 상대로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는 기관의 데이터베이스와 경찰의 장기실종가족 유전자 데이터베이스가 통합되는 것인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실종가족 문제는 현재진행형인 문제인데, 해외입양인의 가족찾기는 과거형인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입양을 보낸 시점에서 이미 '끝'이고, 이후 가족찾기 등 성인이 된 입양인들이 겪는 정체성의 문제 등은 '개인적인 문제'로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현장에서 보면 가족 찾기가 가장 절실한 이들은 나이가 많은 입양인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친생가족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 적극적입니다.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 뿐 아니라 자신의 가족 병력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합니다. 자신 뿐 아니라 자녀 등 후손들에게도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325Kamra는 자신들이 하는 일이 친생가족들에게 많이 알려져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입양인들이 가족들과 더 많이 재회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회적 편견, 주위의 시선 때문에 친생부모의 경험은 말하기 어렵다. 드러내기 보다는 숨겨야할 일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입양인들과 그 가족들의 재회가 더 힘든 일이 됐다. 덴마크 입양인 출신인 한국지부 헬르(Helle Thaarup) 매니저는 "한국 사회에서 해외입양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입양인들과 친생부모와 재회의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25Kamra는 유전자 검사에 대한 홍보와 함께 해외입양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내년에 광화문이나 종로 등 서울시내에 'DNA 부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325Kamra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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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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