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방미를 앞두고, 청와대가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제재가 제재를 위한 제재가 아니라 비핵화를 실행하는 제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양 정상회담 소회를 밝히며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유엔의 제재가 한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면서 "민감한 말이지만, 비핵화가 실행돼서 제재가 해소되는 길이 열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핵을) 동결하고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대북 제재가 쌓여가는 과정을 돌아볼 때, 우리로서는 비핵화가 진전이 돼서 제재 (완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분들이 앞으로 한반도에서 핵 문제가 해결되고 평화 체제가 되면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모습이 되지 않겠나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비핵화 추가 조치에 따르는 '상응 조치'로 북한이 요구하는 내용 중에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아울러 중재 역할을 맡은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제재 완화에도 물꼬를 트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제재에 대한 우리의 기본 입장은 변한 게 없다"면서도 "분위기가 작년에 비해 좋아진 것으로 볼 때 그런 기대가 있다"고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비핵화 진전이 제재 (완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시간들이 오기를 기대한다"며 "남북 간에 가장 큰 장애요소가 되고 있는 재재에 긍정적 영향이 오면 좋겠다는 말"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남북 관계가 국제적인 제재의 존재 때문에 한계가 있고 벽에 부딪히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남북관계 개선도 대북 제재의 긍정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방북 기간 동안 각종 남북 경제협력 방안이 논의되었고, 4대그룹 총수들을 비롯한 경제인들이 북한의 경제정책 사령탑인 리용남 경제담당 부총리와 만나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으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라는 장애 탓에 청사진을 그리는 데에 만족해야 했다.
이에 따라 193개 회원국 중 96개국 국가원수와 41개국 정부수반 등 137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이번 유엔총회에서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의 진전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대북 제재 수위를 낮추거나 해제해 줄 것을 호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전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고,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 하에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가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비전과 정책, 그리고 우리의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과 이해를 높임으로써 지지기반을 폭넓게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대북 제재 완화는 사실상 미국 정부의 방침에 결부된 사안인 만큼, 한미 간 입장 조율이 선행돼야 성과를 볼 전망이다.
그러나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20일(현지시간) "북한의 대화 신호는 긍정적이지만,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않으면 모든 것들이 사라질 수 있다"고 빗장을 걸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얻기 위해서는 제재가 이행돼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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