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에 세상을 떠난 삼성 직업병 피해자 고(故) 이혜정 씨가 최근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이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95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기흥 공장에 취업해서, 3년간 반도체 웨이퍼를 굽고 씻어내는 일을 하다 퇴사했다. 근무 기간 내내 두통과 구토에 시달렸던 이 씨는 퇴사 이후 '전신성 경화증'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4일 사망했다. 이날은 추석 당일이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집계에 따르면, 이 씨는 118번째 삼성 직업병 사망자다. '전신성 경화증'이란, 몸이 서서히 굳으면서 사망에 이르는 희귀병이다. 아이 엄마였던 이 씨가 살이 썩고 몸이 굳어서 아이를 안지 못하는 모습은, 주변 사람들을 참담하게 했다.
이 씨는 생전에 산업재해 인정을 받지 못했었다. 삼성전자 측 역시 이 씨의 작업환경에 관한 자료가 없다고 했다. 이 씨가 사망한 뒤인 올해 5월, 유가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재신청을 했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 산하 경인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는 지난 4일 산업재해 인정 판정을 하고, 지난 18일 최종 통보했다.
판정위원회는 "과거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유기용제 노출이 있었고, 정황상 열악한 환경적인 요인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거나 최소한 이를 촉진시킨 것으로 판단되며, 직업적 유기용제 노출이 전신성경화증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고, 결정형 실리카분진, 유기용제 등이 신청 상병의 발병에 기여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종합하여 볼 때 신청 상병과 업무 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심의위원 다수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고인의 병과 삼성전자 공장 환경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반올림은 20일 논평에서 이런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반올림은 "근로복지공단이 진작 이러한 결론에 이르렀더라면 투병의 고통과 남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을 덜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아래 동영상은 반올림이 지난 2015년 유튜브에 게재한 이혜정 씨 인터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