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정문 전문이 지난 3일 저녁 공개됐다.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청구 남발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사실상의 ISDS 폐기'를 추진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다만 한미 FTA 개정협정에선, NAFTA 재협상에서 논의된 것보다 ISDS에 대한 제한 수위가 낮다. 따라서 한미 FTA의 ISDS 관련 내용 역시 NAFTA 재협상 결과에 맞춰 추가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미국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정은 지난 3월 말 타결됐으며, 수정 의견 접수, 외교부와 법제처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미국과 서명 일정을 협의하게 된다. 서명이 이뤄지면,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다.
엘리엇 등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이미 청구한 ISDS는 이번 개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NAFTA 재협상에서 '사실상의 ISDS 폐기'가 이뤄진 영향은 간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FTA 개정협정문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면서 "ISDS 남소를 제한하고 정부의 정당한 정책 권한을 보호하는 요소를 협정문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개정협정문은 ISDS 청구 범위를 종전보다 축소했다.
다국적기업이 다른 투자협정을 통해 ISDS 제소를 한 사안을 다시 한미FTA를 통해 제소할 수 없다. 예컨대 한중 FTA의 ISDS 조항에 따라 분쟁을 일으키고 패소했던 기업이 한미 FTA의 ISDS 조항에 기대 다시 분쟁을 일으킬 수 없다.
또 ISDS 청구 시 한-미 FTA 위반 여부 등 모든 청구요소에 대한 투자자의 입증책임을 명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의 행위가 투자자 기대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투자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한미FTA의 최소기준대우 위반이 아니라는 점도 포함됐다.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 여부를 판단할 때 '동종의 상황'에서 달리 대우하는 게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에 의해 정당화되는지 등을 고려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이런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선과 관계가 깊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기업의 해외 투자를 못마땅해 한다. 미국 자본이 외국 대신 자국에 투자해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본다. 기존 미국 정부 입장과 정반대다.
따라서 해외 투자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통상 규범도 손질하려 한다. NAFTA 체제에서 ISDS를 사실상 폐지하려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8일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새로운 ISDS 체제 아래서, 이제 협정 상대국 정부의 (토지 등에 대한) 직접적인 수용을 빼고는 ISDS 조항을 활용해 상대국에 손실 보상을 청구해온 국제 투자자들의 광범위한 권한이 무력화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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