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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 협정, 청와대가 시켜서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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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 협정, 청와대가 시켜서 한 일"

靑, 비공식적으로 애매한 이야기만 하며 '뭉개기'

한일 군사비밀정보 보호협정(군사정보협정) 일방 추진-밀실 체결-급거 보류 사태를 두고 정부 부처와 청와대의 책임 떠넘기기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총대를 메고 난타를 당했던 부처 쪽은 청와대로 화살을 돌리기 시작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청와대에서 외교통상부가 (협정의 비공개 의결을) 하라고 해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외교당국은 일본과 관련해선 독도, 교과서 문제 등이 있으니까 국민감정을 잘 안다. '밀실 처리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신중하게 처리하자'는 의견을 냈다"며 "언론에 알리지 않고 의결한 것은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교부는 협정 처리 전 엠바고(보도유예)를 내걸고 언론에 먼저 설명하자는 등의 주장을 했지만 묵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의 배후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을 거명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 기획관은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뒤 "한-일 정보보호협정과 한-일 군수지원협정은 국방장관이 일본에 가서 진행할 것"이라며 "정상 간에는 두 협정의 취지에 공감하는 수준의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힌바 있다.

김 기획관은 이번 이 대통령의 남미순방 길에 동행하지 않은 채 국내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사태가 터진 후 청와대에선 '고위 관계자, '핵심관계자' 등이 오락가락하는 해명을 하고 있을 뿐 책임있는 당국자가 실명과 직을 걸고 공식적으로 설명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야당으로부터 퇴진 압력까지 받고 있는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26일 오전 정부중앙청사 19층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토론 한번 없이 의결했을 뿐이다. 이날 회의석상에선 전혀 토론도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태가 불거진 이후 기자들 앞에서 직과 실명을 걸고 유감을 표명해야 한 사람은 바로 김 총리였다. 억지 춘향격으로 '대리 사과'를 한 김 총리의 불쾌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을 적극 추진해왔던 국방부는 입을 닫고 있다.

부처들은 책임을 떠넘기고 있지만 청와대는 "잘못이 있다면 모두의 잘못이다"는 식으로 사태를 뭉게고 있다.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에 대한 책임론이 비등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은 아주 남다르다.

2일에는 세종시 출범식, 국회 개원,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 대선캠프의 사실상 가동 등이 3일에는 이상득 전 의원의 검찰 출석 등 향후 정치일정이 빼곡한 상황이다.

'구설로 구설을 덮는' 이명박 정부 특유의 행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한일군수지원협정, 전투기 구입 등 현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막판 사안들은 모두 물 건너가게 될 가능성이 극히 높아 보인다. 또 일선 부처들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도 급속도로 약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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