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3학년 천승환 씨(24)는 마음의 빚을 덜기 위해 홀로 베트남 여행을 나섰다. 그는 15일 동안 유명 관광지가 아닌 베트남 전역에 있는 위령비 12곳을 홀로 찾아 그곳에서 참배를 드렸다.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베트남 전역에 설치된 베트남전 위령비는 파악된 곳만 30여 곳, 그러나 당시 한베평화재단에서 공개한 위령비는 3곳에 불과했다. 그 마저도 주소지와 실제 위치가 달라서 일일이 물어물어 찾아가야만 했다.
그가 간신히 찾아간 베트남전 위령비는 풀만 무성하고 적막했다. 사람이 찾지 않는 시골 위령비에 낯선 한국인이 참배를 올리자 베트남 사람들은 “찾아와 줘서 고맙다.”라며 눈물을 흘리는 일도 있었다.
천승환 씨는 어깨에 태극기를 세긴 두루마기를 두르고 베트남 외에도 일본 군함도, 중국 하얼빈 등 17개 나라 60여 개 도시에 위치한 우리나라 사적지를 찾아다니며 그곳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는 역사 현장을 복잡하게 글로 된 설명보다는 사진으로 그 실상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천 씨가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 일본군 위안부 사건을 접했을 때부터다. 그 후 직접 1000회차 수요집회도 참가하고 위안부 피해자를 후원하는 팔찌의 공동 구매도 주도했다.
수요집회에서 그가 느낀 것은 ‘역사는 책이나 글 속에 있는 것이 아닌 현장에 있는 것’. 그는 그때부터 누구나 쉽게 역사를 접할 수 있도록 역사 현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위해 노력했다.
그가 지금까지 촬영한 역사 사진은 수천 장에 이른다. 그리고 지난 7월 9일부터 22일까지 전주에서 ‘그들과 나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개인 사진전도 열었다. 역사 사진을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관람객에게 직접 사진에 대한 설명도 해줬다.
그의 사진전에 방문한 한 관람객은 “군함도 사진의 여운이 가장 강하게 남는다” 라며, “천 작가의 사진을 보고나서 난징에도 보존된 위안소 전시관이 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고, 정말 유익한 사진전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천 씨는 “누구든 우리나라 역사를 쉽게 알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독도, 위안부 문제 등 많은 역사적 이슈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들의 태도를 변화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천 씨는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역사를 알리기 위해 계속 사진을 찍을 계획이다. 그리고 그는 여행자들이 쉽게 다른 나라에 위치한 우리나라 사적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국외 사적지 지도도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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