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특검이 갖가지 의혹을 풀지 못한 채 21일 종결됐지만 명확해진 것이 단 한 가지가 있다.
경찰의 수사 상황을 피의자격이었던 최구식 전 의원 쪽에 속속들이 전달해준 곳이 바로 청와대 였다는 것. 이로 인해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성준 전 정무수석실 행정관 등이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1일 오후께 최동해 당시 청와대 치안비서관으로부터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현민 등 4명 체포, 조사 중'이라는 보고를 받고 곧바로 최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수석은 이날 최 전 의원과 무려 12차례 통화를 하면서 최 전 의원 비서들의 진술 태도 등 세부적인 수사상황을 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수석과 경찰수뇌부의 통화 사실은 이미 알려진 것이지만 당시 김 전 수석은 "여당이 관련된 수사 상황을 알아보는 것은 정무수석의 당연한 임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나마 애초 검찰 수사에선 김 전 수석의 이같은 주장이 수용됐다.
하지만 거의 '생중계' 형식으로 수사 상황을 당사자에게 전달해준 것. 김 전 수석의 이같은 연락은 최 전 의원 등이 수사를 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김성준 전 행정관과 또 다른 행정요원은 최구식 전 의원의 보좌관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비서 김태경 씨에게 10여 차례 전화를 걸어 수사상황을 전달했다. 디도스 공격 전날 술자리의 주인공인 김 씨는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인물이다.
청와대가 여권의 한 의원실과 관련된 사안의 수사상황을 이처럼 속속들이 파악해 전달해 사실상 수사에 대비토록 한 것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직접 연루된 사안들에는 어떻게 대응했을 지 짐작이 가능하다. 또 정무수석실이 이렇게 움직였으면 민정수석실은 어땠겠냐는 지적도 많다.
민간인 불법사찰 건의 경우 이미 장진수 전 주무관은 "민정수석실이 적극적으로 증거 은폐, 인멸에 가담했다"면서 "검찰 출신 민정2비서관이 직접 움직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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