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선거가 진행 중인 통합진보당의 옛 당권파가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 맞서 왔던 당원비상대책위원회를 해산하겠다고 20일 밝혔다. 비대위 해산 이후 "당 지도부 선거에 집중해 당 정상화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옛 당권파가 '강병기 당 대표 만들기'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당의 중앙위원회 결정을 통해 만들어진 혁신비대위를 부정하며 당원비대위를 꾸려 강기갑 위원장의 행보에 제동을 걸어 왔던 이들이지만, 당 대표 선거에서 당원비대위가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원비대위 "당 지도부 선거에 집중하겠다" 해산 선포
당원비대위의 오병윤 위원장, 김미희 대변인, 유선희 집행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산적한 미해결과제를 남겨둔 채 당원비대위를 해산하겠다"고 밝혔다. 당원비대위가 만들어진 지 한 달 여 만이다.
그 이유에 대해 이들은 "진상조사특위가 진실을 철저히 규명해줄 것이라 기대하며 새로운 지도부가 당의 정체성을 지키고 당을 빠르게 정상화시켜줄 것이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당직 선거에서 뽑힌 지도부가 당원비대위의 여러 요구를 받아들여줄 것으로 믿는다는 얘기다. 이는 그런 지도부가 선출되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강병기 후보 지지' 선언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오병윤 위원장은 '강병기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정책과 노선, 가치가 같은 후보라면 누구라도 동지"라고 답했지만, 옛 당권파는 이번 당직선거에서 독자 후보를 내지 않고 강병기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강기갑 후보가 대표가 된다면 인정할 수 있냐'는 질문에 오병윤 위원장은 "당원들에 의해 선택된 지도부는 그 어떤 지도부도 지도부"라고 답했다. 현재 통합진보당의 세력분포를 놓고 보면, 강병기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울산연합+경기동부연합+광주전남연합이 숫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원비대위의 해산과 관련해 진보신당 박은지 대변인은 "오병윤 위원장 자신의 입으로 당원비대위가 혁신비대위에 대항하기 위한 명백한 정치집단이었음을 실토한 것"이라며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일말의 책임도 없이 자세력 결집에만 몰두해 혁신비대위에 반대되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갈등을 일으키기에만 몰두한 통진당 당원비대위의 해산 앞에서 '종파주의'의 극치를 본다"고 일갈했다.
옛 당권파, 새로나기특위 박원석 위원장에게 "당의 역사 모른다" 맹공
비록 당원비대위는 해산했지만, 옛 당권파 측의 혁신비대위에 대한 공세는 당직선거가 시작되면서 오히려 강화되는 분위기다. 주된 타겟은 당 새로나기특위(위원장 박원석)가 최근 내놓은 혁신과제 보고서다.
이의엽 전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상규 의원실 주최로 열린 공청회 발제자로 나서, 비례대표 후보를 100% 전략명부로 하자는 내용의 혁신안을 놓고 "당원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위원장은 "당원들의 선택을 정파의 줄세우기로 왜곡하는 것이며 당원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투표율 50% 기준 폐지에 대해서도 "당내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고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라며 "진보정당 정체성의 상징을 훼손하자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정치 부문에서 기존의 진보정당이 노조 상층부의 이해를 대표하고 과대 대표된 조직노동 중심이란 지적에 대해서 이 전 의장은 "1987년에 죽음을 각오하고 민주노조를 건설했다. 어떤 사업장이든 열사의 액자 없는 곳이 없다. 이들이 기득권으로 매도당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특위가 재벌 해체 강령에 대해 '방향을 부정하지 않으나 현실성과 타당성 면에서 재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낸 데 대해서는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 전 의장은 북한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의 정체성은 대북관이 어떻다(하는 것)에 있지 않다"며 "우리 당 강령 어디에도 북의 정책을 추종한다 한 적 없다"고 맞받았다.
다른 참석자들도 혁신비대위 측을 일제히 비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미희 의원, 유선희·이혜선 최고위원 후보, 우위영 전 대변인 등 구 당권파 측 주요 인사들과 당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를 주최한 이상규 의원은 특위를 겨냥해 "생활정치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며 "밑바닥에서 뛰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박원석 특위 위원장에 대해서도 "당의 역사를 모르는 것 같다"며 "박원석 개인의 역사를 여기 투영한 게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중앙위 폭력사태 진상조사위가 '너는 제소 안할게, 이름 대라' 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정수연 서울시당 학생위원장은 5.12 중앙위원회 폭력사태로 인해 자신을 포함한 80명이 제소됐다며 "혁신이란 이름으로 숙청의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면서 "'너는 당기위에 제소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중앙위 폭력사태) 조사위가 학생당원들의 이름을 대라 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이런 비열함이 통진당 내에 난무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김형수 진상조사위 간사는 해당 조사 대상자를 당기위에 제소하지 않기로 한 것은 조사위가 사실관계를 오인했다는 정당한 항의를 받아들인 것이었고, 신원 확인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은 이와는 별개로 이뤄진 것일 뿐 거래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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