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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줄은 당신에게로 가는 길입니다"

[해외입양인, 말걸기] "이제, 당신과 나를 위한 금줄을 겁니다"

지난 5월 11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제2회 싱글맘의 날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새롭게 쓰는 아동인권과 모성권: 입양을 넘어 싱글맘 가족보호로!"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 중의 하나로 '금줄걸기 세러머니'가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아이를 출산하면 대문에 금줄을 걸었다. 생명탄생을 온 동네에 알리고, 마을 사람들 혹은 외인들에게 스무하루 동안 무단출입을 삼가줄 것을 부탁하는 생명경외의 표지였다. 생명탄생을 축하하고 환영하며 경외했던 이 금줄걸기의 상징적 행위 안에 우리 사회의 재생산체계는 고이 간직되어 왔다고 할 것이다. 허나 6.25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해외로 입양 보내어진 20만 해외입양인들의 출생과 이들을 출산한 10만이 넘는 미혼모 여성들의 출산은 수치와 비밀, 눈물과 결별로 얼룩진 일이었다. 그들의 출생과 출산을 위해 금줄은 걸리지 못했다. 제2회 싱글맘의 날 준비위원회는 이런 의미에서 '금줄걸기 세러머니'를 통해 해외입양인들이 출생을 축하하고 환영하며 미혼모들의 출산을 위로하고자 했다. 아래의 기고문 '금줄은 당신에게로 가는 길입니다'는 해외입양인 작가 제인 정 트렌카가 이 세레머니를 위해 쓴 낭독문이다. 제인 정 트렌카는 이 짧은 문학적 작업을 통해 해외입양과 미혼모가 연루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예외적 재생산체계의 한 꼭지여야 할 '입양지지 담론'의 속살에 깃든 아픔과 슬픔과 동경이 어떠한지를 엿보도록 초대하고 있다. 제인 정 트렌카가 영문으로 쓴 글을 뿌리의 집 자원활동가인 최우석 씨가 번역했다. 편집자

ⓒ뿌리의 집

생일이란 것이, 선물을 받고 케이크를 먹는 것 이상의 의미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 이후로 저는 생일을 축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제 여권에 있는 생일이 진짜 제가 태어난 날인지 아닌지조차 모릅니다.
입양기관은 제가 발견되었던 파출소가 이사를 갔고 그 당시 모든 기록들이 분실되었다고 말합니다. 또 거리의 주소가 바뀌었다고 하고 저의 어머니가 미혼이었다고 하는데 부모님의 이름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태어난 날에 대한 이야기가 없고, 그날은 제가 아는 어느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날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그날을 상기시키는 것이라곤 제 배꼽 뿐입니다. 입양기관이 말하길 제가 발견되었을 때 배꼽에 탯줄이 붙어있었고 그것을 보고 제 생일을 추측했다고 합니다.
어림잡은 제 생일에 제 친구들은 저를 데리고 나가려고 합니다. 친구들은 삼겹살과 소주를 먹고 홍대 클럽에 가서 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생일은 축하를 위한 날이 아닙니다. 제 생일은 생각을 하는 날입니다. 요즘 저는 제 생일에 걷습니다.
생일 아침에, 저는 가장 편한 신발을 신습니다. 그리고 잠근 문을 뒤로 하고 걷기 시작합니다. 비록 제가 태어난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모르지만, 저는 제가 태어난 곳을 찾기 위해 걷습니다. 저는 어디서 어머니를 찾아야 할지 알려주는 어머니의 속삭임을 듣기 위해서 음악을 듣지 않습니다.
가끔 저는 버스를 타고 아무 정류장에서 내려 식당 안으로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 식당 아줌마가 요리를 하고 테이블을 닦는 모습을 봅니다. 그러곤 이 아줌마가 혹시 내 엄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분이 제 엄마인지 알아볼 어떤 흔적도 없습니다. 저는 제가 주문한 음식을 먹는 시간 동안 이 식당이 나의 어머니의 부엌이고 제 일상적 존재에 너무 익숙해져 지금 밥을 먹고 있는 저를 내버려두는 이 아줌마가 나의 어머니라고 생각하며 아줌마와 함께 TV를 봅니다. 잠시 후 저는 밖으로 나와 다시 걷습니다.
저는 사람으로 붐비는 지하철을 탑니다. 저는 아기를 안고 있는 젊고 아리따운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합니다. 그러고는 그 아기가 저이고 젊고 아리따운 여성이 제 어머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머니의 심장 박동을 들을 수 있고 제가 마지막으로 먹었던 모유의 향을 느낄 수 있는 제 어머니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어 쉽니다. 저는 이미 태어났고 어머니의 몸 밖에 살고 있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저를 만들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정말 멋진 분이십니다. 어머니는 제가 성인이 된 뒤에도 제가 태어났던 이야기를 해주실 것이고, 제가 아이를 가지면 손자들에게도 그 이야기를 다시 하실 겁니다.
저는 이런 상상하기를 좋아합니다만 이 여성은 제 또래의 여성이고 그녀는 제 어머니가 아닙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녀의 아이가 아닙니다. 다음 정거장에서, 문이 열리고, 저는 지하철에서 내립니다. 저는 계단을 걸어 올라와 거리를 걷기 시작합니다.
저는 제 생일에 제 어머니 또한 저를 생각하며 걷고 있을 거라 상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저와 어머니의 몸이 똑같은 주기로 울리는 종(bell)처럼 서로의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상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만약 그 소리가 딱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저와 어머니가 알게 되면, 우리는 언젠가 제가 태어난 곳에서 서로를 향해 걸으며 만날 것입니다.
제가 어머니에게 걸어갈 때, 저는 서울을 벗어나 시골로 걸어가 들녘과 강을 지나 별이 총총한 밤으로 갈지 모릅니다. 어머니는 농부의 작은 오두막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다가 제가 태어난 날에 대해 모든 것을 이야기해 줄 겁니다.
어머니는 내가 태어난 날 어머니의 가족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아이를 낳은 것에 대해) 인정받지 못했다고 말할 것입니다. 또 어머니는 부도덕하고 나쁜 여자로 그리고 저는 저의 어머니 말고는 어느 누구도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어떤 남자의 쓸모없는 후손으로 여겨졌다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어머니는 제가 겨울에 태어났고, 당시 어머니는 양수가 터져 치마의 뒤쪽이 젖은 채로 그녀가 사는 마을에서 강을 향해 걸었다고 말해줄 것입니다. 어머니는 이모의 집에 갔으나 이모는 이모부가 곧 집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하며 제 어머니를 폐가가 되어버린 오두막에 숨겼습니다. 어느 누구도 가치 없는 아이를 출산하는 부정한 여자의 산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제 얼굴을 처음 봤을 때, 어머니는 제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소중한 아기. 이 세상에서 저는 어머니를 사랑한 오직 한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어머니를 사랑했습니다. 정말 좋아했습니다. 어머니는 나의 전부였습니다.
어머니와 저는 오두막에서 이틀 동안 함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저를 품에 안고 있습니다. 또다시 보석같이 맑은 밤이 찾아왔고 어머니는 제가 추위에 죽을 거라는 두려움에 점점 미쳐갔습니다. 그러고 나서 어머니는 결심, 아니 생존을 위한 행동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목도리로 단단히 싸맨 다음 이웃마을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걸음을 재촉하기 위해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별을 큰 소리로 헤아렸습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어머니는 한밤중에 저를 파출소 문 옆에 두고, 제 쪽을 보기 위해 길 건너편의 담 뒤에 숨었습니다. 저는 곧 울음을 터뜨렸고 한 경찰관이 나와 저를 파출소 안으로 데려갔습니다.
사랑하는 엄마, 제가 태어난 날엔 아무도 행복하지 않았죠. 할머니가 제 탯줄을 자르지도 않았고, 할아버지가 제 이름을 지어주지도 않았어요. 어느 누구도 엄마를 위해 미역국을 끓여주지 않았고 제가 태어났고 당신이 엄마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금줄도 걸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엄마와 나를 위한 금줄을 걸으려 합니다. 금줄의 한쪽 끝은 제가 걷기 시작하는 곳이고 다른 쪽 끝은 어머니가 걷기 시작하는 곳입니다. 우리 금줄의 한가운데서 만나서 엄마와 딸로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요. 저 여기 있어요! 저는 당신의 딸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나의 사랑하는 엄마예요!
우리가 작은 오두막에서 만났을 때, 엄마는 제게 이렇게 말했을 테지요. "넌 나를 사랑한 유일한 사람이지만 나는 나보다 더 나은 누군가가 너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안단다. 나는 그저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아무데도 갈 곳 없는 그런 여자일 뿐이야"
저는 당신께 이렇게 답할 거예요. "아니에요, 엄마 말은 틀렸어요. 당신보다 더 나은 사람은 없어요. 당신보다 저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한순간도 나의 엄마가 되기를 그치지 않은 엄마를 정말 사랑해요."

▲ 제인 정 트랜카 ⓒ뿌리의 집
The Geumjul is a Path to You
Script by Jane Jeong Trenka on the occassion of the 2nd Single Moms' Day


From the time that I have understood that the meaning of a birthday is more than receiving gifts and eating cake, I have never liked to celebrate my birthday. Actually, I don't even know if my passport birthday is the day I was really born.
The adoption agency says that the police box where I was found has moved, and all the records from that time were lost. They say that the addresses of the streets have changed. My parents' names are unknown, though they say my mother was unmarried.
So I have no story of the day I was born; it is a day that no one I know remembers. All I have remaining of that day is my navel. They say that my umbilical cord was still attached when I was found, so that is how they estimated my birthday.
My estimated birthday. My friends want to take me out on that day. They want to eat samgyupsal and soju together, then go clubbing in Hongdae. But for me, my birthday is a day not for celebration. It's a day for reflection. These days, I spend my birthday walking.
In the morning, I put on my most comfortable shoes. I lock the door behind me, and just start walking. I am walking to find the place where I was born, even though I don't know exactly where it is. I don't listen to music because I am listening for my mother's whisper, telling me where to find her.
Sometimes I ride a bus and get off at any stop. I go inside a restaurant and order a meal, and I watch the ajumma cooking and wiping tables. I wonder if she is my mother. But there is no sign of recognition. I watch TV with the ajumma while I eat, pretending for a few minutes that this little restaurant is my mother's kitchen, and this ajumma is my mother, ignoring me now because she is so used to my daily presence. After awhile, I go outside again, and walk.
I take a crowded subway. I let a pretty young woman carrying her baby take my seat. I pretend that this baby is me, and the pretty young woman is my mother. My head is resting on her chest, where I can hear her heart, and I can smell the traces of her milk from the last time I fed. Even though I have already been born and live outside my mother, she is still making me. How amazing my mother is. She will tell me stories of the day I was born until I am an adult, and when I have my own babies, she will tell her grandchildren the stories again.
I like to imagine this, but this woman is a woman my own age. She is not my mother. And I am not her baby. At the next stop, the door opens, and I get off the subway. I go up the stairs, onto the street, and start walking.
I like to imagine that on the day of my birth, my mother is also thinking of me, and she is also walking. I like to imagine that our bodies are ringing like bells, at the same frequency, and we just have to listen to the song coming from our own bodies. If we find the song that matches, we will one day walk to each other, meeting at the place where I was born.
When I walk to my mother, I might walk out of Seoul into the countryside, past fields and rivers and into a starry night. My mother will be waiting for me, inside a small farmer's shack, and she will tell me all about the day that I was born.
She will tell me that on that day, she was not allowed inside her family's home, nor anyone else's home. She was considered to be an immoral and bad woman. I was considered to be the worthless offspring of a man in whom no one could find any value, except my mother, in the times when he was around.
She will tell me that on the winter day I was born, she had walked up the river from her village, the back of her skirt soaking wet from her water that had broken. She came to the home of her aunt. Her aunt said her husband would be home soon, so she hid my mother in a farmer's shack that had been abandoned. No one wants to see the labor pains of a corrupted woman giving birth to a worthless child. But when my mother saw my face for the first time, she knew I was a pretty and lovable baby. Her own precious baby. In the whole world, I was the only person who loved her. I did; I adored her. She was my whole world.
We stayed together in the shack for two days, she holding me next to her body to keep me warm. Another crystal clear night came, and gradually she became crazy from fear that I would die from the cold. Then, she did not so much make a decision as an act of survival.
She swaddled me in her scarf and started walking toward the next village. She counted the stars out loud with each step, to force herself to keep walking. One step, two steps, three. Under the blanket of night, she placed me near the door of a police box, and then hid herself behind a wall on the other side of the street to watch. It was not long before I cried. A policeman came out, then carried me inside.
Dear umma, on the day that I was born, no one was happy. No grandmother cut my umbilical cord. No grandfather gave me a name. No one made miyeok guk for you. No one hung a geumjul for me, announcing that I exist, declaring your motherhood.
So I will now hang a geumjul for both of us. One end is the place where I started walking, and the other is the place where you started walking. Let us meet in the middle of this geumjul, and together give birth to a new relationship as mother and daughter. I exist! I am your daughter! And you are my beloved mother!
When we meet in the little shack, you might say to me, "You were the only person who loved me, but I knew that someone better than me could love you. I was just a woman with nothing to give, and nowhere to go."
I will reply to you, "No, umma you are wrong. No one is better than you. No one could love me more than you. And how much I still love you -- you who have never stopped being my m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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