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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꽃' 임수경, 금배지 사흘 만에 구악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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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꽃' 임수경, 금배지 사흘 만에 구악되나

[기자의 눈] 돌팔매를 감수하고 스스로 수습하라

민주당 임수경 의원의 막말 파동을 보면서 머릿속 생각이 여러 갈래를 쳤다.

지난 1일 종로구 인사동 모 주점에서 나온 임 의원의 발언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가장 논란이 뜨거운 탈북자 일반에 대한 발언이 그것이다. "개념도 없는 탈북자 XX들아 대한민국 왔으면 입 닥치고 조용히 살어"라는 발언은, "북한 같았으면 총살감"이라는 탈북자 출신 대학생 백요셉 씨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의 맞대응이라기엔 아무리 봐도 과도하다.

그리고 논란이 있는 '변절자' 대목. 이에 대해선 탈북 대학생 백요셉 씨와 임 의원의 주장이 엇갈린다. 백 씨는 임 의원이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물론 자신과 탈북자들을 싸잡아서 '변절자'로 지목했다는 것이고 임 의원은 한 때 같이 운동권에 몸 담고 있다가 새누리당으로 간 하 의원에 국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후자라 하더라도 "하태경, 그 변절자 XX 내 손으로 죽여버릴거야"는 할 만한 발언이 아니다.

셋째 "감히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 개겨"라는 대목. 개인적으로는 가장 충격적인 것이 여기였다.

지난 4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임수경 의원 ⓒ뉴시스

첫째, '반북'과 '친북'의 가교 역할 기대를 걷어찼다

탈북자라는 단어보다는 귀순자라는 단어가 더 많이 쓰이던 90년대 중반, 같은 학교에 북한 출신 학생이 있었다. 그는 가끔 '통일의 꽃 임수경' 이야기를 하곤 했다. 5일자 <동아일보>에 탈북자 출신 기자가 '당신의 스스럼없는 모습을 통해 남한을 느꼈다'고 회고한 것과 비슷한 이야기였다. 그 친구는 "임수경이 여기 말로 하면 '최고 스타'였다. 평축(평양 청년학생축전)때만 해도 (북한이) 그나마 꽤 괜찮았는데"라고 말하곤 했다.

따지고 보면, 임 의원이야 말로 '북한 붕괴론'과 '북한 자극 불가론'으로 갈라진 두 세력 사이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일지 모른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 의원이 기라성 같은 대북 전문가들을 제치고 비례후보 21번으로 지명된 것은 이런 기대에 의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임 의원은 탈북자 폄하 발언으로 자기가 지닌 유니크한 정치적 기반을 걷어 차버렸다. '변절자' 대목도 그렇다. 운동권 출신 뉴라이트 인사들에 대한 평가와 반감이 하태경 의원에게 투영된 것이 아닌가도 싶지만 굳이 그 자리에도 없는 하 의원을 지목한 것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둘째, 편견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안타까운 것은 임 의원이 자신에 대한 보수층의 편견을 고착화시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 버렸다는 것이다. 지난 4.11 총선 당시 영남권 민주당 후보들 상당수는 임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로 지명되는데 반대했었다. 지역에선 조건반사적으로 '빨갱이'이야기가 튀어나온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나온 반감을 임 의원이 책임질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저 봐라.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은 본인이 책임질 바다. 임 의원의 불행한 개인사에 눈뜨고 볼 수 없는 악플을 달며 낄낄거리다 벌금형까지 받았던 자들이 웃고 있을 생각을 하면 화가 치솟는다.

셋째, 금배지 단지 사흘 만에 '구악'이 되버렸다

"감히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 개겨"라는 말은, 사실 처음에는 믿기 힘들었다. 지난 2000년 일부 386 정치인들이 5.18 전야에 광주에서 술판을 벌인 것을 '내부 고발'한 사람이 바로 임수경이었다. 그는 그 이후에도 간혹 정치권에 간 선배들을 매섭게 비판했다. 그런데 그랬던 장본인이 금배지 단 지 사흘 만에 '구악'이 되버린 것이다. 아니할 말로, 일흔 넘은 새누리당 의원들도 요샌 안 그런다.

임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될 때 "상징성은 알겠지만, 최근에 특별한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지 않나? 국회의원 자리를 줄 가치가 있냐?"고 민주당 핵심관계자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때 돌아온 답은 "임수경도 이제 할 때가 됐지 않았냐"였다. 예상치 못한 답에 아주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아직 '때'도 안 된 게 아닌가 싶다.

이준석이 임수경보다 훨씬 낫다


스물일곱살인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자신의 SNS계정에 올린 '문재인 참수' 만화가 이슈가 되자 거듭 거듭 사과를 했다. 문재인 고문에게 직접 전화를 하고 그걸로 모자라 문 고문의 동선을 파악해 몇 군데나 쫓아다녔다. 결국 문 고문 앞에서 직접 고개를 숙인 끝에 "괜찮다"는 답을 얻었다.

이 전 비대위원의 속내가 뭔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서면 보도자료 한 번, 보도자료를 그대로 낭독하고 질문도 받지 않은 기자회견 한 번으로 입 다물어 버린 임 의원보다 정치력이 더 뛰어난 것 만은 분명하다.

임 의원이 탈북자 단체에 가서, 아니 국회 앞에서 항의하는 탈북자들에게 직접 사과를 하고 쏟아지는 질타를 묵묵히 감내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지 않나?

이준석은 자기가 친 사고를 자기가 수습했다. 임수경이 친 사고는 박지원이, 이해찬이 수습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준석을 발탁한 박근혜는 '역시'라는 말을 들었고 임수경을 후원한 민주당 전 지도부나 재야원로들은 180도 다른 의미에서 '역시'라는 말을 듣고 있다.

임수경 의원은 이제 더 이상 '통일의 꽃'도 '386의 막내 여동생'도 아니다. 바보도 경험으로 부터는 배운다고 했다. 임 의원 본인이 이번 파문을 수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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