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새누리당 박근혜 그리고 민주당 임수경 의원까지 끼어 어지럽게 '국가관' 논란이 진행되는 가운데 검찰은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수사를 조용히 마무리짓는 모양새다.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지낸 김진모 서울고검 검사에 대한 얼마 전 비공개 소환조사가 마무리 수순이었던 것. 증거인멸 당시 민정수석을 지낸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서면조사조차도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민정수석실이 증거인멸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일방의 진술일 뿐 특별한 증거도 없다는 입장이다. 정정길, 임태희 등 불법사찰이 이뤄졌을 때와 증거인멸이 진행됐을 때 대통령실장을 지낸 인사들에 대해서도 서면조사만 진행됐을 뿐이다. 초유의 국기문란 사태에 대한 수사 치고는 미온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검찰 수사 발표 전이지만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도입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장진수 전 주무관은 이미 녹음 파일, '관봉 사진' 등 명확한 증거물과 함께 청와대와 총리실이 자신을 회유한 사실을 폭로했다. 장 전 주무관은 "2010년 7월 최종석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컴퓨터 자료 파기를 지시하면서 '검찰에서 문제 삼지 않기로 민정수석실과 얘기가 돼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의 핵심인물인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은 지난해 2월 "민정수석실 K(김진모), C(장석명) 비서관이 증거인멸을 요구했다"는 탄원서를 총리실에 낸 바 있다.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우리는 일심(一心)으로 충성하는 비선조직"이라는 공직윤리지원관실 내부 문건이 나오고 불법사찰 관련 문서가 추가로 나타났지만, 별 반향은 없었다. 영포라인의 일원인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장 전 주무관 등에게 수백 만원씩 돈을 준 것도 마찬가지다 .
결국 윗선은 "내가 몸통이다"고 주장했던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차관 선에서 잘리는 분위기다.
검찰은 이밖의 다른 여권 연루 사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일,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박희태 전 국회의장에게는 징역 1년이,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는 징역 8월이 선고됐다.
'김경준 기획입국 가짜편지' 사건과 관련해선 홍준표 전 의원이 최근 조용히 비공개로 검찰에 다녀왔다. 홍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편지는 은진수 전 감사위원에게 받았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 전 위원은 부산저축은행 로비 건으로 이미 구속 수감 중이다.
검찰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선 '털고 가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의혹 사항들을 빨리 빨리 수사해 최소한의 선에서 기소하고 넘어가는 것이 차기 정부 검찰 손에 맡기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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