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 1주년을 맞아 '참담한 실패'를 자인했다. 지난 6월말 보유세 개편안이 오히려 "약하다"는 시장의 판단으로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그동안 "고려할 수도 있지만, 목표치를 정할 수는 없다"던 공시가격에 대해 "집값 급등 지역에 한해 상승분을 반영하겠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그간 부동산 전문가들이 꾸준히 필요성을 언급해 왔던 것이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도 의지를 보여 왔던 사안이다.
일부 지역 아파트와 단독주택 공시가격 급등 가능성
총대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맸다. 김 장관은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집값이 급등하는 지역의 경우 공시가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오는 10월부터 시작하는 공시가격 조사에서 올해 상승분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공시가격 조사가 전년도 10월에 시작되기 때문에 올해 공시가격이 연초 집값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허점이 있었다"며 "올가을에 산정할 때는 연초에 올랐던 지역과 여름에 시세가 급등한 곳을 중심으로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가격은 보유세 등 각종 세금과 부담금 부과의 기준이 된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1주택자라도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곧 '인상'을 뜻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1300여만 명 주택 소유자들의 조세저항을 초래할 수 있어 이전 정권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다.
국토부는 올해 서울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격을 전년보다 10.2% 올렸다. 일부 지역은 50% 가까이 뛰었다. 이런 추세에 올해 1~2월과 최근 집값 상승분을 모두 반영하면 일부 주택의 경우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은 5.62%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
하지만 단독주택과 아파트 등 유형별·지역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달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이를 바로잡을 필요는 있다. 이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김 장관은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시가격 조정"을 강조했다.
서울의 경우, '대권주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발언과 최근 강북 지역 균형개발 계획까지 공개되면서 집값 상승세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의 중개업소 등 현장 단속은 업자들이 비웃는 수준이다.
공시가격 현실화가 이 상황에 어떤 변수로 작용될지 주목된다.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은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주택 공시가격을 아파트의 경우 시세의 65∼70%선, 단독주택은 50∼55%선에 맞춰왔다. 따라서 아파트와 형평성을 맞춘다면 오히려 단독주택들의 내년 공시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한남동, 이태원동, 평창동, 성북동 등지에 몰려 있는 초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크게 뛸 전망이다.
김 장관의 발언대로 '집값 급등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가 적용된다면, 올해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의 아파트들도 공시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를 전망이다. 아파트의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80% 이상, 최대 90%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공시가격 현실화가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김 장관의 '의지' 수준에 따라 집값 상승세에는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리라는 기대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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